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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 - 서빙고, 화마에 휩싸이다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0월
평점 :

명나라 황제의 칙사단이 방문하기 5일전. 얼음이 가득한 서빙고에서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해괴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민심이 시끄러워지자 세종은 장영실과 박연에게 몰래 사건 수사를 지시한다. 세종은 의문의 사건을 풀기 위해 조직된 이들에게 조짐을 미리 보고 세속을 다스리는 관리라는 뜻의 ‘시아이애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장영실과 박연은 궁궐 앞 육조거리와 운종가에서부터 탐문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중에 만나게 된 강호동과 자미관의 기녀 서윤과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사건의 단서를 찾게 될수록 비밀스러운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화마에 휩싸인 서빙고에서 발견된 시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역사 팩션 미스터리라고 할만하다. 현실이 아닌 과거, 내가 잘 모르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해진다. 거기에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생명력을 더한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과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장영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 음악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든 박연까지 역사상 훌륭했던 위인들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마땅히 존경해야할 위인들에게 살인사건 수사라는 미션을 주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의 반전(?)은 최고. 뒤통수 때리는 결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깜짝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놀랄만한 결말이다. 집중하지 못했던 초반의 아쉬움은 짜릿한 결말로 말끔히 해결되더라.
사실 역사 팩션 소설과 친하지가 못하다.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마찬가지. 작정하고 어둡게 쓴 장르소설은 잘 읽히는데 팩션이 어두워지면 읽기가 힘들어진다. 그 재미있다던 <뿌리 깊은 나무>도 상권만 읽다 치운 경험이 있으니 말해 무엇 할까. 하지만 <시아이애이>는 틀리다. 시종일관 말장난을 일삼는 세종이나 거친 사투리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장영실과 넉넉한 인품으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박연 덕분에 내내 유쾌했다. 이런 유쾌한 팩션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여태 상상속의 근엄하고 진중한 이미지의 위인들이었는데 소설 속에서 보여주던 소소한 모습은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세종이 꽤나 흡족했던 모양인데 한 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탐정놀이는 쉽게 볼 수 없고 매우 흥미로운 소재인건 분명하니까. 생각보다, 기대보다 짜릿한 재미를 느꼈으니 흥미진진한 이들의 활극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