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열쇠, 퀀텀 유니버스
마커스 초운 지음, 정병선 옮김 / 마티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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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식의 장막을 걷어내고 마주한 우주의 민낯

물리학 전공자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수식으로 기술되는 기하학적 공간이다. 하지만 그 수식의 엄밀함은 종종 대중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 되기도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커스 초운의 퀀텀 유니버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가치를 증명한다. 저자는 난해한 미분방정식과 텐서(Tensor)의 장막을 걷어내고, 일상적인 언어로 우주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짐 배것의 힉스, 신의 입자 속으로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탐구하는 여정이었다면,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의 입구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가장 친절하고 명확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2. 20세기 물리학의 두 개의 탑: 불확정성과 시공간의 곡률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을 지탱하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 양자역학(1: 작은 것들)과 상대성이론(2: 큰 것들)을 치밀하게 파고든다.

먼저 '작은 것들'의 세계는 직관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고전역학의 결정론적 세계관라플라스의 악마가 지배하던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앞에서 힘을 잃는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확정될 수 없으며, 존재는 확률의 구름(Cloud) 속에 머문다. 저자는 슈뢰딩거의 파동 함수가 그리는 기묘한 확률의 분포를 통해, 우리가 '물질'이라고 믿었던 실체가 사실은 텅 빈 공간 속의 에너지 진동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한 이론적 확장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송두리째 바꾸는 철학적 전환이다.

반면 '큰 것들'의 세계는 아인슈타인의 우아한 기하학이 지배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엮어 4차원 시공간(Spacetime)을 창조했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시공간이 질량에 의해 휘어짐을 증명했다. "물질은 공간에게 어떻게 휘어질지를 말하고, 공간은 물질에게 어떻게 움직일지를 말한다"는 존 휠러의 명언처럼, 저자는 중력이 힘이 아니라 공간의 곡률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등속 운동을 넘어 가속 운동계까지 확장된 이 이론은 블랙홀과 우주 팽창이라는 거시적 현상을 설명하는 완벽한 도구이다.

3. 물리학의 마지막 성배, '최종 이론'을 향하여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의 확률을, 상대성이론은 거시 세계의 인과율을 완벽히 설명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이론은 수학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극도로 작으면서 극도로 무거운 블랙홀의 특이점이나 태초의 빅뱅 순간을 설명하려 할 때, 두 이론은 충돌하고 수학적 무한대가 발생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이 두 세계를 하나의 우아한 수식으로 통합하는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 혹은 '최종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찾아내는 것이다.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그 후보가 될지, 루프 양자 중력(Loop Quantum Gravity)이 답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인류는 끊임없는 탐구 끝에 결국 답을 찾아낼 것이다. 우주의 모든 힘과 물질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 신이 우주를 설계할 때 사용했을 그 청사진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물리학자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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