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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 -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선택
헨리 체스브로 지음, 이예지 기획 / mysc(엠와이소셜컴퍼니) / 2021년 6월
평점 :
지금까지 다양한 회사를 다녔다. 생각해보니 커리어의 1/3정도를 미국계 아시아계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보냈다. 한 제약회사에 다닐 때의 기억이 난다. 그 제약회사는 일본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R&D센터를 증축하고 훌륭한 시설을 자랑했다. 그때 같이 갔던 임원 분이 되뇌었던 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히려 연구시설을 없애는 추세인데…”. 2009년 세계적인 제약기업 화이자는 제약회사 와이어스를 인수하면서 화이자 캠퍼스로 불리던 도시 만한R&D시설을 하루아침에 폐쇄한다고 공표 했다. 화이자의 그루톤 연구소는 거대한 규모와 연구개발 투자로 전 세계 사람들이 방문하던 곳이었다. 화이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훨씬 더 이익을 주는 상황에서 성공과 실패 가능성이 큰 거대한 연구개발 시설을 유지하는 것에 유익이 없다고 냉정하게 판단한 것이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은 친숙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을 위해서는 내부에서만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소스를 외부에서도 찾는 것이다. 좋은 기술이 있다면 내부에서 처음부터 연구개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협력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한다. 한국 제약회사들도 라이센싱 아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기초연구는 여기서 하고 글로벌 기업에 기술을 수출하여(우리 나라 기업에서는 라이센싱 아웃) 큰 이익을 올리자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성공한 국내 제약회사도 몇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사들이 개발하기 어려운 다양한 기술들을 외부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 하에 찾았다.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신약개발이 촉진되고 연구개발은 훨씬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은 보다 근본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형태와 양상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많은 논문이 인용되지만 다양한 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많은 혁신들이 사장되는 이유는 뭘까? 제품이나 서비스가 혁신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혁신이 창출만 되었지 실제 사회에 보급되고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눅스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개발됐지만, 진정학 공유와 혁신의 아이콘이 된 것은 IBM,구글, 레드햇, 아마존에 리눅스를 활용하고 개발해서 보급시키고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혁신에 머물지 않고 실제 결과를 내는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전에 혁신은 폐쇄형 혁신모델에서 출발했다. 기업의 내부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었다. 기업의 생존 전략이 핵심전략자산을 찾고, 저비용,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여 틈새를 찾아서 경쟁하는 모델이었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세상에 지식은 풍부하다라는 관점으로 내부 기술 중에 쓰이지 않는 기술은 외부로 라이센싱을 해서 기술을 분사하여 타사 시장이나 새로운 시장에 쓰일 수 있게 하고, 외부 기술을 라이센싱 하여 현재 시장에서의 이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새롭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기술을 통합하여 새로운 솔루션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단순히 기술을 들여오거나 보내는 것 이상으로 기업이 가진 자산과 지식을 활용하고 공유하며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방식으로 정의한다. 혁신을 실용화하기 위한 개방적인 사고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GE의 에코메지네이션과 같은 강력한 성장엔이진이자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될 것이다. 8장의 우수사례를 통해 P&G, 바이엘, GE 등의 기업이 어떻게 오픈 이노베이션을 견인하고 접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균형감이다. 저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미빛 미래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할 때의 내부 직원의 저항과 같은 걸림돌도 분석한다. 실제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금(혁신이 혁신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실제 적용을 도울 수 있는 지원), 사람(인재와 내부직원들)과 함께 무엇보다 경영진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설파한다. 또, 기업에서는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스타트업과 협력할 것인가도 보여준다. 특히 기업의 입장과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각기 오픈 이노베이션을 고려하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무엇일지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주는 것도 유용하다.
이미 오픈 이노베이션의 세대가 도래했다. 이 책을 통해서는 어떤 식으로 기업과 스타트업, 내부와 외부가 협력하면서 혁신을 삶으로 가져올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기업 안팍에서 혁신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하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