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평생을 극심한 가난 속에서 보낸 영국의 소설가 조지 기싱은 어느 날 고서점에서 꼭 읽고 싶은 시집을 발견을 했습니다.
비교적 헐 값이었으나 그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책을 사고 나면
꼼짝없이 며칠을 굶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눈을 지그시 감고 그 책을 사버리고 맙니다.
며칠을 굶을지언정 마음에 드는 책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훗날 그때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습니다.
"돈이란 나에게는 마음을 번거롭게 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나에게는 맛난 음식보다도 욕심이 나는 책이 있다.
물론 도서관에 가서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비록 다 해진 책일지라도 내 책을 읽는 것이 남의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좋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곧 글을 아끼는 마음입니다.
시간과 돈을 아껴서 사정이 허락할 때마다 책을 사고,
또 그 책을 자기만의 책장에 꽂아 두고 틈틈이 읽는 사람,
그 사람은 분명 누구보다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일 겁니다.
물론 지식의 양과 가지고 있는 책의 양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사모은 책이 자신의 구석방에 한 권 한권 쌓여 간다면
또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우리 영혼의 방을 채워가는 일이기에 말입니다.
-이정하의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중 PP.159~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