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3년 4월 20일 일요일 19:30~21:30
장소 : 대학로 강강술래 소극장
처음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았다.
지금까지 본 연극은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본 것, 대학 연극동아리의 정기공연 2번, 중학교 1학년 때 안동문화회관에서 공연한 '품바', 극단 한강이 안동대 문화회관에서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가 전부이다.
돈을 주고 연극공연을 본 것은 '품바'이후 처음이다.
등장인물은 강호동(56세), 주은혜(강호동의 처), 강미선(26세, 강호동의 딸), 김대문, 김대문의 처, 김종태(김대문의 아들) 6명이다.
막이 열리면서 강호동과 그의 정부는 비밀의 장소에서 퇴폐스러운 음악에 맞추어 관능적인 춤을 추고 있다. 강호동은 정부의 손에 이끌려 나무토막처럼 움직이고 있다. 강호동과 그의 정부는 불륜에 대해서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정은 의무적인 돌아가야하고 정부에게 싫증이 났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일 뿐이다. 2막은 주은혜와 김대문이 여관에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불륜에 대해서 겉으로는 두려워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즐기고 있다. 3막은 강미선과 김종태가 동거하는 아파트에서 다투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결혼을 하자는 미선과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종태의 싸움이다. 이후 이들은 각각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연출자는 위선과 거짓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2쌍의 기성세대와 결혼을 하려는 1쌍의 젊은 세대 보여주면서 우리 시대의 결혼과 위선, 그리고 화해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만 구성이 엉성하다.
6명이 모두 한 곳에 모이는 장면에서 긴장감을 갖기는 하지만, 긴장을 해결하는 방식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각자의 외도를 알고 분노하지만, 마지막 미선의 대화에 감명받아 종태는 미선과 결혼할 것을 약속하고, 호동과 은혜, 대문과 그의 처는 화해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기성세대는 배우자와 소통하지 못해 불륜을 저지르지만 불륜의 상대자와도 섹스이외의 소통은 없다. 연출자는 결국 진정한 애정과 이해는 배우자에게서 찾아라는 엉뚱한 구호만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극의 중간에 등장한 전도사는 과장된 행동으로 관객을 웃게 만들지만 극의 흐름을 깨고 있다. 여배우들의 속옷차림은 관객의 눈요기를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벗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미선을 연기한 배우는 상황에 따른 표정의 변화는 없고 목소리의 톤만 바뀔 뿐이었다.
이 연극은 시나리오의 구성이 엉성하고 배우의 연기에도 감동이 없었다.
연극은 훌륭하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배우의 숨결을 느끼면서 극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연극 본 후, '천년동안에도'에서 라이브 재즈연주를 들은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공연표 발매부터 늦은 시간 배웅해 준 조성일씨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