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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황비 1~2 세트 - 전2권 ㅣ 블랙 라벨 클럽 7
정유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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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맨스 소설에 판타지를 접목시킨 책들이 많이 보인다. 또 하나의 장르 개척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통로맨스를 좋아하는 입장에선 그다지 달가워할 일은 아니다. 정통로맨스장르도 발붙이기 힘든 이 땅에 어설픈 조합의 시도로 사장될까 조금 염려되기도 하고. 어쨌든 로맨스 장르소설계에 새로운 시도인 건 분명하니 우선 만나보기로 했다. 책을 받아보고 5권이 완결이라는 걸 알았다. 미리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완결되고 봤을 텐데 아무튼.
무슨 이유에서인지 황비이자 모니크 후작가의 영예로운 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아리스티아 라 모니크의 이야기는 이처럼 강렬한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순간 눈을 뜬 아리스티아는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걸 깨닫는다. 예비황후로 미리 지목된 아리스티아의 어린 시절과 지옥 같았던 황비 시절의 기억을 애써 지우려 한다. 진저리 쳐지는 기억으로 황태자와의 약혼을 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아리스티아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시간을 건너왔는지, 차원을 건너왔는지, 이런 타임슬립물에선 거의 같은 개념일거다. 과거로 회귀한 ‘아리스티아’와 다른 나라, 다른 시간 어쩌면 차원을 건너 온 ‘지은’이 등장한다. 보통 주인공이 이런 희한한 일을 겪는데 반해 이 소설에선 주인공 아리스티아와 2권까지 별 다른 활약이 없는 지은까지 두 명의 캐릭터가 똑같은 일을 당한다(?). 차원을 건너왔고, 한 나라의 황후가 되는 지은은 주인공이어야 마땅할 캐릭터인데 이 소설에선 그저 조연에 불과하다.
뜻밖의 행동을 보이는 상대방에게서 생기는 호기심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을 풀어내는 방법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처음부터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필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게 5권이 완결이란 점이다. 많은 권수의 내용은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증거니까.
강력한 한 방이 없어서 아쉽다. 열심히 공을 들이긴 했으나, 이야기의 완급조절도 아쉽고. 5권이 완결인 소설의 초반이라 그런 것 같긴 한데 전쟁이나 비리, 암투, 기타 등등 동원할 수 있는 소재들을 배제한 채 5권까지 이런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판타지라는 포지션이 애매한 게 로맨스를 빼고선 아무것도 볼 게 없어서다. 중세시대를 보는 것 같은 배경과 타임슬립만을 가지고 판타지라고 우기지는 않겠지.
솔직히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어서 아쉬운 이야기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많긴 하다. 지옥 같았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모니크 후계자가 되기로 결심한 아리스티아의 행보와 황태자와의 로맨스도 궁금하다.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 과거로 회귀했는지도 궁금하고. 오글거려도 이런 이야기가 좋은 이유는 언제나 애틋한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라서 그런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