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산도르 마라이'는 늦게 빛이 발한 헝가리의 대문호로 칭해지는 작가이다. 그의 언어는 짧고 쉽게 다가오지만 결코 만만치는 않다. 그 안에는 아주 철학적 느낌이 많이 묻어 있다. 주옥같은 그의 언어는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 작품의 전편은 너무나도 다른 두 인물인 귀족출신의 명예와 신의를 중시하는 헨릭과 지방 하위관리의 아들로 예술적, 정신적 자유를 쫓는 콘라드의 만남과 이들의 우정에 대해 전개되고 있다.

중반부터는 24년간의 우정에 배신(헨릭은 콘라드가 콘라드가 헨릭을 떠나기 전날 사냥을 하다가 자신을 죽이려고 시도했고 자신의 부인과 그의 절친한 친구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믿고 있다.)을 당한 헨릭이 41년만에 콘라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솔직히 대화라고 하기 보단 우정과 사랑에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복수심에 어둡고 고독한 긴 세월을 보낸 헨릭의 일방적인 독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헨릭은 콘라드에게 41년 전에 있었던 그 날의 사건에 대해 쭉 이야기하며 두가지 질문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선 콘라드의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헨릭이 모든 상황을 추측(?)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확실한 진실이 하나도 없다. 과연 콘라드가 헨릭을 죽이려했던 것이 사실인지, 크리스티나와 콘라드가 사랑하는 사이였는지, 그리고 콘라드가 왜 말도 없이 헨릭 곁을 떠났는지...작가는 모든 걸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는 듯 하다.

두번째 질문이었던 '우리의 마음 속에 무엇이 남아 있지?'라는 구절이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고 싶었던 메세지였을까? 작가는 마지막 부분에 유모 니니가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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