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헛된 허세나 과시욕 따위는 배제하고 그때 그 책의 무엇을 왜 좋아했고, 그로 인해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책을 가지고 노는 방법들'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 16p

유쾌한, 즐거운, 가벼운, 부담없는 독서에세이 책을 만났다. 지금껏 읽은 독서에세이 중 가장 재미있게 본 책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패한 독서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다수가 성인이 된 후, '책&독서'하면 구식이고 딱딱한 행위라는 느낌을 갖는 것이 현실이니까. 원래도 그런 이미지인데 독서 말고 재미난 것들이 넘쳐나는 환경까지 더해 독서 인구 감소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내가 무슨 권독사도 아니고 책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우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쓰레기 같은 내용의 책도 얼마든지 있고, 티브이나 인터넷으로도 훌륭한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래도 몇 가지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174p

그 좋아하던 책을 읽기 위해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의 라이벌들은 막강하다. 책 중독자였던 어린 시절 정도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책씨, 분발해주길 바라. - 177p

지루하고 딱딱한 일일수록,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유쾌함과 즐거움이 필요하다. 펼치면 무조건 완독을 해야하고, 검증(?)된 고전이나 추천 목록 속 책들을 읽어야하며, 저자 또는 지식인들이 말하는 의미와 해석을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내야만 한다. 그래야 일반 독자들이 보다 쉽게 독서를 취미로 삼을 수 있다. 자신이 독자인지 학자인지 헷갈리지 말지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끝까지 유쾌 상쾌 통쾌로 일관하는 건 아니다. 마지막 '3장. 계속 읽어보겠습니다'에서는 기존의 가볍디 가벼운 문체에 무게를 가득 담는다. 이는 3장의 내용이 삶, 행복, 사회, 법 등과 같이 사적인 부분을 다뤘던 이전 장들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취향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직업과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과 같은 이전 저작들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과 내용이 뜬금없진 않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의감이 아니다. 오류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략) 나는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고 있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 219p

별점은 다섯개(만점)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이제 막 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부담없이 추천 할 수 있는 책이다.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한 문체 덕에 가독성이 좋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수의 책들이 쉴틈없이 쏟아지는게 초보 독자에겐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독서에세이의 특성이니 뭐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멘붕이 올 땐 오히려 '내가 모르는 양질의 책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식의 생각전환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 14p

나 역시 책, 독서, 모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독서 습관화 측면에선 이를 고귀한 무언가로, 의미심장한 행위로 떠받들고 추앙하느니, 차라리 문유석 판사나 김겨울처럼 놀이나 친구로 생각하는 편이 훨 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지운의 <인랑>을 봤다. 좋아하는 원작인데다 싱크로율 높은 주연 캐스팅이라 기대했다. 게다가 감독이 김지운이니 실패 확률은 20% 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봉 후 평이 가히 처참하여 관람을 포기했다.

VOD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떻게 망할 수가 있지?‘ 그래서 보기로 했다.

<리얼>급은 확실히 아니지만 절대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임은 분명하다. 일단 겁나 지겹다. 둘에 하나는 보다 잠들지 않을까. 안그래도 지겨운데 원작에도 없는 씬들을 넣어(그것도 역시 지겹게) 마지막 인내심까지 쥐어 짜내야 했다.

원작이 드라이하고 불친절한 작품이라, 쉽게 말해 대중성이 부족해서 각색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떻게 각색한 부분마다마다 마이너스인지... 이민호와 한예리 캐릭터는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진행에 방해가 되었다(민호의 연기 역시 방해). 그들의 팬들 덕을 보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강동원이 한효주를 만나는 설정도 왜 바꾼 건지 그게 더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어떻게 자기 앞에서 자폭해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그 아이의 유품을 직접 전달할까? 원작은 ‘왜 아이는 자폭을 했을까?‘란 의문에 유품을 두러 납골당을 들렀다 우연히(?) 같은 시간 방문한 한효주를 만난다.

그리고 둘의 6G 정도 되는 초스피드 멜로는 뭔가? 원작은 내 기억에 초반엔 두이 같이 떨어져 걷는 정도고 후반에야 허그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만나는 날 바로 kiss.ㅋ

하고픈 말이 너무 많지만 바쁜 몸이라 한가지만 더. 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반전을 중반 이전에 그것도 허무하게 알려버리는지? 특히 한효주의 정체는 진짜... 원작에서는 꽤나 큰 충격이었지만 여기선 꽤나 큰 한숨이 나왔다. 내 예상인데 거기서 한효주의 정체를 관객에게 알려야 민호와 한예리의 역할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연기는 김무열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가 문제였다. 각색과정에서 설정 오류가 생긴 캐릭터라 김무열의 열연이 되려 마이너스가 되었다. 후반부 그의 최후는 정말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게 정말 김지운이었나? 혹시 비선실세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추다. 그냥 일반 감독이 만들었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워낙 올해 망작의 망령들이 돌아 다니니 말이다. 하지만 김지운의 작품이 이렇다니... 그걸 감안하면 사람들의 혹평이 충분히 공감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나 2018-08-24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원작도 불친절한 편이였는데 각색마저 그러했다니...

세상틈에 2018-08-24 22:09   좋아요 0 | URL
너무 아쉬워요.ㅜ.ㅜ 방어구인 프로텍트 기어와 지하수로까지.. 진짜 미술 파트에선 거의 완벽 재현했거든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니깐... 김지운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