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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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허세나 과시욕 따위는 배제하고 그때 그 책의 무엇을 왜 좋아했고, 그로 인해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책을 가지고 노는 방법들'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 16p

유쾌한, 즐거운, 가벼운, 부담없는 독서에세이 책을 만났다. 지금껏 읽은 독서에세이 중 가장 재미있게 본 책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패한 독서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다수가 성인이 된 후, '책&독서'하면 구식이고 딱딱한 행위라는 느낌을 갖는 것이 현실이니까. 원래도 그런 이미지인데 독서 말고 재미난 것들이 넘쳐나는 환경까지 더해 독서 인구 감소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내가 무슨 권독사도 아니고 책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우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쓰레기 같은 내용의 책도 얼마든지 있고, 티브이나 인터넷으로도 훌륭한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래도 몇 가지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174p

그 좋아하던 책을 읽기 위해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의 라이벌들은 막강하다. 책 중독자였던 어린 시절 정도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책씨, 분발해주길 바라. - 177p

지루하고 딱딱한 일일수록,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유쾌함과 즐거움이 필요하다. 펼치면 무조건 완독을 해야하고, 검증(?)된 고전이나 추천 목록 속 책들을 읽어야하며, 저자 또는 지식인들이 말하는 의미와 해석을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내야만 한다. 그래야 일반 독자들이 보다 쉽게 독서를 취미로 삼을 수 있다. 자신이 독자인지 학자인지 헷갈리지 말지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끝까지 유쾌 상쾌 통쾌로 일관하는 건 아니다. 마지막 '3장. 계속 읽어보겠습니다'에서는 기존의 가볍디 가벼운 문체에 무게를 가득 담는다. 이는 3장의 내용이 삶, 행복, 사회, 법 등과 같이 사적인 부분을 다뤘던 이전 장들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취향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저자의 직업과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과 같은 이전 저작들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과 내용이 뜬금없진 않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의감이 아니다. 오류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략) 나는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고 있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 219p

별점은 다섯개(만점)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이제 막 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부담없이 추천 할 수 있는 책이다.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한 문체 덕에 가독성이 좋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수의 책들이 쉴틈없이 쏟아지는게 초보 독자에겐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독서에세이의 특성이니 뭐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멘붕이 올 땐 오히려 '내가 모르는 양질의 책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식의 생각전환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 14p

나 역시 책, 독서, 모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독서 습관화 측면에선 이를 고귀한 무언가로, 의미심장한 행위로 떠받들고 추앙하느니, 차라리 문유석 판사나 김겨울처럼 놀이나 친구로 생각하는 편이 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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