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나의 정원 뜨인돌 그림책 55
비르기트 운터홀츠너 지음, 레오노라 라이틀 그림, 유영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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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병에 걸렸다고 수군거려요.
엄마 말로는 할아버지가 치매라서 그렇대요.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잠자고 먹고 숨 쉬지만 조금 달라요.
할아버지는 사과를 베어 물고 이렇게 감탄해요.
"음, 감자가 정말 맛있구나."
호두를 하늘로 던지면서는 이렇게 노래하지요.
"여기 풍뎅이가 날아간다!" <본문 중에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손주의 이야기를 다룬 「할아버지와 나의 정원」.
글 밥이 많지는 않지만 아이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아이랑 꼭 같이 읽고 싶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예윤이는 지금도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하면 끔벅이다.
할머니는 갓난쟁이일 때부터 키웠으니 말할 것도 없고, 할아버지 역시 하나뿐이 손녀이니 애지중지.
가끔은 예윤이가 매일 사랑만 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늘 그냥 자신에게 무언가를 사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까.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예윤이도 그들을 그렇게 사랑하고 아낄까. 그런 감정을 알까.

 예윤이는 내가 책 장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천천히 글을 읽어줄 때, 집중하면서 끝까지 함께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도 '음, 무슨 말이지?' 하는 표정.
이야기의 중반쯤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병에 걸렸다고 수군거려요. 엄마 말로는 할아버지가 치매라서 그렇대요."라는 부분에 와서야 드디어 묻는다.
"엄마, 치매가 뭐야 근데?"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망설인다.
조금 아픈 거라고.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서 나중에는 어릴 적 기억만 남기도 하고, 옆에 있는 사람을 못 알아보기도 한다고.
엄마의 설명을 듣고도 고개를 갸웃갸웃.

아직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니 당연할 테지.
예윤이의 할아버지는 매주 토요일이면 꼭 예윤이를 만나러 오고, 올 때마다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는 장난감을 사주고, 여전히 몸으로 놀아주고, 요술방망이처럼 원하는 건 뚝딱 내어주니.

"엄마, 나는 빨리 토요일 돼서 할아버지 만나고 싶어."
책을 다 읽고 예윤이가 한 말이다.
"그래, 이제 네 밤만 자면 되겠다."
그렇게 말하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
그때, 아이의 기억 속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전히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포근한 기억으로 남아 있길 바란다.

책 속에서 피도는, 어른들이 할아버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때도 온전히 할아버지 자체로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할아버지로만 받아들인다. 멀리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함께 한다.
할아버지 역시 종종 기억을 잃고,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하지만 자신의 등에 있는 정원에 피는 꽃들을 피도에게 아무 대가 없이 모두 가져가도 좋다고, 자신의 사랑을 나눠준다.

부모가 아이에게 미처 주지 못하는 사랑을 할아버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손자, 손녀들에게 나누어 준다. 나는 아이가 할아버지와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의 얼굴에 핀 웃음과 할아버지(아버지)의 얼굴에 핀 웃음을 보면 늘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 기억이 아주 오랜 뒤에 내겐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를 것만 같다.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그보다 더 큰 사랑을 예윤이에게 나눠주었던 따뜻했던 그 모습이.

아이가 아직 이해를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나이가 든 다는 것, 아프다는 것,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해 준다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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