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자이자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강의 도중에 자신의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찌른 채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완고하고 엄격했던 그는 그 수업 태도를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자네, 주머니에서 손을 빼게나."

하지만 학생은 주머니에 넣은 한 손을 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났던 나쓰메 소세키는 이번에는 직접 강의실로 내려가 그 학생 앞에 다가갔습니다.

"그런 불손한 자세로 강의를 듣는 게 아니네. 알아들었으면 어서 그 손을 빼게."

그러자 그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교수님, 저는 팔 한쪽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쓰메 소세키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자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고 다그쳤던 것이 미안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제자의 등을 도닥거려 주었습니다.

"여보게, 교수인 나도 지금 없는 지식을 억지로 짜내서 수업을 하고 있으니 자네도 없는 팔 한쪽을 드러내 주지 않겠나."

살아가면서 우리에겐 시련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련 또한 우리가 부여안고 가야 하는 삶입니다.

장애가 있다면, 그것은 육신보다 마음에 있는 게 더 큰 문제겠지요.

장애에 결코 굴하지 마십시오.

장애가 있다면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그런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크고 숭고한 아름다움입니다.

-이정하의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중 PP.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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