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처녀를 만난 건 제주도에서였다.
웃는 얼굴의 처녀와 마주하는 순간 내 가슴이 설레었다.
피부는 맑았으며 머리카락은 풍성했고 목은 단단했다.
그런데 밝게 웃던 처녀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울어도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녀는 목놓아 울었다.
처녀의 울음소리가 파도소리를 이기기도 했다.
배가 통통거리는 소리, 바닷물이 말리는 소리 사이사이로
처녀의 울음소리가 계속되었다.


-  신경숙의《자거라, 네 슬픔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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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혀니^^ 2004-06-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배달된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내용이다.
이상하게 최근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민망했던 적이 꽤 있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나 혼자만 있을 경우엔 그래도 괜찮지만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눈물이 나면 정말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겠다. 청승맞게...

하지만 옆에 나를 위해 기꺼이 어깰 빌려줄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더 목 놓아 울지 모르겠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까지 다 끄집어 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