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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철학 - 근대 과학의 혁명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조호근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8년 4월
평점 :
1. 현상은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 순서로 배치되는가?
100년전 양자역학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대다수의 과학자는 양자역학의 해석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시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학적 체계가 너무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자연현상을 해석할 때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을 찾아서 인과 관계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그 기초적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에서는 위치와 속도가 고전 역학에서 향유하던 직접적이고 명확한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지금까지의 언어로는 양자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언어의 한계는 고전역학을 해석하는 언어의 한계이며 우리는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의 세계를 설명하던 언어이다. 이러한 고전 언어로 양자 세계를 기술하려는 시도는 일관성의 부재와 모순에 부딪칠 수밖에 없어 그 모순을 넘어서는 새로운 언어체계가 필요하다. 양자역학은 이 새로운 언어체계를 위한 첫 시작이다.
「물리와 철학」은 이렇게 새로운 해석 체계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이루어져 내려온 철학적 세계관을 먼저 분석한다. 그는 데카르트의 철학부터 시작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철학적 고찰을 한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새로운 철학적 세계관인 양자역학을 설명한다.
2. 이유야 뭐가 되었든 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오래전 파인만의 책을 읽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양자역학의 기반이 논리적으로 볼 때 약하기는 한데 그래도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데 양자역학 만큼 잘맞는 이론도 없다. 그러니까 결과를 맞추면 되는 거 아닌가!! 그는 이렇게 실용적인 결과를 받아들이며 그 다음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의 이론인 양자전기역학 Q.E.D는 미시세계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 이것은 실용주의적인 미국인의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살짝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체계를 구상할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그 철학적 기반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놓은 철학의 기반이 새로운 해석 체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철학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데카르트를 위시로한 기계철학이 해석의 기반이 아닌 것일까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논쟁이 들어 있다. 그의 책 「부분과 전체」에는 이러한 그의 고민이 깊게 녹아들어 쓰여 있다.
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빈약해 보이는 논리적 근거에 비해 양자역학은 실험 결과를 너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100년 동안 우리는 그 기반위에 실험을 하고 또 다른 새로운 해석을 하며 과학을 발전 시켰다.
3. 끝내 밝혀지지 않은 가설
양자역학을 공부하려면 가장 먼저 보어의 원자 모형을 배우게 된다. 그의 원자 모형에서 원자핵 주변을 운동하고 있는 전자는 특정 궤도에서 안정한 상태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자는 일정한 크기의 에너지를 받아야지만 다른 궤도로 이동을 한다. 에너지가 불연속 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고전역학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양자화된 에너지!!!! 이는 사실 보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흑체복사를 설명하는 파동 곡선에서 이미 플랑크가 실험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수학적 트릭을 사용해 설명할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보어의 빈약한 원자 모형도 그 가설을 넘어서 현상을 설명할 때는 정말 거짓말처럼 잘 들어 맞는다. 그리고 이 후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둥도 이 불안전해 보이는 기본 가정에서 시작을 하고 있다. 이는 당대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많은 논란과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이 말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도 나왔다. 이때 어느 학회에서 있었던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은 지금도 유명한 논쟁으로 세계 최고 석학의 두뇌 싸움으로 인구회자 되었다. 여튼 결국 그들의 논쟁은 보어의 승리로 마무리 되며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지금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앞에 주어진 숙제는 양자역학의 철학적 세계관이 새로운 역학의 발견으로 재해석되는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학에서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여지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지 그것이 절대 진리가 아니다.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그떄까지 자명하게 여겨졌던 위치와 속도의 개념을 재평가하는 중요한 일은 해낸 것이다. - P008
물리학자라면 수학 공식을 확보하고 그 공식을 이용해 실험을 해석하는 방법을 파악하면 만족하게 된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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