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우물을 중심으로 하여 두 채의 살림집과 한 채의 가게채로 이루어진 '진희'네이다. 이 안에는 철이 없지만 순수한 진희의 이모, 남편이 죽은 뒤 외아들을 떠받들고 사는 어떻게 보면 허풍쟁이인 장군이 엄마와 장군이, 병역기피자이며 바람둥이로 아내를 몹시도 무시하는 광진테라아저씨와 착하고 인정 많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우리네 어머니인 그의 아내, 뭇남성에게 온갖 교태를 부리고 결국 주인의 곗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미스리, 능글맞은 최선생님과 유지공장에 불이 났을때 정여사를 구하려다 같이 목숨을 잃은 이선생님, 그리고 겨우 열두살이지만 이미 너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나인 '진희' 이렇게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안엔 가슴 따뜻하고 즐거운 일도, 그리고 가슴 아프고 너무도 슬픈 일도 있다.

나이는 열두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희는 이미 정신적으론 다 커 버렸기 때문에 열두살의 나였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을 이미 경험하고 이해하며 자신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희의 눈에 비치는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60년대에서 70년대로 넘어가는 때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90년대와 2000년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언급했듯이 이 세상 어디에선가 전쟁(이라크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학생들은 선생님에게서 위선과 악의를 배워가며 군인들은 군대에서 애인을 구하고 계는 깨졌다가 다시 시작되며 신분상승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고 유지공장의 불 같은 뜻 밖의 재난(대구지하철참사)으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실의에 빠뜨리고 그 아픔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아픔을 듣고 또 다시 가슴 아파하고... 이런 일들의 반복이 세상사가 아닌가 싶다.

이런 인생사가 열두살인 진희의 눈을 통해 전개되어지고 이십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에도 진희의 눈에는 이 세상이 결코 달리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성인이 된 그녀는 썩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그녀의 동심을 찾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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