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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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한국 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하드고어한 책이라 더 좋았다.
밤에 혼자 창문 열어놓고 담배 피면서 읽기 좋은 책.
시체와 냄새, 쓰레기, 구더기 같은 이미지들이 난무하지만,
때론 희망보다 절망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법.
편혜영이 그린 절망의 이미지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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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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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인데 마치 한 권의 소설 같아요.
베를린이라는 장소와 서가의 주인, WG 같은 친구들이 있는
그녀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읽으면 나도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 타지에 홀로 놓여 있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만큼...
배수아의 모든 책들을 다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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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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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강이랑 작가님의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를 읽었다. 손에 착 감기는 부피감, 무겁지 않은 텍스트, 가끔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나라면 저렇게 생각하 수 있었을까 고민하기도 하게 하는 작가님의 하루들. 원래 책을 오래 잡고 읽는 편이라 한 편의 책을 다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이번 책은 술술 유쾌하게, 또 감동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강이랑 작가님은 어린이 문학을 연구하고, 변역하고, 일본에 유학도 다녀오고, 한국에선 어린이 문학 연구 강의를 하신다. 연구비는 세 달에 한 번 입금. 그나마 지금은 연구도 그만 두고 어린이책 집필에 열정을 쏟고 계신다. 말 그대로 전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가난한 삶. 


가난이라는 말과 현상 자체가 사실 나에게는 굉장히 가까우면서도 멀다. 뉴스에서, 칼럼에서, 책에서 발견하는 가난은 때론 너무 가까운 것 같고, 중상위층 집에서 운 좋게 태어나 한 번도 경제적 어려움 움을 실감해본 적 없는 나에겐 굉장히 먼 것 같다. 


친구가 조리퐁 한 상자를 보낸 날은 연구비가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회사원으로 따지자면 월급이 들어오기 직전의 가장 궁핍한 시기라고나 할까. (중략) 그런데 때가 되어도 연구비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지인들이 보내준 쌀과 김치가 있어서 냉장고에 있는 채소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중략) 나는 수시로 현금 인출기를 들락거리며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이제 우유를 살 돈도 없다. 


물론 세상 모든 가난한 이가 유쾌할 수는 없겠지. 작가님의 삶도 가난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의 삶일 테다. 어쨌든 작가님은 친구들과, 공부하며 만난 사람들과, 함께 번역을 하는 사람들과 없는 것도 나누고 영감을 나누고 일감을 나눈다. 그러니까 작가님이 추천한 동화책의 작가의 말처럼 "로큰롤한 기분"으로. 


동화책 작가로, 연구가로, 번역가로 활동하신 만큼 만난 아이들도 많다. 일본어 발음이 어색해서, 아직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동화책을 낭독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함께 즐거워하고, 뒷내용을 궁금해하고,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로 다가오던 아이들에 관한 얘기. 


동심은 단순히 아이의 마음일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우열을 가리지 않는 마음이다. 함꼐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아이가 좋다, 어른이 좋다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고, 결국 때에 따라 유연하게 어른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선택해서 가져야 한다는 작가님의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좋은 그림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과정도, 지진한 삶도 견뎌내겠다는 작가님의 다짐이 나 또한 새로이 다짐하게 했다. 가끔 일상이 버거울 때면 꿈이고 자기계발이고 취미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온다. 그런데 결국 나도 작가님처럼 최종적으로 그리는 내 이상이 있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선 "고생했어. 내일은 더 즐겁게 놀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거. 그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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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기가 싫어 - 달리고 싶지만 달리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애증의 러닝 가이드
브렌던 레너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좋은생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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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천 키로미터를 뛴 러너의 달리기 에세이. 특별히 전문적으로 달리기를 배워본 적도, 마라톤에서 우승을 노릴 정도로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러너'라고 정의내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랄까. 


저자는 러너가 되기 위해선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도,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한 것도, 우수한 기록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과연 러너라고 생각하는가이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 달리기는 운동복을 입고 신발을 신고 나가서 달리는 순간까지도 하기 싫고 불편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주 잠깐 달리기가 기분 좋고 상쾌해진다. 


달릴 때마다 단 몇 초, 몇 분이라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 경쾌하고 우아하게 달리다 보면, 앞으로 무엇을 하든 그 움직임에 활력과 자신감이 드러날 것이다.

-<난 달리기가 싫어> 13쪽

달리기의 불편한 감각을 이겨낸 사람은 삶의 다른 불편함도 버틸 수 있는 내성이 생긴다. 그래서 무엇을 하더라도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달리기는 훈련이 오래 필요하다. 단거리 마라톤이든 중장거리 마라톤이든 실제로 뛰는 시간보다  달리기 위해 훈련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나는 러너가 아니라 못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명사는 잊고 동사를 하라.

-오스틴 클레온(Austin Klean), <킵고잉: 좋은 날도 힘든 날도 나를 나아가게 하는 10가지 방법>

'나'라는 명사는 잊고 '달린다'는 동사만 수행하다보면 달리기를 할 수 있다. 혹은 아직은 시간이 부족하고 제대로 운동할 여유가 없어 라며 언젠가 제대로 운동을 시작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주 동안 말만 하고 다짐만 하는 것보다 하루 5분이라도 뛰고 오는 게 훨씬 낫다.


10킬로미터든 42.195킬로미터든 어마어마한 거리를 달리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일단 그럴싸한 거리부터 시작하자. 블로그 '젠 해비츠Zen Habits'를 운영하는 리오 바보타Leo Babauta의 말마따나 시작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쉬워야 한다."

-<난 달리기가 싫어> 29쪽

저자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쉬운"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잡으면 금새 지치고 포기한다. 처음엔 잘하지 못해도 된다는 좋은 핑계도 있다! 일단 쉬운 목표부터 잡고 실천하라. 


나는 달리기를 해본 사람도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지!' 하고 손뼉을 탁 치는 순간이 많았다. 처음 운동을 대하는 자세, 힘든 운동을 굳이 하는 이유, 지치지 않고 오래 꾸준히 달리는 법 등 저자가 정말 달리기를 애증한다는 것을 읽으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앞으로 퇴근 후 10분이라도 집 앞 공원 산책이라도 나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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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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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숙 씨는 이제부턴 저항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들을 뒤로 밀어놓고 달려가려는 시의 머리채를 확 잡아챌 것이다. 같이 가! 하고 외치며. -<헬프 미 시스터>, 271쪽


유해한 것들이 넘쳐나서 더 이상 무엇이 유해한지 구분하지 않는 시대구분이 불가능하거나 모호하다기보단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구분을 포기한 것에 가깝다그렇다면 모든 게 명확히 정의되어 있고 확고한 기준이 있는 법에 기댈까그러기엔 법이 정의를 대변하지 않으며 결국 승리하는 건 기득권의 체제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그렇다면 벼랑 끝에 몰린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기댈 수 있을까어디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이서수 작가의 신작, <헬프 미 시스터>는 너무 현실적이라 되려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한 인터뷰에서 병렬구조의 이야기가 각자의 사정을 잘 드러내주는 구조라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수경, 여숙(수경의 母), 보라(여숙의 친구의 딸), 우재(수경의 남편), 양천식(수경의 父), 은지(준후의 여자친구), 준후(수경의 조카)─ 다소 많은 인물들의 ─ 이야기가 차례대로 서술된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삶, 과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하는 삶, 적응하기도 전해 발빠르게 도망가는 삶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850원을 받기 위해 걷지 않고 뛰어야 하는 삶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야 할까. 성폭행, 가해자의 (자칭) 반성과 고소 취하, 투자 실패로 얻은 빚더미, 아무도 관심 없는 플랫폼 노동자의 실제 삶, 채팅앱으로 청소년들을 꾀어내는 어른들… <헬프 미 시스터>는 너무 자주 일어나는 우리 삶의 비참함을 비추면서 그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


자생(自生)을 강조하며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라고 설파하는 말들이 거짓이라는 걸 우리는 이제 잘 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 사건 뒤에 남겨진 성폭행 피해자들,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안전도, 수입도 보장되지 못하며 언제든 실직할 위험을 안고 뛰는 플랫폼 노동자들 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언제까지 과거에 메여 있을 거야!라든가, 본인이 노력하지 않아서 저임금 노동자가 된 거면서 누구 탓을 해?라든가. 우리는 소수자를, 피해자를 매도하는 말들에 쉽게 노출된다.


타인의 삶은 미지다. 우리는 살아보지 못한 삶에 공감할 수 없지만, 새로운 시작을 빌어줄 수는 있으니까, 무서워 말라고 함께 변화를 마주하고 발을 뻗어 보자고 용기를 줄 수는 있으니까.


<헬프 미 시스터>는 수려하거나 세련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투박한 문체와 특별할 것 없는 주인공들 덕분에 우리는 주변의 일상을 더 일상처럼 느껴볼 수 있다. 현실은 늘 찬란하거나 황홀하지 않으니까. 때로 우리는 가장 좋은 때와 가장 나쁜 때를 함께 겪기도 하며, 거칠고 박한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열망을 참지 못하며, 누군가는 함께 싸워주기 위해, 사람이 아닌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것. 그게 우리의 희망이 아닐까?



수경은 보라의 말을 들으며 보라의 등을 계속 쓰다듬고 있는 동안 아주 나이 많은 할머니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언니,라는 말을 들으면 좋을 텐데. 그때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언니라는 말엔 누군가를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지켜주는 존재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수경은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허리가 굽고 눈썹이 모두 흰색으로 변하더라도 언니,라고 누군가 불러준다면 저절로 강해질 것 같았다. -<헬프 미 시스터>,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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