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턴어라운드 - 맡기는 리더십으로 꼴찌에서 1등이 된 미 핵잠수함 산타페의 감동 실화
L. 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김동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6월
평점 :
나에게 핵잠수함 함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졌다. 내 임무는 이 배를 6개월만에 실전 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 핵잠수함은 모든 면에서 꼴찌다. 승조원들의 사기는 바닥이고 실력도 최하위다. 심지어 많은 이들이 다른 잠수함으로의 탈출을 꿈꾸고있다. 내가 함장이라면 어떻게 시작했을까?
데이비드 마르케는 자신의 방식으로 시작한다. 먼저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뭐지? 내가 언제 열정을 느꼈던가를 묻는다.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권한을 위임하기 위해서는 리더-팔로워의 개념을 버리고 모두를 리더로 여기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이 그동안 목표가 구체적으로 주어지되 달성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폭넓은 재량권이 허락된 경우에 최고의 성과를 냈던 것을 기억했다. 마지막으로 핵잠수함과 같이 리더의 전문성과 조직의 성과가 밀접하게 결부된다면 조직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성찰을 한다. 유능한 함장들은 좋은 성과를 냈지만 그 함장이 그만 두면 다시 성과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결국 역량은 리더 혼자만 가지고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로 퍼져나갈 때 진정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파악한 후에 그는 돌아다니며 경청을 하기 시작한다. 찾아간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원제는 Turn the ship around다. 배를 돌려라! 배를 어떻게 어디로 돌리는 것일까? 저자는 ‘리더-팔로워’리더십을 ‘리더-리더’모델로 바꾸어 누구도 가기 싫어했던 잠수함을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일등 잠수함으로 만든 리더십 모델을 제시한다. 핵잠수함에서는 수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좁은 잠수함에 함께 잠항한다. 한 번의 실수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상명하복, 절대명령이 불문율이다. 이런 절대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모든 팔로워들을 리더로 만드는 시도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것이 진짜 실험이 아닌 진심으로 승조원 모두를 리더로 만들었던 방향 전환이었다는 것에서 더욱 더 그렇다.
그는 통제권을 넘겨서 모두를 리더로 만들고, 통제권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행동할 것을 말한다. 통제권을 주기위해서 시도했던 법칙들도 매우 유효하다. 짧게, 일찍 대화하기,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미리 행동을 바꾸기. 수동적 언어를 “이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능동적인 언어로 바꾸고, 설명하기 보다는 입증하도록 질문하기. 생각없이 수동적으로 하던 행동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까지. 상사나 부하나 모두 어떤 생각이든 크게 말해서 의사 소통에 막힘을 없앤다. 실수 예방 이라는 목표를 탁월함 달성이라는 목표로 바꾸고, 모든 승조원들이 승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시도를 통해 산타페함은 ‘신뢰’의 조직으로 거듭났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서 산타페함은 일등함으로 거듭난다.
작년에 조직문화 수업 교수님이 우리 회사를 예로 든 적이 있다. 회사 한 켠에는 마우스, 케이블, 키보드 등 필요한 물품을 뽑아 쓰는 자판기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직원 카드를 태그하면 원하는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이 자판기야 말로 조직문화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누구나 꼭 필요한 물품만을 가져갈 것이라는 직원에 대한 신뢰, 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이렇게 사소한 기기들은 언제든 원할 때 가져다 쓸 수 있게 배려해주는 회사의 시스템의 상징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런 것들이 조직문화를 드러내는 코드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조직문화란 이렇게 자연스럽게 회사의 가치가 녹아 있는 것. 조직 내에 널리 퍼져있는 암묵적인 가치인 것이다.
저자는 배우려는 마음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권한 위임(Control), 탁월한 전문성(Competency), 효율 향상(Clarity)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조직문화를 서서히 바꾸어서 실패에서 배를 돌려 최고의 함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런 리더십이 힘을 발휘해 산타페함은 그가 떠난 이후에도 일등함으로서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만든다. 조직이 훌륭한 리더가 있을 때만 힘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시스템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물론 핵잠수함이라는 제한된 상황, 승조원이 140여명이라는 상황 등 리더십을 실험하기에는 좋은 조건 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은 역시 훌륭한 리더 한 사람의 힘이 크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리더인 자신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충동을 억제하고 모든 이들을 ‘리더’로 여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맡기는 리더십, 질문하는 코칭 리더십을 보여준 리더십이 실화여서 더 생생하다. 조직의 리더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자신을, 조직의 문화를 돌아볼 계기가 될 책이다.
“케니 전대장이 정말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목표(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산타페함을 실전배치 상태로 만들라)를 제시했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또 잠수함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은 이전과도, 다른 어느 잠수함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므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행동과 의사소통 방식이었다. 나는 여기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했다.”
“조직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로부터 상명하복 관리체계의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추악한 점까지 모두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가 산타페함의 함장이 되기 위해 준비한 첫 단계는 바로 돌아다니며 경청하는 일이었다.”
“탁월함을 달성하기 위해 실수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수는 있다. 즉 실수의 원인과 그것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승조원들이 그에 하루 종일 매달릴 필요는 없다.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의 본래 목적, 즉 탁월함의 달성 과정에서 따라오는 중요한 부수효과일 뿐이다. 탁월함이란 방수격벽에 써놓은 구호 이상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먹고, 잠자는 일상의 모든 방식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