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트 - 전2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문화인류학자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 세계적 베스트셀러였고 국내에서만 200만부 이상 판매된 작품으로 이번에 30주년 기념 에디션이 나왔다. 내가 주목한 점은 구석기 시대가 배경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그것 하나로 구미가 당겼다.

페미니스트가 많이 읽은 작품이라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뛰어난 여성이 무식하고 가부장적인 남성들에게 학대와 핍박을 받고, 그것을 통쾌하게 이겨내는 과정을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주인공을 비롯한 극 중 여성들은 되려 좋은점과 나쁜점을 모두 지닌 인물들이다. 특히 주인공 야난은 진취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때론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좋지못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약간 의아함과 동시에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주인공이 완벽하게 그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머니'가 중심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라는 존재'다. 페미니스트 중 일부는 남성의 존재 자체를 혐오해서 그런건지 출산이라는 행위마저도 기피하던데;;; 그분들의 경우 이 작품을 보면 되려 분노하지 않을까 싶다.

당시 여성들에게 출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렵게 다가왔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물론 당시보다는 덜하겠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이런 이야기하면 꼭 "그럼 출산하지 않은 여성들은 위대하지 않다는 거냐!!"며 민감하게 반응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껜 '여성 개개인은 모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배경이 구석기 시대인 만큼 인간의 미개함이 적나라하게 그려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부분이 없었다. 남녀 간에도 세대간에도 혈통과 부족간에도 나름의 존중과 배려가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의아한 맘으로 정말 그랬을까 했는데, 역시... 작가가 '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정신적, 물리적 문화는' 모두 본인의 상상이었음을 에필로그에서 밝힌다. 완전 허무했지만 역사 시대가 아닌 만큼 그걸 정확히 알아낼 방법이 없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된다.

서사로서의 재미는 그닥... 전체 두 권, 대략 700페이지로 술술 읽히지 않고 중간중간 지겨웠다(특히 영혼 시점 부분).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소개 문구에는 '강렬한 서스펜스'라는 표현이 있지만 내 기준에는 그닥... 구석기시대가 배경이 아니었다면 지쳐서 완독하지 않았을 것 같다(그래도 2권은 조금 낫다). 초반과 중반 영혼 시점인 부분과 동물을 묘사하는 부분을 대거 추려서 500페이지짜리 한 권으로 냈으면 좀 더 읽기 좋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내가 미혼&남성이기에 이 작품을 온전히 공감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엄마이자 딸인 위치에 있는 분들의 감상이 매우 궁금하다. 재미는 모르겠지만 결혼과 출산을 혐오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별점은 4개.

※ 해당 책은 홍익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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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0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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