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노인경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 년도 훨씬 전에 잠깐, 초등학생 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지도 교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 황선미 작가의 <나쁜 어린이표>라는 동화를 만났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내가 먼저 읽은 그 동화가 참 좋았더랬다.

대학 다닐 때, 아동문학 수업이 있었는데 그땐 오로지 소설만 생각했던 때라 그 수업이 그리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학기 동안 동화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 동화는 어떻게 써야 하나 뭐 그런 생각들만 했지 동화가 주는 매력을 못 느꼈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함께 책을 읽으면서 동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꼭 아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짧은 후회. 소설만 생각할 게 아니라 동화도 좀 열심히 썼더라면 어땠을까.
(뭐든 지나고 보면 아쉬운 법이니)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의 이번 책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를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맺는 관계, 친구,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책.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라 아직 아이와 같이 읽기는 어려워서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왔다

 

기훈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할머니에게는 자식이 세 명이었지만 큰 아들은 소식을 모르고, 둘째는 외국에 살고 있고,
셋 째는 사고로 죽었다.
기훈이는 할머니 큰 아들의 아들이었다(그렇게 알고 자랐다).
할머니는 늘 바빴고, 기훈이 역시 학교, 학원을 다니며 평범한 생활을 하는 학생.
주변 친구들의 부모님은 때론 자신의 아이가 부모 없는 기훈이와 노는 걸 못마땅해 하기도 했지만, 기훈이가 공부도 잘하고 반장이라 대놓고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고 기훈이는 생각했다).
그러던 중, 기훈이 주변을 낯선 남자가 맴돌았다. 기훈은 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른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작은 테두리 안에 갇혀있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예윤이를 보면, 아직 자신과 다른 아이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내가 (겉으로 티 내지는 않지만) 종종 색안경을 끼고 보곤 했던 것 같다.

이 동화는 기훈이가 자신에게 없는 줄만 알았던 아빠(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조금 더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읽는 '나'에게도 관계에 대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해주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받아야 할 시선은 절대 편견이 아닐 텐데,
우리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조금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내가 그랬던 것 같다).

나만 할머니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 할머니도 나처럼 내 걱정이 많았나 보다. 돌봐 줄 사람이 저렇게 찾고 있었으니.
미안하지만, 나는 고맙지 않았다. 방금 들은 소리를 다 털어내고 싶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슬픈 일. 고아가 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럴 수도 있다. 할머니까지 없으면. 할머니는 그때를 걱정하고 계셨다.
"기훈이 아직 어린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서 잠이 와야지. 나 없더라도 돌봐 줄 사람 꼭 찾아 줘요. 속이 꽉 찬 애야. 또래보다 속 깊은 애지. 가르치면 크게 될 앤데, 부모를 잘못 만나서......" p109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와만 살아도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 늘 안타까워하는 건 부모와 살고 있는 아이들이 아닌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아이들이다.
나는 "또래보다 속 깊은" 기훈이가 못내 마음에 남았다. 아직 애는 애인데. 어리광 피우고, 떼쓰고 자라야 하는. 편견보다 사랑이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우리 주변에 있을 그 아이들을 대할 때 나 역시 사랑보다는 '편견'의 시선을 먼저 보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 못내 부끄럽다.

나는 이 동화를 유치원 혹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읽었으면 좋겠다.
편견 없는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이 더 많이 배우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녀들의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 관계들을 믿도 의지해 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의 마지막에는 아동상담 및 부모교육 전문가인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의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조부와와 함께 산다는 것, 조부모와 관계맺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