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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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5 (저자:미카엘라 르 뫼르)

점심은 짬뽕 밀키트로 준비했다. 채소, 해물, 건고추, 소스, 면까지 각기 투명 비닐 포장이 되어 있고, 비닐을 벗겨 씻어낸 뒤 조리하는 식이었다. 가위로 하나씩 오릴 때마다 불편함이 올라왔다. 죄책감에 가까웠다. 이런 마음도 시간이 지나가면 망각하고 무뎌지겠지만, 이 책을 읽은 직후의 비닐은 이전의 그 비닐이 아니었다.

전부터 궁금했다. 쓰레기, 종류도 다양하게 일반, 재활용, 음식, 오폐수까지, 그 모든 건 내가 버린 후 어디에서 무엇이 될까 자주 생각했다. 제대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우연히 이 제목을 발견하고 읽었다. 책은 두껍지 않고 금세 읽힌다. 그렇지만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다룬 소재는 플라스틱 백이라 불리는 봉다리이고, 번역도 모두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나는 생활용품이자 생활 용어로 자리잡힌 비닐로 통칭하기로 했다.

사회학, 인류학 박사과정생이던 저자는 사회 조사를 위해 베트남 민 카이 마을을 둘러보고,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를 한다. 도처에 악취, 마을 곳곳에 쌓인 쓰레기산, 지금도 너무 더러운데 공장 폐수가 흘러들면 온갖 색으로 변한다는 강물, 재활용 산업에 관한 행사장까지.

쓰레기 더미에서 허술한 장갑 하나 끼고 쭈그려 앉아 쓸만한 비닐을 수집하는 여성 노동자들. 모인 비닐을 다시 사용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공장의 남성 노동자들은 방독면도 없이, 온갖 기계 사이에서 상의 없는 맨몸으로 절단하고, 갈아내고, 녹여내고 또 절단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쓰레기가 없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공단 지역이 되면서 빼앗긴 땅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방류된 폐수 색깔로 물이 덜 더러운 날, 더 더러운 날을 구분하는 주민도 있었다.

부산에 놀러갔을 때, 해양박물관을 가던 길에 유독 자원순환시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수집품들을 담아둔 자루나 상자에는 죄다 외국어가 쓰여 있었다. 내가 버린 것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배에 실려 외국으로 가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하는 물음에 어디선가 정화 시설 갖춘 곳에 소각해서 연료로 쓰이지 않을까, 막연한 추측을 했다. 이 책은 쓰레기를 벌이 삼은, 실은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돈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삶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진짜 답을 알려주었다.

유럽 바이오 플라스틱 협회의 행사장에서 분해되는 비닐을 반대하는 사람은 기존 비닐 사용량이 줄면 사업에 지장을 받을 업체 대표 뿐이었다. 저자의 설명을 통해 분해되는 비닐도 바이오를 붙일 만하지 않고, 생분해성과 관계가 멀다는 것을 알았다. 분자 구조를 느슨히 만드는 물질을 첨가해서 빨리 형체가 사라지는 것은 맞지만, 그저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늘어가는 변화였다.

책을 다 읽고 난 기분은 네오의 빨간 약을 삼키다 목구멍에 걸린 느낌이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석유화합물은 생태계를 망칠 것이고, 재활용이란 이름으로 저개발국가의 주민들을 착취할 것이다. 저자의 사회학, 인류학 프레임을 통해 쓰레기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니까 큰일이네, 싶었다. 재활용 공장을 가진 사람들은 부자가 되지만, 민 카이 마을 사람들은 부지런히 돈을 모으지 않으면 계속 그곳에 남아 지독하고 유해한 냄새를 참아야 한다. 그 냄새의 원천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품을 들여야 한다. 이 새로운 앎이 너무 강렬해서 주방의 비닐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재생원료를 함유한 PET를 사용하였다는 상품 포장의 문구가 달리 보였다.

앞으로는 친환경 재생 소재를 소비하며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장바구니 가방 사용, 페트병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필터 물병 정수기, 페트병 생수는 최대한 안 먹되 먹게 되면 다회용기처럼 여러 번 물을 담아가며 사용하기(세균, 미세플라스틱 다 알지만 그냥 내가 필터다) 그 정도가 내가 해온 쓰레기 줄이기 노력이었다. 이제는, 뭘 더 할 수 있을까? 옷(이것도 대부분 석유 화합물) 안 사기, 택배로 받는 물품 소비 자제하기(비닐 테이프, 완충재), 결국 덜 쓰고 덜 만드는 게 맞다. 새로운 소비를 더하는 인류에게는 답이 없다.

그렇지만 나의 작은 마음은 빨리 이 책의 내용을 잊었으면, 한다. 비닐을 고통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나도 답이 없다.


+밑줄 긋기
재활용할 쓰레기를 분류하고 세척한 사람은 누구일까? 쓰레기였던 플라스틱을 압축하고 녹여 새로운 모습으로 성형할 때 나오는 유독 가스는 누가 마셨을까?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수는 어디로 갈까? 기업이 이렇게 위험 요소가 많은 재활용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추천글에서 먼저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어찌 됐든 가난하지만 깨끗한 도시는 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불행해 지면 그 불행은 보통 지속되죠. (중략) 파벌, 부패, 빈곤은 모두 함께 존재해요. 더러움, 질병도 마찬가지고 … (나쁜 건 늘 함께 다녀)

-쓰레기 가공에 특화된 민 카이 재활용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도로의 갓길과 황무지를 쓰레기가 점령하고 있었다. 가방, 필름, 사용한 플라스틱 포장지뿐만 아니라 회색빛 봉투에서 알록달록한 봉투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쌓여 있는 쓰레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수천 톤의 쓰레기에 짓눌린 공 같은 그 형태 에서 그것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긴 바다 여행을 마쳤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재활용이라기보다 우리 눈앞에서 일단 치워뒀다 저곳으로...가 맞겠다)

-역으로 ‘원천적 쓰레기 분류 ’와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 이라는 법령 속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일상에 쓰레기 관리 문제가 정치적으로 끼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불평등한 무역이 이뤄진다는 명백한 사실과 더불어, 아일랜드에서 출발한 더러운 종이 상자를 분리하는 베트남 농민의 두 손을 통해 드러난 것은 바로 정치적 문제다. (쓰레기도 정치다..)

-사진 촬영을 허락받았지만 한 여성이 카메라 렌즈를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면서 큰소리로 물었다. “프랑스에도 이런 일이 있나? ” “아뇨, 없는 것 같아요. ” “그럼 날 좀 프랑스로 데려가. ”(이분들도 좋아서 여기 사는 거 아니야…)

-민 카이 마을에 있는 수공업 공장들의 재활용 라인을 한단계 한 단계 훑으면 물질 부스러기는 광석으로 변한다. 인간과 기계의 힘이 작용한 여러 작업 단계를 거쳐 처음의 형태를 잃는다.
큰 보따리가 작은 보따리가 되고, 필름이 조각이 되며, 조각은 냉온탕을 지나 세척된 후 녹아서 떨어지고 섞인 다음, 용암이 되어 사출기를 밧줄처럼 빠져나가서 알갱이가 된다. 마치 산이 수많은 모래알로 침식되는 것처럼 고체와 액체 사이의 불분명한 이 재료의 성질은 향후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형태가 없어야 다시 형태를 만들 수있기 ’ 때문이다. (재활용 과정도 결국 환경오염이 수반된다)

-부서진 쓰레기들이 햇빛에 썩어 가면서 뿜어내는 악취가 코끝을 자극하고,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모터와 기계의 소음뿐이다. 아마도 개구리는 여전히 거기 있을 것이다. 오염된 늪지에 숨어 있겠지만 소음이 점령한 이 풍경에서 개구리는 사라지고 없다.
재활용된 알갱이들을 생산하는 작업장에서는 플라스틱 입자가 둥둥 떠다니는 더러운 물을 흘려보낸다. 분쇄된 폴리머 쓰레기의 세척 수조에서 나오는 오수는 마을의 도랑이나 재활용 공장 주변의 공터로 흘러가 고여 있다.(자기가 사는 마을이라면 공장주는 저 지경을 만들까…)

-실제로 이들의 화학적 분쇄 방식은 생분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히려 플라스틱 미세 입자와 오염 물질을 분산시켜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산화해체성 플라스틱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이 봉투가 ‘친환경 ’ 라벨을 붙이고 대형 마트의 계산대까지 배포되었다.(우리나라 마트의 친환경 봉투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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