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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5 (무선) - 제2부 민중의 불꽃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은 제로섬게임을 한다. 게임이라면 5:5, 6:4 정도 비슷한 힘을 가진 자끼리 밀당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반과 상놈, 지주와 소작농과의 힘은 9:1, 8:2 어쩌면 10:0 일수도 있다. 이 싸움에서 패자는 언제나 약자들이다. 승자들인 뻔한 싸움에서 패한 자들을 보고 무식한 상것들이라고 한다. 무엇이 유식이고 무식인지 모르겠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이야 말로 인간이기를 거부한 진짜 무식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고통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자들을 보면 우연찮게도 모두가 갖은 자들이다. 그런데 지랄같이도 이들은 지지기반이 견고하고 따르는 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모순이 생긴단 말인가? 일제 침략 시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똘똘 뭉쳐 일제에 동조하지 않았더라면 강제병합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심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범죄의 딜레마처럼 내 이익도 이익이지만 남의 이익을 보지 못하는 심보가 그대로 작용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동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만 2살이 된 아이는 자아를 인식 할 수 있다 다만 표현이 서투를 뿐이다.’라고 내용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도가니사건에서도 밝혀 졌듯이 장애를 가졌다고 하여 못한 짓을 인지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표현을 하지 못한 것뿐이다. 하물며 아이도 아니고 장애를 가진 것도 아닌 보통사람들이 어찌 양반과 지주들의 횡포를 모르겠는가?
유주상, 최익달, 윤삼걸 같은 지주와 유지들이 심재모와 합심하여 농민들의 최소한의 기본권만 이라도 보장해 주었더라면 염상진이의 공산주의사상은 쉽게 발 붙이지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심재모를 용공으로 몰아 사령관에서 내 쫓기고 군법회의까지 회부되지만 김범우와 서민영선생의 도움으로 풀려나 담양 사령관으로 내려간다.
김범우가 서울행 기차에서 OSS에서 같이 생활했던 박두병을 생각하는데 OSS가 어떤 일을 했으며 우리가 아는 인사들은 누가 있을까?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 미국전략사무소, 후에 CIA로 변경)는 미군이 한반도 상륙작전을 위해 침투시킬 한인공작원부대인데 일본군 포로출신의 조선학도병들과 재미교포들의 자원입대로 만들어진 특수부대로 미국의 OSS와는 약간 다른 광복군 OSS 였으며 3개월 훈련을 마친 후 임무는 폭파, 침투, 사격, 요인암살, 민중선동파업 등 전형적인 특수부대임무였다. 우리가 알만한 인물로는 장준하 선생이 있고 광복군 2지대장 이범석, 김학규 3지대장, 고대총장 했던 김준엽이 있었다.
김범우가 OSS대원이었는데 미군정에서 함께 일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부하고 선생을 하면서 학생과 농민들을 계몽하면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만약 미군정에서 일하다가 고위직 간부가 되었더라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배알을 꼬일지 모르겠지만 속내를 숨긴 채 성실하게 내면을 수행한다면 효과는 훨씬 컸을 것이다.
5부의 주요사건은 심재모의 구속으로 백남식이라는 신임 사령관이 부임하는데 이는 중학교 때 기계체조를 했고 육사를 졸업하고 관동군 활동을 하다가 해방 후 소위로 임관한 후 중위가 되어 계엄군 사령관이 되었으나 천성이 천박한 자로 농민보다는 지주의 개가 되어 사람이기를 거부한 군인이다.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를 습격한 중부서장 윤기병, 그 위에서 명령을 내린 시 경찰국장 김태선, 그 위 치안국장 이호, 그 위 내무부 차관 장경근, 그 위에는 이승만이 있었다. 모두가 친일경력을 가진 자들로 정상적인 시국이었다면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을 개새끼들인데 미군정이 남한을 반공국가로 수립하기 위해 공산세력에 대항할 세력으로 친일파를 대거 등용시키면서 역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민족반역자들이 150만명인데 이들이 모두 등용 되었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어떤 일이 발생될지 뻔했던 것이다.
이북에서는 토지를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하였지만 남한에서는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농지개혁 법안이 법률로 제정된 것이다. 무상몰수 무상분배에도 문제가 있지만 유상몰수 유상분배에도 문제가 있었다. 5년 거치 분할 상환이지만 지주 놈들이 편법을 쓰는 바람에 소작농들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소작농으로 전락될 것이기 때문이다.
몽양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민족의 영도자 백범까지 살해하였다. 신탁을 반대했고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기에 이승만이나 한민당을 위시한 친일반역 집단과 미군정의 미움을 사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을 앞세운 극좌의 박헌영, 권력장악만 앞세운 극우의 이승만, 좌우합작을 앞세운 중도적 여운형, 민족자주를 앞세운 포용적 김구 지도자 중 민족 분열을 막아 외세에 대처하고 사회혁명을 시도하여 민족정권을 세우려 했던 지도자 여운형과 백범이 총을 맞고 떠나 극우와 극좌만 남은 것이다.
한편 염상진은 군당위원장에 물러나고 새로운 군당위원장에 안창민이 새 벌교책은 하대치가 되어 군수품수송열차를 탈취 성공한다.
양화로만 믿고 있었던 민주주의 사상이 민족지도자들을 살해하고 국민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고 악화의 역할을 자초했으니 양화의 자리에 공산주의 사상이 들어가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미군, 소련, 이승만, 그리고 그의 똘마니들, 지주, 친일파, 민족반역자 모두가 자신의 이익이나 생존을 위해 자신과 대치되는 세력들을 모두 용공으로 몰라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고 제거해 버렸다.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활동을 하더라도 일제와 친일세력들에게만 걸리지 않으면 무사 했는데 해방 후에는 어느 이익단체 한 곳이라도 뜻이 맞지 않으면 무조건 용공세력으로 몰아 제거대상이 되었으니 삶은 더 힘들고 어려워 졌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