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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 우리 시대 젊은 문인들의 유쾌한 인생과 따뜻한 위로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김연수, 문태준, 나희덕, 박민규, 안도현... 좋아하는 작가들이 몽땅 저자 이름에 포함되는 책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와락~하고 집어든 이 책은, 그래 역시나 좋았다. 유치하게도, 아니 유치할 수밖에 없는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엉덩이에 털이 날 뻔했다. 그러니까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꽤 잘 구성된 어릴 적 종합선물세트 같은 거랄까. 물론 그 속에 먹기 싫은 양갱이나 잘 팔리지 않는 과자를 끼워팔곤 하는 파는 사람의 속셈이 이 책이라고 없어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왜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샤브레나 에이스, 참 질리는 과자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의외의 맛에 놀랄 때가 있듯이, 이 책에서도 잘 알지도 못했던 작가들에게도 마음이 끌렸던 게 사실이다.
최근 몹시도 휘청였던 내게, 이 책은 그런 기쁨을 서물했다. 생각지도 못한 날 부모님이 들고 온 종합선물세트를 두고 두고 까먹는 즐거움... 처음엔 과자의 달콤함에 사로잡혔지만 그 커다란 상자가 비어갈 때쯤 나를 생각해주는 부모님의 마음에 따스해지던 그 행복감... 항상 웃을 수만도 없는 게 인생이지만 또 항상 울 수 만도 없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며 괜찮다고 말해준 당신, 고맙다, 정말. 그리고 이젠 정말 괜찮다, 당신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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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결국 나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정말 그러기야 했겠는가? 사람도 구경하고, 구름도 바라보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담배도 피우고 그랬다. 그렇게 해서 나는 평소에 내가 하는 일 대부분이 노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잔디밭에 누워서 노동을 신성하다고 말한 자들을 향해 주먹을 먹였다. 누군가 "어이, 친구. 어떠신가?"라고 물으면 "응, 잘 놀고 있어"라고 대답해야만 한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노동하지 말자. 놀자.
.........................................김연수, '가끔은 한번씩 쉬어갑시다' 중에서
실수라면 나 역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비구니들이 사는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다음 날 아침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돈하려고 하는데, 빗이 마땅히 눈에 띄지 않았다. <중략> 그러던 중에 마치 노스님 한 분이 나오시기에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이렇게 여쭈었다. "스님, 빗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스님은 갑자기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제서야 파르라니 깎은 스님의 머리가 유난히 빛을 내며 내 눈에 들어왔다.
........................................나희덕, '실수' 중에서
그는 교통사고로 부인과 다섯 살 난 아들을 잃은 친구였다. 일찍 시작한 사업이 부도가 나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명절에 가족들과 고향집에 다녀오던 길에 그만 사고를 맞은 것이다. 다행히 그는 다리만 조금 다쳤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신만 살았다는 것에 그는 더욱 더 울부짖었다. 그에게 삶은 암흑이었고 어떤 말도 그 어떤 종교도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중략>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글을 써서 보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 권대웅,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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