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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레이엄 그린<정사의 끝>
책 읽는 취미가 같다.
마흔 살 시후미와 스무 살 토오루는 취미가 같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시후미와의 거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클래식 음악과 빌리 조엘도, 토오루는 시후미의 영향을 받아 듣기 시작했다. 네 권의 사진집도.
시후미는 마치 작고 아름다운 방과 같다고, 토오루는 가끔 생각한다. 그 방은 있기에 너무 편해서, 자신이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내세울 만큼 행복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행복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조세프 케세르 <라이온>
"베갯머리에는 죠세프 케세르의 <라이온>이 읽다만 그대로 놓여있다. <라이온>도 시후미가 좋다고 한 책이다. 토오루에게 있어서 세계는 온통 시후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독해 보이고 싶은 십대랑은 다르니까, 난 이제 혼자이고 싶지는 않아."
엔도 슈샤쿠 <침묵><백인><사무라이>
"엔도 슈샤쿠 작품 읽었어요."
토오루는 <침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백인>에 대해. 시후미는 약간 고개를 갸웃하고, 식사하는 손은 쉼없이,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무척 재밌었어요. 문체가 투철한 작가던데요. 지금은 <사무라이>를 읽고 있어요."
"버리는 거은 이쪽이다, 라고 정해 놓았다. 그러나, 버리는 거은 언제나 아픔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코우지는 자기 방바닥에 드러누워, 열린 창문으로 스며 들어오느 주택가 특유의 점심 냄새를 성가시게 느꼈다."
로렌스 G 더렐 <주스틴><클레아>(아마 저스틴과 클레어 겠지?)
"토오루는 자기 방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로렌스 G 더렐의 작품을 읽고 있다<쥬스틴>으로 시작되어 <클레아>에 이르는 알렉산드리아 4중주는, 시후미가 예전에 애독한 것이라고 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은 모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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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루와 코우지는 친구.
둘 다 연상의 여인과 불륜관계.
토오루는 사후미를 사랑하고,
코우지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연상의 여인들을 감정 없이 만난다.
책을 읽으면서 불륜이 연상되기 보다는
왠지 허무하고 마음 둘 데 없이 헤메는
도쿄에 사는 스무살 아이들의 삶이 정말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내가 유일하게 공유하는 게 책 읽는 거라면,
그녀가 미친듯이 보고 싶은 만큼 미친듯이 그녀가 읽었던 책들
좋아한 책들을 탐독하고 싶은 마음일꺼다.
그리고 그때같으면 정말
또 지금이라면
책 읽는 취미가 같다는 것만이 유일하다는 것만으로도
바로 사랑에 빠져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하여튼,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주인공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지 알게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과 문체에 흠뻑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