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김기덕의 작품 중에서는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에 속한다.
이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은 강한철 상병(장동건 분)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김상병이다. 김상병의 변화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br>
강상병은 간첩을 잡기 위해서 남들이 휴식을 즐길 시간에도 혼자서 훈련을 하고, 야간근무를 설 때마다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철모를 쓰지 않고 특수부대의 모자를 쓴다. 마을 청년 명길과 미영은 밤에 해안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강상병은 이들이 간첩인 줄 알고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 명길을 죽게 만든다. 강상병은 포상휴가를 가고, 미영은 미치게 된다. 휴가에서 돌아온 강상병은 총으로 동료를 위협하는 등 군생활을 계속해서 할 수 없어 의가사 제대를 한다. <br>
강상병은 자신이 제대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다시 부대로 돌아온다. 미영 역시 미친 상태로 명길이 죽은 해안 초소를 떠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였던 철조망을 미영과 강상병은 아주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들에게는 죽음 따위는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화기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김상병은 가장 인간적인 도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모두들 미친 강상병을 무시할 때도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철조망 밖으로 밀어낸다. 미영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스스로 자백을 했다. 미영의 위험한 낙태수술도 반대를 하며 혼자서 아파했던, 그래도 양심이 있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br>
하지만 이런 김상병마저도 강상병보다 더 미쳤다. 그래서 자신이 동료에게 총질을 한다는 인식도 없이 총을 난사한다. 강상병이 총을 쏘았다는 생각을 하면서...<br>
결국 해안초소 군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쏘는 상황이 되었다. 모두들 미친 것이다. 모두들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는 것이다. <br>
이 영화에서 위장크림은 광기의 상징이다. 처음에는 강상병 혼자서 위장크림을 바르다가 나중에는 강상병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 모두가 위장크림을 바른다. <br>
감독은 광기가 전이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양심적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미칠 수 밖에 없는 휴전상황, 마을과는 철조망으로만 구분되는 후방에서 간첩에 대한 강박관념은 평범한 사람들조차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br>
강상병은 동료에게 총을 쏘면서 강상병에게 총을 쏘고 있다고 믿고, 자신이 총을 쏘았으면서도 강상병이 쏘았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도 모두 강상병이 쏘았다고 믿는다. 이 부분이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간첩이 나타나는 상황은 심각한 전쟁상황이 아니다. 또한 강상병이 간첩을 잡겠다는 것은 조국과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포상금 받고 일계급 특진하고 싶어서이다. 우리 안에 있는 출세욕을 간첩으로 상징한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가면서 더 심하게 미쳐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감독은 그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