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지고 있다.

개나리보다 진달래보다 빨리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리던 목련이 지고 있다.

올해는 꽃이 탐스럽지도 않았고, 커다란 등처럼 환하게 피지도 않았던 목련이 지고 있다.

잎도 없는 마른 나뭇가지에 꽃을 피워, 모랫바람에 힘없이 흔들리던 목련이 지고 있다.

목련이 지는 것을 봐야 하는 것은 힘이 든다.

작년까지는 목련이 지는 것을 보면서 늙은 여배우가 짧은 젊은날을 잊지 못해 화장하는 모습을 연상했었는데,

목련이 지는 것을 보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난 후부터는

녹슨 철사처럼 죽어가고 있는 목련을 지켜봐야 하는 이 봄이 싫다.

어느 시인은 꽃이 진 다음에 열매를 맺는다고 했지만

목련이 지는 것을 봐야 하는 이 봄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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