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백산맥 7 (무선) - 제3부 분단과 전쟁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비검속이란 범죄방지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에 구금하는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조선정치범을 예비 구금한적이 있었으나 미 군정이 실시되면서 폐지 되었으나 6.25 전쟁
때 다시 부활한 모양이다. 불법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위험이 있다고 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하는 것은
인권이 철저히 무시된 채 기득권들이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였다. 영화에서 인민군이 양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던 것만 보다가 이 책에서 묘사된 내용을 보니 인민군 보다 우리나라 경찰이나 군대가 훨씬 악랄해 보인다. 어느 정도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전혀 터무니 없는 내용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6.25 전쟁 후 서울을 함락하고 남진하고 있는데 보성군에서는 인민군 부대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지만 안창민부대는 보성군 전역을 장악하고 인민위원회를 주축으로 여성동맹위원회와 청년동맹위원회 그리고 농민위원회를 결성시켰고, 하대치, 강동기, 염상진등이
돌아와 가족들을 만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줄 잘았던 김범우의 형 김범진이 인민군
군관으로 살아 돌아 온 것이다. 나라를 생각하고 백성을 생각하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산당을
지지한다. 자본주의에서는 기득권 소수가 다수의 국민을 착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과거보다 빈부의 차가 훨씬 커지고 착취가 심해졌다.
이지숙은 유격대원 아내를 중심으로 여맹을 구성하면서 염상진의 아내는 여맹에 가입시키려
했으나 죽산댁과 유서방의 아내 샘골댁이 거부하였고 남양댁과 외서댁은 자발적으로 여맹에 가입하여 허세출의 중간착취행위와 강간행위를 고발하여 총살시키는
등 여맹 활동에 열성을 다한다. 영화를 보면 인민군들은 완장을 차고 다니는데 빨간 견장은 인민군 보위성
소속의 전투 부대원이고 파란색 견장은 내무성 소속의 치안 담당원이라고 한다. 염상진 일당은 북한에서
실시했던 토지개혁인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공평하게 실시한 것 까지는 인민들의 호응을 얻었으나 세금을 걷기 위해서 재산조사와 농산물 수확량조사를 하면서
돼지나 닭, 심지어는 감이나 고추 수까지 장부에 적어 가는 것을 보고 농민들의 불평불만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군량미 확보하게 위해 현물세를 수확기보다 시기를 앞당기고 인민군 모병을 하는 바람에 인민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분명 과거에는 5할의 소작료를 지주에게 바치고 세금을 따로 냈으니 50%가 훨씬 넘는 세금에 비하면 25%의 세금은 농민들에게 훨씬
이익인데 반발을 하는 것을 보면 홍보와 계몽이 부족한 까닭일 것이다.
율어지서장 이근술은 피신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하고 근처에 숨어있다가 잡혔는데 인민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범준의 동의 하에 염상진은 그를 석방하였으나 인천 상륙작전으로 수복되면서 도경에 끌려가 강제로 사직을 하게 된다. 전쟁이 종반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중공군이 전쟁에 개입하며 전쟁의 향방은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군들이 논산까지 들이 닥치자 염상진은 300여명을 데리고 입산한다. 착취당하는 농민들이나 여자, 아이들은 북한도 남한도 싫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을 야만인이나 미개인 취급하는 미국 놈들이 더 싫었을 것이다. 자기네 이익 때문에 전쟁에 참전했으면서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하에 보상받으려 하고 야수 성까지 들어내며 양민들을 괴롭혀도 법이나 힘으로도 그들에 대항할 수 없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학송의 영향을 받은 손승호는 해방일보에서 선전문 쓰기에 열성이었고 김범우 또한 그들과
의견을 같이하면서 일을 돕는다. 그들과 함께 일은 하였지만 당에는 가입은 하지 않고 행동하던 중 전주에서
심문에 걸려 OSS동기인 도당조직부장 박두병의 도움으로 풀려나 도당 문화선전부에 들어가 열성으로 일을
추진하지만 인천 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은 북으로 후퇴하고 공작을 위해 군산에 갔다가 처녀를 희롱하던 미군을 저지하다가 미군에게 잡혀 결국 미군의 통역업무를
하게 된다. 한편 김미선, 이학송, 이원조는 인민군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고 손승호는 빨치산이 되어 산으로 들어간다. 김범우까지 공산주의에 편입된 사실이 의외이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판결할 줄 알았는데 한쪽으로 치우는 걸 보니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다.
현오봉은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단기 지휘관교육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여 낙동강 전투에
투입되었다가 다시 북쪽으로 진격하던 중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연대전체가 전멸하였고, 최서학은 의용군에
징집되었다가 도망 중 다리에 총을 맞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염상구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았고, 멸공단
단장이었던 윤태주와 청년단 단원이었던 오칠성은 인민재판을 받고 죽었고, 순천중학교 선생이었던 선우진은
특무대에 들어가 자신의 몸에 칼질 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순천에 들어와 학생과 선생들을 고문하였다. 백남식은
헌병대 대위로 진급하여 송씨집에 들어가 말자와 결혼식을 올라고 한 밑천 잡아 떠났다. 양효석은 중위로
진급하여 산속에 있는 인민군과 빨갱이 소탕작전에 투입되었다.
경제는 이윤추구를 내세워 끝없이 거짓말과 속임수를 쓰는 것이고, 정치는 정의실현을 정당한 목표로 내걸어 놓고 끝없이 정적을 살해하고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합리화의 행위를 한다.
종교는 자아양심을 지키고 동물적 탐욕을 없애고 경전의 올바른 가르침을 실행하기 위해서
이다. 전쟁은 기득권들이 일으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힘이 없는 아이들, 여자들, 소외계층들이다. 또한
전쟁은 청결하고 품위 있는 전쟁이란 없다.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게 무자비한 전쟁은 인류에서 없어져야 할 것이고 정치는 필요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