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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세상을 비추는 거울 ㅣ Essays On Design 1
박인석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읍시다. 왜요? 책을 읽으면 좋으니까. 어떤 면이 좋은데요? 글쎄, 구체적으로는 말못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읽어야한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창의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창의력이 뭐죠? 글쎄요, 남들이 창의력이라고 하니까. 어쨌든 좋은 거 아니에요? 이제 중요한 건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이 우수해야 물건이 많이 팔리고 부자가 될 수 있죠. 저, 디자인 디자인하는데 디자인이 뭐예요? 글쎄, 뭐라고 딱히 대답을 못하겠네요.
한국은 어느 분야든지 해결할 문제가 참 많다. 먼저 문제가 무엇이고 문제가 왜 생겼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알아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디자인, 세상을 비추는 거울'은 한국의 '디자인'에 대해 한국인 저자가 비교적 쉽고 명쾌하게 말하고 있다. 특히 5년간의 칼럼 중에 많은 호응을 받은 것을 모았기 때문에 글의 완성도가 높고 마음가는대로 골라읽을 수 있다.
책을 한장한장 넘기다 보면 저자가 '~했습니다'의 말투로 겸손하고 진지하게 독자에게 다가오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학계와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나라 여러 사람 여러 경험의 예를 들어가며 독자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디자인은 무엇이고 한국의 디자인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
디자인은 우리의 시대와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예를 들어 다닥다닥 무질서하게 원색으로 걸려있는 간판들, 일렬로 똑같이 세워진 아파트군단에는 우리의 현실과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 삶에 왜곡되고 흐려진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적성실성이 필요하다. 지적성실성이란 한탄과 구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연구하는 진지한 자세를 말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자인', '지식'같은 용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식은 '일하는 방법을 개선 또는 새롭게 개발하거나 기존의 틀을 바꾸는 혁신을 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며, 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학습이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와는 달리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창조적 능력을 포함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문제의 끝에는 교육이 있고 그 해결의 첫걸음도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가 고집스럽게 말하는 '전통계승'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 한권으로 오랫동안 맴돌던 디자인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었으니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