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2004-06-30  

아, 그 분이로군요.
아웃사이더에 일하는 후배 녀석이 <불가사리>원고를 들어와 모니터를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것저것 많은 글을 찾아보지 않는 축에 속하는 제게도 꽤 낯익은 것들이 많아서, 이걸 꼭 내야겠냐,고 했지요.
그리고 책이 나왔고, 후배 녀석이 다시 전화를 했지요. 챙피해 죽겠다고. 리뷰 제목만 얼핏 듣고 흘렸는데, 그 글의 주인공이 님이었군요.... 그 녀석 많이 반성하고 있답니다. 일에 치여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요....

남의 집 울타리를 기웃거리다, 걸린 글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문화적으로 불우한 환경 탓에 뒤늦게 음악 좀 들어보려고 고생고생하고 있는데, 님의 서재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이야기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옷깃에 묻은 낯선 바람의 이야기도.... 그리고 정릉, 그 낯익은 지명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곳이네요.
종종 오겠습니다. 문 열어두세요...
 
 
mannerist 2004-07-0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그 분께서 불가사리 리뷰를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셨다니. 제가 표현한 말이 좀 지나쳤네요. 그런 문제로 지인들과 투닥거릴 때, '같은 얘기 또하고 또하고 지겹지도 않냐?'는 말에 '그럼 안고쳐지는걸 어떻하라구?'라는 말로 대꾸하던 저였지만 그 기획의 책에는 저도 좀 난감하더라구요. 그런 경험에 나온 리뷰인데, 그걸 인연으로 님의 방문을 받게 되었군요. 많이 반성까지야. 이후 낼 책의 기획으로 답하면 되지요. 혹 보시거들랑 알라딘에서 출판사 명 아웃사이더로 검색을 했을 때 부끄럼 없는 책들의 모음이 나오길 빈다고 전해주세요. 그 날이 오면 제 리뷰는 삭제해도 나쁘지 않겠지요.

정릉. 좋은 곳입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40분 걸리고, 등산에 가까운 오르막길을 매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지만 서울 안에서 이만큼 산 가깝고 조용한 곳 찾기도 힘드니까요. 문틈에 토막 하나 괴어 놓겠습니다. 엿보시라는 틈이 아니라, 손을 밀어넣어 활짝 열고 들어오시라는 말입니다. =)

선인장 2004-07-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릉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몇몇의 자취방들을 기억합니다. 술병 가득 들고 오르던 옥탑방, 그 옥상에서 푸념처럼 쏟아지던 한낮의 햇빛. 영화 <미션>의 포스터가 걸려 있던 작은 방, 달콤했던 오수. 또 햇빛 한 줌 들지 않던 눅눅한 반지하의 방,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던 청춘들.
예정에도 없던 산행길에서 먹던 도토리묵과 막걸리, 심야영업을 했던 술집, 그리고 시인 신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