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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조님과 나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문조님과 나>는 이마 이치코라는 일본인 만화가가 문조를 키우면서 겪는 일에 대해 덤덤한 태도로 그리고 쓴 만화이다. 이 만화책이 번역 출간되자 마자 사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첫째, 나는 이마 이치코의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백귀야행>의 작가라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둘째, 동물을 키우는 이야기 - 이런 건 무조건 호감이 간다. 심지어 그림이 그닥 예쁘지 않아도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셋째, 이건 첫 번째 이유와 연결이 되는 것이기도 한데, 문조라면 <백귀야행>의 오지로와 오구로의 모델이 된 새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백귀야행>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재미 있는 부분이 바로 오지로와 오구로이기 때문에 호감도가 마구마구 상승했던 거다.
하지만, 이 책을 구입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렇게 된 데에도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아무래도 만화책을 사는 데는 좀더 시간을 두고 망설이게 된다(불공정하지만 만화책은 여러권으로 이루어져서 책장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결국 돈도 많이 드는 데다 결말이 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둘째, 다른 만화책에 비해 상당히 얇은 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더 비쌌다. 그래서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친구가 내게 선물을 해주었다(감사 감사!)
본론으로 들어가면(왠지 서론이 무지 길고 본론은 아주 짧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 <문조님과 나>는 적어도 나에게는 무지무지 재미있는 만화였다. 그리고 얇기는 하지만 왠일인지 읽는 데는 다른 만화책보다 오히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지면에 빼곡하게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 새를 키운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새장 속에 가둬놓고 그저 관상용이나 노래를 듣기 위해 키우는 경우가 거의 전부일 텐데, 일본에서는 새장은 새들의 집으로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집 안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닭대가리’라서 지능이 낮아 주인과 교감이 별로 없다는 편견과는 달리, 이마 이치코는 자신이 키우는 여러 마리의 문조들과 충분히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그건 그거고, 새들이 집안에서 날아다니면서 싸대는 똥을 생각하면, 교감도 좋지만 역시 새를 키우는 건 답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된다. -_-;;)
처음에는 한 마리로 시작했던 문조 기르기가 8-9마리의 문조로 늘어나고, 거기에 십자매 두 마리까지 합류하는 상황은 무척 코믹하면서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그런 것이었다. 나도 다행히 두 마리에서 멈추기는 했지만, 고양이 한 마리에서 시작하여 몇 달 지나지 않아 두 마리로 증식하는...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8-9마리나 되는 문조들 + 두 마리의 십자매 각각의 유별나고도 특이한 성격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것도 이 만화책이 주는 재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이마 이치코네 문조의 첫 세대들 - 후쿠피, 하나칭, 나이조, 스모모 - 에게는 작가의 특별한 애정이 깃들어 있는 듯 하여 가장 생생한 캐릭터가 되었다.
원래 문조라는 새를, 십자매와 더불어 새 중에서는 가장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마 이치코의 뛰어난 묘사 덕분에 더욱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빨갛고 도톰한 곡선을 그리는 부리가 최고의 매력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