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시인선 84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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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민정은 독특한 언어를 사용해 시를 쓴다. 

특히 의식의 흐름대로 시를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언어의 유희를 가지고 놀기도 한다. 

시란 적당히 어려운 말을 적당히 아름다운 언어로 쓰는 것이라는 공식이 아닌

알아듣기 쉽고, 자주쓰기 쉬운 말들로 쉽게 유추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 유추한 다음 내용의 전개가 허리를 찌르며 재미 있다. 

그리고 그 많은 말들을 가지고 논다. 언어의 유희라 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녀의 시집을 한권 한권 사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의 말


시는 내가 못 쓸 때 시 같았다. 

시는 내가 안 쓸 때 비로소 시 같았다.


그랬다.

그랬는데,


시도 없이

시집 탐이 너무 났다. 


담은 벽인데

그 벽이 이 벽이 아니더라도

문은 문 이라서

한 번은 더 열어보고 싶었다.


세번째이고

서른세 편의 시.


삼은 삼삼하니까.


2016년 6월.     김민정

엊그제 곡우
............(생략).............

4월 16일
네 생일인데 네가 없구나
그림움을 드리움이라 썼다가
유치해서 빡빡 지운다지만
네가 없구나 얘야.
네 생일인데 나만 있는 건 성가심이니 대략
아주 착한 나쁜 사람들이라 해두자
늙은 곡예사가 기괴하게 휘두르던 채찍에
매일같이 맞던 아기 코끼리가 너라고 해두자
어미 코끼리가 되어서도 잊지는 말자
지폐를 줍느라 등 구부린 곡예사의 척추를
보란듯이 밟고 지나간대로 그런 너만의 재주니까
보무도 당당하게 당연한 일이라고 해두자
뼈가 내는 아작 소리를 아삭하게 묘사해야 고통에서 고통으로 고통이 전해질 수 있는 거니까
.....................(생략)......................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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