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대화 - 무신론자와 신학자, 기독교를 말하다
자오치정.루이스 팔라우 지음, 이상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과 대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화와 소통은 내가 아닌 상대방이 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전제한 뒤에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을 상정하기 힘들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 쪽에는 신의 말씀이 있고 다른 쪽에는 인간의 말들이 있다. 그들이 이야기하면서 듣는 모든 말은 인간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말들은 절대적 진리에 비추어 교정되고 교화되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말이 신의 말씀을 교정하게 되는 기적을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자오치정은 과학자이자 공산당 간부인 무신론자이며 루이스 팔라우는 빌리 그레이엄의 후계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전도사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대화자들은 그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었으며 많은 소통과 교감을 나누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일말의 기대와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과연 그들은 소통할 수 있었을까? 가능했다면 어떤 통찰을 공유하게 되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기대는 사라졌고 실망의 확인만이 남았다. 그들은 서로 친목을 도모하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로 인해 다시 한번 분명해진 사실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은 결코 근본적인 점에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팔라우 박사의 말을 읽을때마다 짜증이 솟구쳤다. 내가 경멸하는, 우리 나라의 기독교인들이 전도할 때 쓰는 논법을 그대로 구사하기 때문이었다. 자오치정의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질문에 대해서는 논점을 회피하면서 도망가고, 인과관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다 하느님의 섭리로 끌어오고, 논리적 비약과 협박을 일삼아대는 그 논법들. 인간이 영적으로 고독하기에 신을 찾는다는 말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왜 하느님이 존재하신다는 결론이 아무런 논증도 없이 도출되는가?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것은 자오치정의 동양 철학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이었다. 자오치정이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짜증 좀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는 노회한 정치가이니만큼 좋게좋게 넘겼겠지만.

어쨌든 내가 기독교인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시간을 들여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의 대화는 그들의 입장 차이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데에서 끝난다. 나는 이 두 사람이 소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두 사람이 쓰는 어휘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자오치정은 끊임 없이 팔라우에게 "이해할 수 없다"고 묻는다. 팔라우는 끊임 없이 "믿는다"고 말한다. 이해와 믿음의 간격은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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