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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사랑
정예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7월
평점 :
-20250427 정예인.
브로콜리너마저-커뮤니케이션의 이해
https://youtu.be/bo__WpTO_Lc
소재와 책 소개에 낚이지 말자. 퀴어에 관해 읽은 책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 앞으로 가장, 이 갱신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아오 군더더기 문장 한참 읽다보니 나도 군더더기가 많아졌다.
책 전체가 글자 수 채우려고, 책 페이지 맞추려고 떼어내지 않은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 부사랑 직유가 많아도 너무 많아. 접속 부사 ‘하여간’나도 습관처럼 쓰는데 이렇게 남발하면 꼴뵈기 싫은 거였구나… 괄호는 가독성 떨어지게 진짜 왜 이렇게 많아? 굳이, 싶은데다 (어쩌고) (저쩌고) (미치고) (빡치고)
사실 그런 안 예쁜 구석이 나랑 겹쳐서 빡칠 수도 있는데, 이 책은 나보다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글을 다듬고 책을 엮는 일은 그 군더더기들을 열심히 깎으면서도 재미없지 않을 정도로는 남기는 것 아닐까. 이 책은 두 가지 다 못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편집자는 자기 책을 조금이라도 미리 편집해 볼 시도는 안 하는 걸까. 아니, 담당 편집자 뭐했는지 궁금해. 동종업계라 할말하않 했다면 방임, 유기다. 글항아리 출판사라 믿었어… 세상 아무 것도 믿지 말자...
정작 독자가 궁금해 할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한듯 상황과 맥락에 대한 설명이 적다. 거의 없다. 배경도 없고, 그런 사적인 관심에 대해서는 놉, 그냥 이런 나의 감정과 생각과 존재 자체만 읽어줘, 읽는 입장에서는 인색하다 싶었다. 참고 읽는데 왜 보상을 안 해줘!!! 감동도 재미도 한 톨도 안 줘 왜!!!!!!!
철저하게 쓰는 이만을 위한 책들이 있고, 이 책도 그쪽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그런 거라면 굳이 책이었어야 했나 싶다. 독자는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펼치는데, 이해하라고 하면서 이해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게 보이고, 어쩜 그럴 능력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난 그래, 하고 써갈기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장이나 글 엮는 방식이 너무 아쉽다. 실험적이고 싶었다면 망한 실험이다. 아무나 의식의 흐름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닌 걸 한 번 더 확인. 셀프 편집자적 논평이 자꾸 들러 붙어서 너어어어어어무 산만해. 뭐라고 하는지 매번 곱씹어 보려다 여러 번 포기했어.
매 챕터를 읽을 때마다 아...앞으로 글을 이렇게 쓰면 안 되겠다...하는 다짐과 가르침은 많이 받았다. 이거 일기로 읽으면 되는 건가...하는 순간 그냥 예전 일기 가져다 다듬어 복붙한 페이지가 책의 1/3쯤 되었다. 간절하지 않을 때 계약 때문에 어거지로 책 내는 건 그냥 작가나 출판사나 안 하는 게 좋지 않나. 억지로 쓰지 말자… 억지로 쓴 것처럼 읽히게 하지 말자...
저자의 삶의 방식이나 그걸 처음 듣는 주변 이들의 반응이나 수용은 나쁘지 않다. 나쁠 게 없다. 그런데 왜 날 안 봐? 나 피하는 것 같아? 하는 건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면 정말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관종의 호들갑이 시선집중에 실패했을 때 그 화살을 관심 주지 않는 다수에게 쏘아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나도 아주 보통의 존재예요, 하기 보다는 난 이렇게 특별해, 남과 달라, 보라고, 봐봐, 왜 안 봐?? 난 정신병자다 끼야아악 하는 글이 읽기 힘든 건 내가 평양냉면 슴슴 담담 담백 병에 걸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리고 나랑 비슷한 애가 날 지긋이 관찰할 (인내심 가질) 경우가 있다면, 되게 짜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중간에 알라딘 매입가가 1500원인 걸 찾아 보고 좌절했다… 그런 걸 알라딘은 잘도 나에게 비싸게 팔았겠다…
뭐 내가 이 책을 까내린다고 해서 쓴 사람의 삶까지 까내린다고는 누구도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삶은 길고 그렇게 쉽지도 않고 언제나 또다른 반전인 거 알아요 아니까...글쓰는 건 더 쉽지 않아요… 상담사도 아니고 왜 내 돈 주고 남의 한탄과 푸념을 듣고 있지… 서사라기보다는 한탄과 푸념 이상으로는 읽기 어려웠어요… 공감과 연민 이런 것보다 읽을 수록 기가 빨리는데도 다 읽고 성질나서 독후감 갈겨야지 하고 참고 꾸역꾸역...매몰비용 고려 안 하는 멍청한 나야… (정용준 김금희는 좀 사랑하니까 더 안 미워하려고 산문집 읽다가 놓고 소설로 도망갈 수 있었으나…)
결론은 (재미든 감동이든 뭐든 한 톨이라도 있는) 잘 쓴 책/글을 읽고 싶다면 기대를 접고 다른 책들을 찾아보자...
1.폴리아모리의 삶을 조금 가까이서 좋은 글로 접하고 싶다면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홍승은)
2.정병러 퀴어이지만 너무 우중충하지는 않고 덤덤 내공이 느껴지는 극에 달한 희비가 갈마드는 드라마...를 읽고 싶으면 이반지하의 책들(난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만 읽음)을 권합니다.
+밑줄 긋기
-이런 종류의 책은 자칫하면 굳이 읽어야 되나 싶은 아무개의 중얼거림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책에 저자가 물씬 물들어 있어서 저절로 매혹되었다.) (21, 괄호 바깥까지만-소피 칼 책 말고, 소피 칼을 인용하지는 않고 두루뭉술하게 인상평만 냅다 던지는 이 책. 아직 21쪽인데 냅다 던지고 싶어. 참고 더 읽어 볼게.)
-폴리아모리 비유에 관한 나의 해석을 얘기하는 중인데, ‘동시에 사랑하기’보다 ‘균형 맞추며 관계 맺기’가 자연스럽게 먼저 나온다. 그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니까. 각기 다른 존재들의 면면에 따라 나 역시 다르게 그러나 진실하게 감응하는 일. (37)
-그는 나의 명철함과 예리함, 재기발랄함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귀여움과 흰 도화지 같은 순진함, 정서적으로 기복이 별로 없는 사람 특유의 안정감을 좋아했다. 다르게 말하면 그는 나의 과민함과 규범으로 통제되지 않는 자유로움을, 나는 그의 둔감함과 정상성을 끝내 어쩌지 못했다. (74, 취향이 저랑 같으심-취향만 같겠냐고...)
-상대에 대한 소유욕이 별로 없는 성격은 보기 드문 장점이자 가끔은 한숨 나오는 단점이 된다. (79)
-...말미의 두어 단락이 핵심이었다. 인간이란 같이 산책하고 싶어서 결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오래도록 그럴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인생이 아닌가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무리에 이르러서야 진영이 나에게 이 책을 권한 이유를 알았다. 참 소박하고 따뜻하고 정답고...야, 근데 이거 너무 미괄식이잖아!
이런 게 진영의 소통 방식인 것이다. (87)
-큰 위기가 닥치면 멘붕이 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오히려 문제 해결에 혈안이 되어 과하게 각성돼서 용감해진다. (94, 우린 이걸 조증 삽화라 부르기로 했어요.)
-영화를 보다 사람들이 웃는 포인트에서 이렇게까지 의아한 적은 처음이었다. 몇몇 관객들이 웃을 때마다 나는 놀라서 충격에 휩싸일 정도였다. ‘여기서? 왜? 뭐가?’ (126, 내가 어제 마릴린 맨슨 콘서트에 수녀 분장을 하고 나온 빌리 코건을 보고 큰어린이랑 그렇게나 웃었는데 곁의 사람만 안 웃고 저게 왜 뭐가 웃긴지 모르겠다 하던데 서로 웃음 포인트가 어긋나는 경우에는 슬퍼진다.)
-뭘 안다고 다짜고짜 내가 좋다는 걸까? 하여간 보호받는 아이가 된 기분이 든다. 왠지 좋은 일 같다. (137)
-직업인으로서 나는 돈 주고 살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만들 의무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고민하였다. (152, 그건 편집자일 때도 그렇겠지만 작가일 때 더 큰 의무가 아닐까 싶어요…)
-나라는 존재 전부를 언제나 꽉 안아주는 애인 덕분에, 세상을 향해 서 있는 나는 괜히 자랑스럽다. ‘세상 사람들, 나한테는 이런 사람이 있거든요?’ 이런 마음. (156)
-어떤 LGBTQIA+들은 나를 싫어하거나 아니꼬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한남’과 결혼한 주제에 ‘오픈리 퀴어’이기까지 하니까. 정상성을 획득해놓고 소수자성까지 탈취하려는 욕심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대놓고 그렇게 말한 사람은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지레 생각한다.
‘애매한 위치’ 그리고 ‘설명할 수 없음’이 나의 핵심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늘 ‘지금까지의 세상에 없던 것’ ‘기존의 방식이 아닌 것’이다. (168-169)
-‘주체적이고 독립적이고 똑 부러지는 K장녀’페르소나가 기본값이었던 나는 “오냐오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애기 공주”에 대충격을 받았다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제야 보호자라는 걸 가져본 기분이었다. 이렇게 마음껏 뒹굴어도 된다고? 그는 라텍스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아릿할 만큼 다디 달았다. (171)
-망했다.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매일 이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아직도 가끔 절망한다’는 게 매우 수치스럽다. 나 뭐 돼? 응… 어릴 때 나는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고, 장차 더더욱 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줄 알았기 때문에 계획은 하나도 세워두지 않았다. (199, 난 언제나 플랜B, C, D….Z까지 헤아리느라 잠을 잘 못잤지 말입니다. 망하고 나면 다 똑같어 J나 P나...)
-회사를 떠나고 결혼 제도에서도 빠져나오면서 내 계급은 점차 하강했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팍팍 체감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 쉽게 말하자면 마포구에서 영등포구로, 그다음 관악구로 거주지가 바뀌었다. (205, 여기에서 관악구 지박령은 일단 기분이 존나 상하는 동시에 와...이웃집 퀴어였어 악성독후가머 목 따러 올지도 모르니 조심해야겠...지만 이미 늦었어 태어난 김에 그냥 살듯이 나도 읽은 김에 독후감 그냥 쓸 거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