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의 <인랑>을 봤다. 좋아하는 원작인데다 싱크로율 높은 주연 캐스팅이라 기대했다. 게다가 감독이 김지운이니 실패 확률은 20% 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봉 후 평이 가히 처참하여 관람을 포기했다.

VOD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떻게 망할 수가 있지?‘ 그래서 보기로 했다.

<리얼>급은 확실히 아니지만 절대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임은 분명하다. 일단 겁나 지겹다. 둘에 하나는 보다 잠들지 않을까. 안그래도 지겨운데 원작에도 없는 씬들을 넣어(그것도 역시 지겹게) 마지막 인내심까지 쥐어 짜내야 했다.

원작이 드라이하고 불친절한 작품이라, 쉽게 말해 대중성이 부족해서 각색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떻게 각색한 부분마다마다 마이너스인지... 이민호와 한예리 캐릭터는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진행에 방해가 되었다(민호의 연기 역시 방해). 그들의 팬들 덕을 보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강동원이 한효주를 만나는 설정도 왜 바꾼 건지 그게 더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어떻게 자기 앞에서 자폭해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그 아이의 유품을 직접 전달할까? 원작은 ‘왜 아이는 자폭을 했을까?‘란 의문에 유품을 두러 납골당을 들렀다 우연히(?) 같은 시간 방문한 한효주를 만난다.

그리고 둘의 6G 정도 되는 초스피드 멜로는 뭔가? 원작은 내 기억에 초반엔 두이 같이 떨어져 걷는 정도고 후반에야 허그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만나는 날 바로 kiss.ㅋ

하고픈 말이 너무 많지만 바쁜 몸이라 한가지만 더. 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반전을 중반 이전에 그것도 허무하게 알려버리는지? 특히 한효주의 정체는 진짜... 원작에서는 꽤나 큰 충격이었지만 여기선 꽤나 큰 한숨이 나왔다. 내 예상인데 거기서 한효주의 정체를 관객에게 알려야 민호와 한예리의 역할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연기는 김무열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그가 맡은 캐릭터가 문제였다. 각색과정에서 설정 오류가 생긴 캐릭터라 김무열의 열연이 되려 마이너스가 되었다. 후반부 그의 최후는 정말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게 정말 김지운이었나? 혹시 비선실세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추다. 그냥 일반 감독이 만들었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워낙 올해 망작의 망령들이 돌아 다니니 말이다. 하지만 김지운의 작품이 이렇다니... 그걸 감안하면 사람들의 혹평이 충분히 공감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나 2018-08-24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원작도 불친절한 편이였는데 각색마저 그러했다니...

세상틈에 2018-08-24 22:09   좋아요 0 | URL
너무 아쉬워요.ㅜ.ㅜ 방어구인 프로텍트 기어와 지하수로까지.. 진짜 미술 파트에선 거의 완벽 재현했거든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니깐... 김지운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