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면 저질러라 - 아이돌 지망생에서 최연소 고졸 법무사가 된 정보경의 매직 다이어리
정보경 지음 / 새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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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정보경
아이돌 시리즈 3번째가 될..뻔 했으나 아이돌과는 크게 관계 없는 책. 
89년생 24살 최연소 법무사 합격자의 자서전이다. 사실 아이돌 시리즈 파면서 연습생하다가 다른 진로 모색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문구에 낚여서 샀는데 저자는 그냥 지망생이었을 뿐 연습생은 될 뻔 했을 뿐 본격 준비한 적이 없었다. 원하던 게 아니라 조금 실망…대학생활 4년 대신 법무사 수험생활 4년을 택한 젊은이의 자서전이라고 소개하면 좀 더 정확하다. 아이돌이라는 키워드는 그냥 낚시다, 낚시. 
읽다보면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왔지만 참고 읽었다. 
1.유년 시절은 삐라 줍기와 알바에 미쳤다. 
2.중딩 때는 신화 사생팬하느라 기획사 주변 서성이고 공개방송 쫓아다니는데 미쳤다. 
3.고딩 때는 아이돌 가수 되겠다고 오디션 보러 다니고 라디오랑 케이블 채널 출연도 잠깐했다. 그러느라 공부는 안 하고 다녔다. 
4.가수의 꿈은 잠시 접고 대학가자, 솔로몬의 선택에서 고승덕 보고 오오 그래 법대 가자! 이러고 고3 때 마음 잡고 공부했다. 5-6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렸으니 용됐지만 법대는 커녕 인서울 4년제도 어렵고 부모와 담임이 권한 ㄷ보건대 치위생과만 붙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 쪽 공부는 마음이 가지 않아 아무 목표 없이 대학 안 가고 그냥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 모색하겠다고 했다. 
5.엄마의 권유로 07년 후반 법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 강의 듣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학원 다니면서 4년 공부해서 법무사에 합격했다. 이 부분은 조금 재미있던게, 나도 그 무렵에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같은 공간 있던 사람이 그 동네 장점 설파하는게 재밌었다. 나도 그 동네에서 반 년정도 (사정상 학원은 못 다니고 반지하방에서 알바해가며) 임용 고사 준비하고 합격 후 상도동, 봉천동 떠돌다 신혼 살림을 다시 고시촌에서 차렸었으니. 내가 그러저러한 일 겪는 동안 이 친구는 내내 법무사 공부를 파고 있었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쨌든 일찍 시작한 공부라 그러고도 최연소 합격자가 되었다. 인생 전략 참신하게 짠게 성공한 듯. 
6.아이돌 지망생에서 고졸 최연소 법무사로-라는 독특한 이력 덕에 방송 출연도 많이 해서 어릴 적 소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인천에 사무소도 개업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듯 하다. 검색으로 사진 대충 보고 음 이 얼굴에 아이돌?이 생각 잠시 했는데 책에 그런 악플들에 시달려 상처 받던 이야기를 써놔서 뜨끔 했다. 

글발은 그냥 유치한 웹소설 같은 글투에 가끔 !!!하면서 오그라드는 혼잣말 하는 부분이나 갑자기 반성하고 교훈적으로 결론짓는 부분이 많아서 타겟이 십대 어린애들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법무사 준비 과정은 나름 상세하게 쓴다고 썼는데 뜬금 없이 법조항 해석이나 판례 줄줄 그대로 복붙해서 법무사 준비하는 사람한테 하는 조언인가 싶다가도 나 깡통 아니고 법 공부 열심히 한 사람임! 이런걸 티내려 애쓰는 듯 해서 조금 웃겼다. 법무사 시험 준비하는 자신을 고시생이라고 칭하는 것도...나도 속물이고 지나친 자기자랑 앞에서 배배꼬이는 몹쓸 사람인가보다 싶게 만드는 구절이 많았다. 

대학 가지 않고도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직 자격 시험 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그 중 한 사례를 그럭저럭 잘 본 것 같다. 남들 다 공부하는 십대 후반에 논 대신 이십대 초반에 정신차리고 공부에 올인하는 인생, 그것도 뭐 나름 강제로 주어진 것 따르기 보다 자기 목표 가지고 시작한 거니 괜찮은 선택 같기도 하다. 대학 4년 떠올려보면 책 몇 권에 과제 몇 차례 하고 사람들하고 조별과제하고 부대끼고 그 와중에 제대로 배운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동아리에서 공연준비나 책 읽고 세미나하고 동아리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사회성 키운게 그나마 성장에 영향을 줬달까. (인맥조차 결국 동아리 인맥…)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의 남편은 못 만났을지도. 서울대라는 간판빨로 느끼는 자부심이나 부러움도 없었을 것이다. 순전히 자기 능력으로 부딪히고 인정받아야 했을 거고 학력 학벌로 인한 설움도 많이 겪었겠지. 알바도 과외 같은건 해 보지도 못하고 최저시급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일들을 해야 했겠지. 교사 자격증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뭐 딱 거기까지고, 임용 이후의 삶은 약간의 후광효과 외에는 순전히 내 노력과 인성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 시간들이었지만. 어찌됐든 나에겐 대학을 진학하지 않을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자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시험에 올인한게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내가 선택하지 못 할 방식.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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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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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 책장은 뭔가 애틋한데 나도 그런 무덤에 묻히고 싶다(..) 책이 네모난 이유는 아이가 좀 슬픈 이야기라고 하며 네모의 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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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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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리즈는 거의 다 모았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천국일까. 뭐든지 될 수 있어. 이유가 있어요. 불만이 있어요. 벗지 말 걸 그랬어! 정말 귀엽고 기발하고 그림과 내용이 심쿵하게 만든다. 아이가 깔깔 웃으며 정말 좋아한다.
이번 책은 책 좋아하는 아이와 내가 한 번 더 웃으며 볼 수 있는 책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담았다. 전에 산 그림책들 중엔 귀엽긴 하지만 아 이 분량을 이 값에...싶은 것들도 있었는데 있으려나 서점은 밀도 있게 그림과 글이 꽉 차 있다. 상상력도 그만큼 꾹꾹 눌러 담아 놨다.
독서초가 피면 동물들이 책을 들여다 보는 장면은 진짜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결혼식 했는데 서점 결혼식도 귀엽다. 무덤 속 책장은 뭔가 애틋한데 나도 그런 무덤에 묻히고 싶다(..) 책이 네모난 이유는 아이가 좀 슬픈 이야기라고 하며 네모의 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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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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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5 김영하
십 몇 년 전 처음 읽어 본 김영하의 책이었다. 못 해도 세 번은 읽었는데 오랜만에 읽으니 또 새롭다. 씁쓸한 얘기들조차 꽤나 발랄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신부인 친구와 그의 연인이던 미경 곁에서 그들을 그림자마냥 지켜보던 소설가 이야기. 자체발화로 죽은 미경의 남편. 새그림자 이야기가 좋다. 나한테 새그림자는 추락하는 물체의 환영 같은 불안과 공포인데.
오빠가 돌아왔다-내용은 전혀 관계 없지만 w whale이란 그룹이 같은 제목의 씨크한 노래를 만들었었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이랄까. 화자는 중1소녀, 아빠를 패는 오빠를 패는 엄마를 패는 아빠라는 이상한 먹이사슬 밖의 엄지공주 같은 나와 새언니라고 부르기 싫은 미성년 쌈마이 오빠의 연인과 엄마의 귀환과 야유회. 구질거릴 수 있는 설정을 뭐 하나 귀엽지 않은게 없이 그렸다. 재주 좋다.
크리스마스 캐럴-돌아온 재독 교포 환경운동가(로 오해 받은 녹색당원) 진숙의 죽음과 젊은 날 그녀를 쉽게 생각하며 공범의식을 느끼던 세 놈팽이 이야기. 죽인 건 실제로 한 놈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세 놈인 역설
너를 사랑하고도-수영장에 벌거벗고도 모른 채 들어온 아줌마. 비슷한 일이 많은지 예전에 고은이가 자기 수영장에서도 왠 남자가 그러고 수영장에 들어와서 난리난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걸 목격하고 중학 동창을 만나 수영강사의 메신저도 하고 동창이 죽은 줄 알고 확인 전화했다 안도하는 영쑤.(돈두댓 영쑤) 영수의 중학동창 인숙은 의원 보좌관과 불륜을 하다 헤어지고 일기장을 오려버린다. 영수의 마지막 넋두리 뭔가 나아지겠지 쩜쩜은 어휘의 숲 어쩌구만 봐도 딱 소설가의 한탄을 취준생한테 갖다 붙여놨구나 싶었는데 작가가 후기에도 다시 써놨다.
이사-거처를 옮기는 번잡함, 그 중요한 하루에 이상한 일꾼을 만나면 생길 수 있는 불편함. 정말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지 않을까 싶게 생생하게 썼다. 가야토기와 유령 닮은 일꾼. 황사.
너의 의미-충무로 낭인 자칭 감독과 신인소설가의 동상이몽.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남녀가 바뀌지만.
마지막 손님-짧다. 여고생 시체모형 만든 남편과 아내, 이를 보러 온 감독. 마지막 손님은 감독인가 남겨진 시체모형인가. 새해 마지막 날 이야기이고 실제 신문의 12월31일에 실린 소설이다.
보물선-얼마 전 들썩였던 보물선 코인이야기와 꼭 비슷한 작전주+사기 이야기다. 본의 아니게 사기꾼이 된 형식은 정말 믿고 벌인 일이지만. 광화문 앞 충무공 동상은 사실 또요토미 히데요시다. 라는 괴담?을 진짜 믿어버린 사내와 그를 이용하다 다 얽어들어간 잘 나가는 악당이야기. 소설이니까 상상력으로 동상도 폭파시키고 다시 세우고 참 좋다. 하하. 왜 시원한지는 모르겠다. 현실에서 부숴진 무역센터도 나오는데 소설과 달리 실제 부숴진 건물은 쉽게 다시 세울수도 없고 죽은 사람도 너무 많고. 왜곡된 채 확고해진 신념이 만든 테러리스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현실은 외려 악당들이 테러를 이용해 정치도 좌우하고 무기도 많이 팔아먹고 전쟁까지 일으켰는데.

잘 읽었습니다. 신작도 좀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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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산다는 것은 - 걸그룹 소녀들에게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준 매니저의 이야기
이학준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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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4 이학준
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산다는 것은 (걸그룹 소녀들에게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준 매니저의 이야기)

최근 독서 키워드는 아이돌. 그 두 번째 책. 

기자 출신 이학준 감독이 1년 여 동안 스타제국 소속 연습생이자 데뷔를 앞둔 나인뮤지스의 매니저를 겸하며 밀착 취재해서 다큐 영화를 찍었다. 다큐영화제에 초청 받았지만 수상은 못 했고, 이후 그 촬영 과정을 이 책으로 정리해 냈다. 
저자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분위기나 감정을 그리는데 섬세함이 있었다. 시간이 가는 것을 연습실 주변의 자연 풍광을 묘사하며 계절감 있게 표현했다. 다큐 감독이라고 뭔가 르포나 추적60분이나 피디 수첩처럼 그린 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절절히 녹여 미적감각까지 비추려 애쓴게 독특했다. 더구나 중년 아저씨인데. ㅋㅋㅋ
회사와 매니저들은 어떻게든 투자금액을 뽑아내고 스타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는데 골몰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소외당하고 소모되는 상황으로 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달래고 자신들의 체력의 한계까지 달리면서 아이들을 지원하고 머슴 취급 당하거나 뜨자마자 소속사를 옮기는 배신으로 상처받기도 한다. 아이들은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와 연습 강행군, 대중으로부터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소비되고, 지방 행사와 군부대위문공연으로 교통사고 위험과 불가능해 보이는 스케쥴로 지치면서도 꿈을 이루려는 마음으로 견뎌낸다. 그런데 그보다 더 최악은 뜨지 못하고 비판만 받다 잊혀지는 것이다. 
걸그룹을 잘 모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중에 이미지 검색을 통해 멤버들의 생김새를 찾아보았다. 기아에 가까운 마른 팔다리, 그와 대조적인 큰 가슴과 골반, 사람들은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한 몸에 담긴 연예인들을 보며 열광한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화려한 헤어와 의상에는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과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아홉 명이라는 숫자는 애초에 너무 많은 관계와 이해관계와 경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초기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아홉이 온전히 활동한 기간은 짧았고 이합집산 멤버교체를 거듭하여 교체 탈퇴 멤버가 이미 아홉을 넘었다. 2018년 여름 데뷔 8주년 기념 행사를 했는지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포털 페이지에 남아 있었다. 현재 멤버는 단 네 명, 책에 등장하는 초기 멤버는 혜미 딱 한명 남고 모두 각자의 길을 갔다. 사람은 유한하고 그룹은 영원하다는 책의 챕터명처럼 정말 그렇게 되었다. 

나인뮤지스라는게 정말 실재하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추상의 것을 상상해 내고 그것이 있다고 믿는 능력은 인간의 독특한 점이다. 사람들은 이미지와 브랜드이름 또는 팀네임을 소비하고, 스타에 빠지기보다 스타에 빠져 있는 자신에게 빠져 행복감을 느끼고 현실의 시름을 잊는다. 아이돌에 빠져 본 적이 없는 나는 아이돌이나 연예인에 빠져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한심해 보였지만 어느 순간에는 부럽기 까지 했다. 무아의 지경에서 행복할 수 있는, 거의 종교에 가까운 사랑을 나는 그들처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음도 아름다움도 유효기간이 있고, 화려함 뒤에 소모되고 병드는 사람이 있고, 겉모습과 속마음은 너무 다를 것이고, 그래서 애처로워 보이는 그들에게 마음을 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가장 쓸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 ㅋㅋ이런 생각도 한다. 
한참을 그들 곁에서 지켜본 저자도 자신의 딸이 이런 생활한다면 몽둥이 들고 말린다 할만큼 고되고 가혹한 직업임을 강조한다. 평범한 삶을 살 것을 거푸 다짐한다. 또한 아이돌의 삶을 보며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아내, 딸을 떠올리고 과거의 모습도 되돌아 본다.

마지막 헤어질 때 하이힐이라는 속박에서 내려와 쉬라는 뜻으로 운동화를 선물하며 감성 터지는 장면을 기대한 듯하다. 하이힐을 성적 매력을 쥐어짜기 위한 고문도구라고 표현한 것은 미를 가장한 억압에 대해 나름 통찰있어 보였다.(뭐 남의 표현을 빌린 것일지라도 그런 인식을 할 수 있고 공감하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뿜뿜하는 듯) 이 장면이 이 책의 부제이고 내부 관찰자 시점의 작가의 시선, 관점과 가장 일치하는 것 같긴하다. 휴머니즘. 대놓고 시스템을 깔 자신은 없지만 미사여구로 돌려까는 소심함에서 최대한 자기 목소리를 낸 곳인 듯. 

옥의 티라면 가끔 자신의 모습 떠올리는 부분이 중복된다. 기자가 되고도 적성이 맞지 않아 선배 기자에게 하소연하며 코피 흘리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거의 토씨하나 안 틀리고 그렇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다들 문학적 감수성이 터지게 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어려서 단명할까 봐 치마입고 다닌 남자아이(감독 자신) 이야기는 김영하의 소설 어디에도있고어디에도없는 을 떠올리게 했다. 

시간이 나면 다큐영화 나인뮤지스-그녀들의 서바이벌 도 보고 싶다. 이 책이 영화와 같이 망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에필로그가 있었지만 뭐 안타깝게도 책 역시 뜨진 못 한 것 같다. 책 맨 뒤에 영화 시디가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고 전자책도 나와 있다. 나와 다른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싶다면, 화려한 스타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있(고 그것을 좀 깨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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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을 내서 부록 다큐 영화도 봤다. 다들 예쁘고 늘씬하고 그런데 노래 잘 하는 건 아홉 중 많아야 한둘? 화장기 없어도 일반인보다는 조금 더 예쁜. 잘 하려고 애쓰고 모두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고. 마지막에 다들 스타제국을 떠나거나 남은 이야기를 자막처리하고 세라의 노래가 깔리는데 뭔가 쓸쓸했다. 
영화는 아이돌의 땀과 눈물을 담기 위해 분투한 흔적은 보이고 그럭저럭 담긴 했는데 딱 거기까지고. 사람들은 그런 슬픈 뒷 이야기까지는 듣고 싶지 않아 한다는게 이런 영화나 책이 못 뜨는 현실ㅋ다들 뿅 하고 스타가 되길 바라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는 항상 웃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일반인과는 뭔가 다르면서도 또 친숙하길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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