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이라고, 처음 읽은 게 10살 쯤이라고 해놓고는 설마 열 살이...했는데 만 10살이니 맞긴 맞았다. 1994년에 나온 가나출판사의 (아마도 중역, 번역자도 안 밝힌 기획실의 옮김) 데미안을 알라딘 개인 중고 검색해보니 1500원쯤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그 책을 살 필요가 없었다. 책장 구석구석을 뒤지면, 다 있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부터 사서 읽은 책은 버리지 않고 하여간에 다, 있다. 

 이 표지를 직접 보고 싶었다. 속 표지를 보니 나영미라는 분이 표지 그림과 삽화를 그리신 모양이었다. 아마도 이 얼굴은 싱클레어인 동시에 데미안이고 에바부인이거나 베아트리스 일 수도 있겠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정성을 보면 적어도 그림 맡으신 화가님은 소설 데미안을 제법 진지하게 읽으시고 또 좋아하셨을 것 같다.  

 책은 어린이책이라고 지나치게 축약하지도 않고 그냥 이번에 읽은 책이나 분량은 비슷했다. 맨 뒤에 독후감 쓰는 법 같은 사족 빼면 231쪽, 열린책들 판형(길쭉이인가) 272쪽이니 뭐. 사실 야한 것도 없고 잔인한 장면도 없고 (재미도 없고) 아이들이 못 알아 먹을 뿐이지 굳이 삭제판 무삭제판 만들 이유도 없겠다고 이번에 읽고 생각했다. 심지어 다 읽고 나니 그냥 아는 내용 맞는 것 같아... 

1994년 데미안 가나출판사판 4000원.(현재 중고가 1500원...) 2014년 데미안 열린책들판 2025년 현재 알라딘가 9720원. 책값은 내내 내려갔다고 봐야 맞겠다. 

이 시절의 독후감 노트는 찾지 못했다. 다 있다며! 독후감을 썼다는 게 거짓 기억일 수도 있겠다. 1995년의 나는 어두웠다. 내 가정이 어두웠다. 집에 조현병 환자가 강제 입원을 당했다. 자살시도도 했다. 이제 그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다. 데미안의 아버지는 그러고보니 나오지 않는 군. 싱클레어가 데미안의 어머니를 사랑한다. 그걸 알고 있었니? 당연하지! 하는 둘의 대화는 좀 유쾌하다 싶었다. 그냥 그 때 애기인 나는 알아 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나 읽고 와 이런 간지나는 나는 멋져, 하고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았을까. 자존감은 높으면서도 낮던 시절. 
 감흥도 없고 이렇게 우연히 뒤적거려야지나 찾게 될 이 냄새나고 먼지 쌓인 종이더미들을 언제까지 지고 갈 건지 에휴... 내가 죽으면 자식들이 폐지처리장에 넘겨 책들에게 안식을 줄런지 또 (귀찮아서) 이고지고 할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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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24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알을 깨고 나온 듯한 모습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5-03-25 19:42   좋아요 0 | URL
표지 모습을 말씀하신 걸까요? ㅎㅎ사실 끝까지 읽어도 싱클레어가 득도를 했는지 어른이 된 건지 데미안 같이 된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데미안 닮게 되는 게 진정한 나 자신이 된다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