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허리 - 허리 보증 기간을 100년으로 늘리는 방법
정선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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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허리를 다친지 한 달하고도 보름. 통증이 아주 쪼금 줄긴 했지만 크게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별히 치료를 받기 보다 허리에 무리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신전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와 해법들을 담고 있다. 오해라는 말에 걸맞게 놀랄 내용들이 많다. 딱 한가지만 말하자면 처음 다쳤을때부터 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는 거. 며칠만에 낫는다고 예전 그대로의 생활 습관을 유지하다간 그때부터 지옥문이 열리는거다. 그리곤 돌아올 수 없... 물론 그 전부터 미리미리 운동으로 예방하는 건 당연한거고.

상처가 나면 절로 아물듯이 허리디스크도 자연적으로 아문다. 물론 그 기간이 엄청 길다는게 함정이지만 암튼, 아물기 전에 다시 다치고 또 다치고 해서 자연적으로 아무는 경험을 한 사람이 거의 드물다는 게 포인트. 암튼 허리 때문에 고생인데 웬만한 치료를 받아봐도 차도가 없다 싶은 분들은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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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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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덕분에 알게 된 유현준 교수. 그의 저서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를 진즉에 읽고 싶었지만 다른 책들에 밀려서 아직 읽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이 책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저자가 경험한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이다.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고 해석되는 만큼 건축가인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 있는 공간이 대부분이라 서울 시민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물론 어린시절도 나오고 유학시절 이야기도 나온다. 매우 다양한 공간이 등장하는 만큼 본인이 추억하는 또는 가보고 싶은 곳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듯. 내가 관심가는 곳들을 꼽아 보자면, 우선 MIT 채플이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내부에 들어서면 처음 받는 인상은 '어둠'이다. 눈이 어둠에 적응해갈 때쯤 보이는 건축 요소는 제단 위에 있는 금속 장식물이다. 여러 개의 줄에 작고 네모난 금속판이 붙어 있는 장식인데, 위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금속판의 개수와 밀도가 늘어난다. 이런 디자인으로 인해 하늘의 은총이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듯한 빛이 연출된다. - 108p

잠수교도 인상적이었다. 서울 시민들은 놀랍겠지만 난 잠수교에 언덕이 있는 줄 몰랐다(참고로 난 대구 원주민.ㅋ). 잠수교가 있는지는 알았다. 왜냐면 장마때마다 뉴스에 나왔으니깐. 책을 통해 잠수교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MIT 채플 만큼 더 인상적인 공간이 선유도 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과거 건물이 있던 자리에 기둥만 남겨놓은 곳이라는데 그곳을 담쟁이덩쿨이 타고 올라있는 모습이 정말 흥미롭다. 애초에 의도한 걸까 아님 어쩌다 담쟁이가 올라온걸 그대로 놔둔 걸까. 어느쪽이든 간에 그 결과물을 직접 보고 싶긴하다.

여러분 주변에 이런 '등잔 밑' 공간을 찾아두면 좋다. 집이 작을지라도 이 도시 속에 그런 공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 것이다. 내 것은 내 것대로 쓰고, 숨겨진 주인 없는 공간도 내 것처럼 쓰는 것이 이 도시 속에서 부자로 사는 방법이다. - 279p

에세이기에 당연하지만 건축쪽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 초반에 마치 사진의 캡션처럼 느껴지는 짧은 글들이 꽤 있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별점은 4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은 '건축'이 아닌 도시의 '공간'에 관한 책이라는 걸 참고하시길.

우리에겐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다. 우울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색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그런 공간 리스트 말이다. 그런 리스트가 있을 때 여러분의 삶은 더욱 위로받고 더 빛나게 될 것이다. - 4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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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9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9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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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9>를 이제야 완독했다.ㅋ 생각날 때마다 한 키워드씩 읽다보니 1월 말에 시작한게 4월까지 이어졌다. 오해할까 싶어 말하자면 글 자체는 가독성이 좋다. 걍 내가 흥미가 없어서일뿐. 만약 마감 기한이 있었다면 금방 읽었을 정도로 가독성은 좋다.

지난해엔 워라밸과 소확행이 기억에 남는다면 올해는 '컨셉을 연출하라'와 '필환경시대' 그리고 '감정대리인'이 기억에 남는다. 컨셉 관련해서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반성을 하게 했다. 도무지 나만의 컨셉이란 걸 찾을 수가 없으니 원... 깊이 반성중이다.

필환경시대 파트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참... 빨리도 트렌드가 되었다."라는 거. 이미 환경 부분은 수습 불가라고 생각하는 1인이라 읽으면서 씁쓸했다. 사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당장 오늘 인류가 멸종해도 전혀 이상할거 없고, 인간을 제외하고 안타까워 할 존재는 1도없다. 암튼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최대한 진행을 늦추면 다행이고.

'감정대리인' 부분 역시 씁쓸했다. 현대인들이 감정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으로 점차 외주화를 하게 되는데 그로인해 스스로의 감정에 무뎌져 결국 본인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현실. 너무 공감 되었다.

트렌드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책에 언급되는 사회의 변화 보다 언급하지 않는 문제점들에 더 끌린다. 내가 사업이나 마케팅을 하는 입장이 아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흥미롭게 읽지 못하는 게 아닐까. 물론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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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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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를 처음 영접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 의미를 다 잡은 판타지 성장 소설이자 가족 소설. 청소년 문학의 범주에 넣는 것이 무의미하다. 청소년은 물론 보다 많은 성인들이 읽기를 바란다. (개정판 기준)파스텔톤 표지와 대비되는 띠지 속 '잔혹동화' 문구가 의아했지만 완독 후에 그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작품은 '다양성'과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가족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 특히 한국인은 모든 일에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들에겐 무엇이든 올바른 정답이 있다. 이것은 이래야 하고 저것은 저래야 한다. 그게 아니면 문제가 있는거고 정상이 아니다. 인간은 물론 가족도 마찬가지, 모두들 사람과 가족하면 떠오르는 올바른(?)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을 포함해 수천년의 역사 속 그러한 예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차지했을까?

엄마는 이 과제에 담긴 두 가지 전제 조건을 혐오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불안해하며 왔다가 쌓인 불만이 서로 터진 참이었다. 그 두 가지란, 하나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있을 것이며 따라서 가정은 화목하리라는 오류, 또 다른 하나는 모든 화목한 가정이 동영상 촬영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그에 준하는 전자 기기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물질적으로 넉넉하리라는 짐작. - 214p

'정답'에 의하면 엄마나 아빠가 없으면 정상이 아니고, 아이가 없어도 정상이 아니다. 입양은 물론이고 이혼과 재혼은 말해 뭣하랴. 동성부부는?? 가족에 대한 정답은 누가 정했나? 세상엔 정답이 없는 것 투성이다. 정답이 아닌 수많은 답이 있을 뿐이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인간의 삶을 두고 '애틋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간은 누구나 불쌍하고 애틋한 존재다. 엄마든 아빠든 자녀든 간에 모든 인간은 애틋하다. 각각의 살아 숨쉬는 존재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기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이 부모의 삶과 그들에 대한 애틋함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가족의 조건은 뭘까? 피만 섞이면 될까? 법으로 엮이면 되나? 그런식이면 남보다 못한 가족들이 널리고 널렸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서로에게 짐인 동시에 힘이 되고자 하는 존재'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겨 경제적 심리적으로 짐이 되어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된다면 혈연 따위는 아무 의미없다. 어제 만난 사이라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 수십년간 원수 지간이었던 부모 자식, 형제도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런 조건만 충족된다면 구성원이 둘이든 열이든, 맨날 지지고 볶든 가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구병모 작가 첫인상이 좋다. 다음에 읽게 되면 그땐 <파과>를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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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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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 7p


4년 만에 다시 읽었다. 지난번에는 남주인 시마무라에 집중했지만 이번에는 상대역인 고마코에 더 관심이 갔다. 역시나 이야기에 특별한 굴곡(기승전결)은 없었다. 방송으로 치면 KBS <인간극장>정도? 그래도 감각적인 현실 묘사 외에 인물들이 처한 상황, 관계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4년 전 기억에는 그 유명한 첫 문장과 같은 영화적인 묘사로 가득했지만 다시 읽어 본 바, 그런 부분이 생각처럼 많지는 않았다. 물론 문장들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 국경의 산을 북쪽으로 올라 긴 터널을 통과하자, 겨울 오후의 엷은 빛은 땅밑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했다. 낡은 기차는 환한 껍질을 터널에 벗어던지고 나온 양, 중첩된 봉우리들 사이로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산골짜기를 내려가고 있었다. 이쪽에는 아직 눈이 없었다. 개울을 따라 이윽고 너른 벌판으로 나오자, 신기하게 깎아지른 정상으로부터 완만하고 아름다운 사선이 멀리 산기슭까지 뻗어내린 능선 위에 달이 떠올랐다. 들판 끝, 단 하나의 볼 거리인 그 산의 온전한 모습을 엷게 노을진 하늘이 짙은 남빛으로 선명하게 그려냈다. - 75p 》

거의 매년 한번씩 '설국'에 들르는 시마무라는 도시를, '설국'의 게이샤인 고마코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골을 상징한다. 부유함, 개인주의, 외로움, 우유부단함은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이미지다. 시마무라는 이런 이미지를 대변한다. 나와 같은 골수 도시인에게 시골이란 어떤 의미일까. 동경은 하지만 살고 싶지는 않은, 나에게 시골은 그런 공간이다. 이번에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시마무라에게 고마코는 '서양무용'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시마무라에게 시골(=설국)과 고마코, 서양무용은 모두 비슷한 존재들이다.

스토리 위주로 감상하는 이는 접근 금지다. <설국>을 읽으려거든, 오감을 깨우는 현실 묘사와 주요 인물들의 관계 및 상황 변화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별점은 네 개다. 아무리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한들 기승전결 부재인 소설은 슈크림 없는 붕어빵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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