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전 비틀기

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전을 범하다>이 제목을 접하자 마자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떠올랐다.
우선 개인적으로 한국고전에 대한 무지를 한탄하고 있던 차였기에도 그러하였지만,
이정원 작가를 통해 고전을 새롭게 분석한 시각을 마나 보고 싶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너무 논문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우선 책을 이해하고 읽어나가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무난하게 읽을수 있었으며, 그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직접 읽어본 고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우선 몇몇 고전은 제목조차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며, 고전소설에 여러본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또한 내가 주로 접한 고전은 어린시절 아이들을 위해 만든 소설이라서 너무나 다른 부분도 많았다.

작가는 우리 고전을 권선징악, 해피앤딩이라는 굴레를 과감히 깨어내어 그 시대상을 밝혀내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몇몇 고전은 많은 논란을 갖는 고전이었으며, 특히 여성으로서의 부당함을 현재의 시선에서 적절히 뽑아내고 있었다.
<장화홍련전>에서 등장하는 후처이자 후모이자 계모의 비하적인 처분은 사실 그다지 고민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라서 더욱 흥미로왔다.
또한 <적벽가>는 직접 읽어보지 않았지만, 삼국지연의와 달리 영웅이 아니라 이름모를 군사들이 등장이 좀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장끼전>의 다양한 아류작들을 통해 그 시대의 고통과 희망을 보게 되었다.
또한 <토끼전/ 별주부전>을 통해 과연 새로운 이야기를 접했고, 진정 다시한번 인간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심청전>이었다.
기존에도 심봉사와 심청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이에 작가또한 공감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도적적인 사람이 박해받는 <사씨 남정기>, 사대부와 궁녀의 사랑을 다룬 <운영전>, 삶에서 요령과 교제성의 중요성을 들어낸 <황새결송>, 김현과 호랑이 처녀의 사랑을 다룬 <김현감호>.
사랑에 빠진 여성들을 다룬 <최낭전>, <채봉감별곡>, 그리고, 박명수를 연상시킨 <김원전>등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작품이라서 아쉬움이 컸다.
역시 조금은 더 한국고전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하게 되었다.

고전을 현대의 시각으로 비틀과 새롭게 해석한 이 책은 그동안의 틀에 박힌 진부한 해석에서 벗어나 좀더 사실적이며 실제적인 느낌으로 고전을 바라볼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고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귀여운 스노우 캣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의 모음

지우개
권윤주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5월

이 책이 왜 내게 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책장 한 구석을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면서는 무슨 만화책인줄 알았다.
온통 그림에 작은 글씨들뿐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카 책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리고 한번에 모두 읽어버렸다.

우선 이 책은 인생이 지루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작은 스노우 캣이 우리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고, 그 스노우 캣이 우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작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하였다.
세상속에서 혼자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고, 혼자 밥먹기가 쉽지 않았고,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싫을때가 있다.
그런 상황을 스노우 캣도 같이 겪으며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낄때 펼쳐보면 딱 좋을 그런 책인거 같았다.
구석, 물건 이야기, 지우개, 필요해, 사진 찍어 줘요 등등
모든 상황들이 작가는 매우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개인 홈페이지 www.snowcat.co.kr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권윤주의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한다.

일상의 소소함과 작은 사건과 재미들이 너무나 귀여운 고양이를 통해 느낄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제 3자의 입장에 우리의 문제를 바라볼수 있었고, 그래서 덜 슬프고 덜 절망스럽게 느낄수 있었다.
그녀의 연재 카툰일기를 모은 책과 그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더욱더 스노우 캣과 친해지고 싶었다.

모성의 상징이자 여성의 특권을 지키고자 하는 핑크빛 마크

핑크리본 - 세계적인 유방암 퇴치 재단 '코멘' 설립자의 감동실화
낸시 G. 브링커.조니 로저스 지음, 정지현.윤상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유방암이라면 나에게도 꽤 추억이 있는 암이다.
우선 엄마가 유방에 이상한 조직이 생겼고, 그것이 악성으로 보인다고 해서 조직검사 겸 수술을 진행하셨다.
그때 유방암에 대해 처음 접했고,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후 친구 언니가 유방암으로 초기 발견되어 수술을 하였다.
그때 병문안을 갔던 기억과 함께 다행히 엄마가 유방암이 아니라 양성종양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가슴을 다시 쓰러내렸다.

이 책은 세계적인 유방암 퇴치 재단 ‘수잔 G. 코멘’의 설립자 낸시 블링커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암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으며, 또한 식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암뿐만 아니었다.
사회봉사및 기금모집 등의 사회봉사활동도 역시 유전이며 식습관처럼 어릴적부터 가정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낸시는 이러한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랐다.
어릴적 소아마비 아이들을 위한 기금도 모집하는 등 낸시와 그녀 언니 수지는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낸시와 수지는 소울메이트이며 친구이며 자매였다.
그런 수잔이 유방암에 걸렸고, 언니와 더이상 여자들이 유방암으로 죽지 않게 하기로 약속하였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낸시의 노력은 처음 200달러에서 시작되었지만 찬란하게 언니 이름을 딴 수잔 G. 코멘 유방암치료재단으로 만들어졌다.
수잔 G. 코멘 유방암치료재단에서 낸시 브링커의 끝임없는 노력으로 유방암의 사형선고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이제 사실 암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의 대상이다.
미리 조기진단을 통해 극복을 한다면 그다지 무섭지 않은 병이다.
따라서 핑크 리본과 수잔 G. 코멘 유방암치료재단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우리 엄마의 경우는 음성이 아닌 양성이었고, 친구 언니의 경우도 자가 촉수 진단으로 미리 발견하여 수술로 극복할수 있었다.
이러한 주변 사례를 보더래도 이러한 유방암의 교육과 자가진단법의 소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다.

너무나 예쁜 핑크리본.
모성의 상징이자 여성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인 유방.
앞으로 더이상 그 아름다운 여성성 속에 생기는 암으로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바란다.
나역시 핑크리본과 수잔 G. 코멘 유방암치료재단에 대해 좀더 많은 공부 및 홍보에 앞장서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우리팀 여성동지들에게 이 책을 돌려 읽을 것을 권해보려 한다.

음악은 마음을 위로해 준다.

더 송 이즈 유 The Song is You
아서 필립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2월

나는 어릴적 대중가요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 듣는 것은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친구들이 열광하는 음악은 거의 모두 들었다.
현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대중가요를 듣고 mp3에 음악을 담는다.
워낙 지하철등에서 책을 읽지를 못하기 때문에 음악을 주로 듣기때문에 항상 음악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거의 습관화되게 된 것은 나에게도 한 사건때문이다.
바로 조관우의 "꽃밭에서"를 듣고 나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사랑앓이를 하고 있던 중에 우연히 듣게 된 "꽃밭에서" 감명받아 무한반복으로 며칠동안 들은적이 있다.
그후로 자주 이처럼 내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노래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래서 더욱 대중음악을 듣게 되었다.

이 책속 주인공인 줄리언 도나휴 역시 음악으로 위안을 받게 된다.
그는 매우 잘나가는 광고 감독이었지만, 아들을 잃고 아내와 별거하는 불행을 겪는다.
그의 상처와 슬픔은 나의 경험에 비해서는 매우 어머어마한 고통이었다.
그런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위안이 있었는데, 바로 아일랜드 출신 밴드 보컬 '케이트 오드와이어'의 노래였다.

그런데 그의 구원같은 케이트와 음악에 대한 열정은 사실 왠지 내게 부담스러웠다.
그냥 단순한 위안 이상의 왠지 불륜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의 아버지가 빌리 할러데이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음악에 빠져 더 좋은 음악을 갈구하던 나와는 다른 모습에서 왠지 순수하게 다르게 다가왔다.

이 책은 단순히 보면 음악에 빠진 2대에 걸친 남자 이야기일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현대 인간들의 쓸쓸함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다른 누군가와의 교류가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줄리언의 아버지와 아들 칼턴을 잃은 줄리언은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속에서 살지만 세상과는 고립되어 있다.
마치 책의 표지에서 자신의 세계에 있으면서 밖의 세계를 창으로 바라보는 모습처럼
음악은 세상으로의 매개체였다.
그것이 순수함이던 아니던 분명한 것은 세상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음악이 한것은 분명해 보인다.
상처를 위로해주는 것이 음악이던 다른 그 무엇이든 인간에게 세상과의 연결은 중요하다.
우리 서로가 즉 사람이 상처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상처를 감싸주는 존재라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을까라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어본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지식 e - 시즌 3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너무나 슬펐던 지식 e 시즌 2를 읽고 바로 시즌 3을 읽었다.
'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지식"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시즌 3이었다.
알 지 (知)가 아닌 지혜 지 (智)의 의미인 지식.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지식 e 시즌 3인 것이다.

지식 e 시즌 3는 왠지 시즌 2의 연장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시즌 2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그리고,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노'와 '애'의  연장선상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홀로 쓸쓸히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로 시작된 시즌 3은 역시 시즌 2와 마찬가지로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그나마 무난했던 homoartex부분도 쓸쓸한 분위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탱고라는 아름답지만 슬픈 춤, 말살되어 가는 다양한 언어들, 쓸쓸히 역사의 뒤편으로 저무는 화양극장.
쓸쓸히 홀로 폐결핵을 앓아 죽어가던 은하철도의 밤 작가.
내게 너무나 충격적인 인상을 남겼던 화가 프라다 칼로의 아픈 생애.
아름다운 긴 눈썹을 가진 낙타의 위대함.
이 모든것이 왠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내리는 빛바랜 낙엽같았다.

이 homoartex는 그래도 무난한 편이었다.
homoviolence, homoethiques 장은 분노와 고통의 역사였다.
기사 검열을 반대하던 동아일보의 해직 기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일반 이름없는 시민들.
물부족 세계로 인도하는 블루골드를 꿈꾸는 대기업들의 잔혹한 진실.
한때 매스컴을 달구었던 우토로 마을의 조선인들을 향한 민족애.
대통령과 국가를 믿고 목숨을 받쳤던 이름없는 Y공작 프로젝트 특수부대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혁명 그리고 금지하는 모든 것을 금지하기 위한 투쟁들.
인권을 위한 올림픽과 200m 올림픽 최고 기록을 깬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용기있는 외침.
거짓말 같고 믿어지지 않는 그르바비차 마을의 집단 강간.
미얀마의 민주항쟁과 한 떡볶이 아저씨의 절규의 외침.

이뿐만 아니었다.
분명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며, 조금은 다른 각도의 이야기이지만 현대 사회에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homoethiques도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맞물린 광우병, 4대강 개발과 경제개발에만 발 맞추는 정치권과 행정부에 고하는 두바이의 꿈.
국토 균형 발전 개발이라는 이름에 쫓겨가는 원주민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돈계산을 하는 미국정부와 현재 우리나라 정부.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앞에 아이들을 영어 공부에 매달리게 하는 대한민국.
아~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번 시즌 3는 내가 EBS 지식 e를 통해 몇번 접했던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책을 통해 접해 많은 것을 깨닫고 알게 되었다.
인권변호사 조정래 변호사의 뜨거운 이력을 통해서, UN의 성자 이종국 의사선생님의 희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단지 알게되었다는 차원에서 넘어서 진정으로 공감하고 기억하고 잊지말고 말하고 행동할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