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7 정보경 아이돌 시리즈 3번째가 될..뻔 했으나 아이돌과는 크게 관계 없는 책. 89년생 24살 최연소 법무사 합격자의 자서전이다. 사실 아이돌 시리즈 파면서 연습생하다가 다른 진로 모색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문구에 낚여서 샀는데 저자는 그냥 지망생이었을 뿐 연습생은 될 뻔 했을 뿐 본격 준비한 적이 없었다. 원하던 게 아니라 조금 실망…대학생활 4년 대신 법무사 수험생활 4년을 택한 젊은이의 자서전이라고 소개하면 좀 더 정확하다. 아이돌이라는 키워드는 그냥 낚시다, 낚시. 읽다보면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왔지만 참고 읽었다. 1.유년 시절은 삐라 줍기와 알바에 미쳤다. 2.중딩 때는 신화 사생팬하느라 기획사 주변 서성이고 공개방송 쫓아다니는데 미쳤다. 3.고딩 때는 아이돌 가수 되겠다고 오디션 보러 다니고 라디오랑 케이블 채널 출연도 잠깐했다. 그러느라 공부는 안 하고 다녔다. 4.가수의 꿈은 잠시 접고 대학가자, 솔로몬의 선택에서 고승덕 보고 오오 그래 법대 가자! 이러고 고3 때 마음 잡고 공부했다. 5-6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렸으니 용됐지만 법대는 커녕 인서울 4년제도 어렵고 부모와 담임이 권한 ㄷ보건대 치위생과만 붙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 쪽 공부는 마음이 가지 않아 아무 목표 없이 대학 안 가고 그냥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 모색하겠다고 했다. 5.엄마의 권유로 07년 후반 법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 강의 듣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학원 다니면서 4년 공부해서 법무사에 합격했다. 이 부분은 조금 재미있던게, 나도 그 무렵에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같은 공간 있던 사람이 그 동네 장점 설파하는게 재밌었다. 나도 그 동네에서 반 년정도 (사정상 학원은 못 다니고 반지하방에서 알바해가며) 임용 고사 준비하고 합격 후 상도동, 봉천동 떠돌다 신혼 살림을 다시 고시촌에서 차렸었으니. 내가 그러저러한 일 겪는 동안 이 친구는 내내 법무사 공부를 파고 있었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쨌든 일찍 시작한 공부라 그러고도 최연소 합격자가 되었다. 인생 전략 참신하게 짠게 성공한 듯. 6.아이돌 지망생에서 고졸 최연소 법무사로-라는 독특한 이력 덕에 방송 출연도 많이 해서 어릴 적 소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인천에 사무소도 개업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듯 하다. 검색으로 사진 대충 보고 음 이 얼굴에 아이돌?이 생각 잠시 했는데 책에 그런 악플들에 시달려 상처 받던 이야기를 써놔서 뜨끔 했다. 글발은 그냥 유치한 웹소설 같은 글투에 가끔 !!!하면서 오그라드는 혼잣말 하는 부분이나 갑자기 반성하고 교훈적으로 결론짓는 부분이 많아서 타겟이 십대 어린애들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법무사 준비 과정은 나름 상세하게 쓴다고 썼는데 뜬금 없이 법조항 해석이나 판례 줄줄 그대로 복붙해서 법무사 준비하는 사람한테 하는 조언인가 싶다가도 나 깡통 아니고 법 공부 열심히 한 사람임! 이런걸 티내려 애쓰는 듯 해서 조금 웃겼다. 법무사 시험 준비하는 자신을 고시생이라고 칭하는 것도...나도 속물이고 지나친 자기자랑 앞에서 배배꼬이는 몹쓸 사람인가보다 싶게 만드는 구절이 많았다. 대학 가지 않고도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직 자격 시험 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그 중 한 사례를 그럭저럭 잘 본 것 같다. 남들 다 공부하는 십대 후반에 논 대신 이십대 초반에 정신차리고 공부에 올인하는 인생, 그것도 뭐 나름 강제로 주어진 것 따르기 보다 자기 목표 가지고 시작한 거니 괜찮은 선택 같기도 하다. 대학 4년 떠올려보면 책 몇 권에 과제 몇 차례 하고 사람들하고 조별과제하고 부대끼고 그 와중에 제대로 배운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동아리에서 공연준비나 책 읽고 세미나하고 동아리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사회성 키운게 그나마 성장에 영향을 줬달까. (인맥조차 결국 동아리 인맥…)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의 남편은 못 만났을지도. 서울대라는 간판빨로 느끼는 자부심이나 부러움도 없었을 것이다. 순전히 자기 능력으로 부딪히고 인정받아야 했을 거고 학력 학벌로 인한 설움도 많이 겪었겠지. 알바도 과외 같은건 해 보지도 못하고 최저시급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일들을 해야 했겠지. 교사 자격증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뭐 딱 거기까지고, 임용 이후의 삶은 약간의 후광효과 외에는 순전히 내 노력과 인성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 시간들이었지만. 어찌됐든 나에겐 대학을 진학하지 않을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자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시험에 올인한게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내가 선택하지 못 할 방식.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