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국회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던 날...

나 또한 웃지 못할 일을 당했다.

간만에 청주 언니네를 가기로 결심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내 컴퓨터에 침투했고 난 하루종일 거의 놀다시피 할 수 밖에 없었다. 간만에 여유만만... 오후엔 3월 생일자들의 축하파티도 간단히 했다. 그 자리에서 지원부 실장님께서 업무 끝날 무렵 두부김치에 집에서 담그신 막걸리 한 잔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고장난 컴퓨터 덕에 하루종일 업무를 볼 수 없었던 난 그 자리에 참석할 여유가 없었다. 물론 서둘러 청주로 떠나야하는 마음때문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찍 엄마께서 언니에게 엄마가 만드신 반찬을 보내고 싶으셨는지 전날 만들어 놓은 두부조림을 준비해 싸주셨다. 난 출근하자마나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왠일인가...퇴근시간이 다 되어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두부조림이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는 곳으로 가보니 이미 나의 두부조림은 온데간데 없고 남은 건 빈 그릇뿐... 음식을 준비하신 실장님께서 그것도 집에서 가져온 걸로 착각을 하신 것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리려 했다. 물론 직원들이 맛있게 먹었으면 그만이지만...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딸에게 간만에 엄마의 음식을 먹이고 싶은 심정이 헤아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게임 오버아닌가? 먹은 것을 뱉으라고 할 수도 없고...

그 날, 국회에선 탄핵 안이 국민의 허락없이 가결되었고 회사에선 나의 허락없이 언니네로 가야할 두부조림이 사라진 웃지 못할 우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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