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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일일 3 - 완결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이주향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20241120 마츠모토 타이요.
1권을 다 본 건 추석 때 시댁 가는 지하철에서였다. 별 생각 없이 큰어린이랑 같이 볼 양으로 들고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펼친 만화책이 너무 재미있는 거야… 이를테면 키우는 새랑 대화하는 장면이나…
이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나온 그 아저씨 아니냐…
참 쉽죠 밥로스 아저씨처럼 붓얼룩 같은 걸로 그린 편집부 아저씨도 그렇고 인물 마다 개성이 넘쳐…
만화 잡지 편집자 하다가 잡지가 폐간되자 시오씨는 출판사와 연재작가들에게 폐를 끼쳤다 생각하고 오래도록 일하던 출판사를 그만둔다. 그러고는 지금은 펜을 놓았거나 잡고 있어도 많이 소진된 작가들을 찾아가서 원고를 요청한다. 만화 잡지를 창간할 테니 거기 실을 만화를 그려 달라고. 사실 시오씨는 가까이 있으면 그렇게 매력적일만한 인물은 아니다. 공감능력도 좀 부족해 보이고, 만화가들한테만 굽신굽신 잘하고, 자기 혐오도 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직하다. 목표 하나를 잡고 그것만 보고 다른 건 다 참아낸다. 그 바라보는 하나가 바로 만화다. 세상에 이런 로맨티스트가 나오는 만화라니… 사실 만화의 세계가 다 그렇다. 농구 밖에 모르는 바보, 해적왕 밖에 모르는 바보, 지구정복 밖에 모르는 바보를 지구수호 밖에 모르는 바보가 무찌르는 이야기… 사랑 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나와서 연애 만화의 온갖 갈등과 오해와 눈물을 자아내는 거지 뭐…
클리셰 싫다면서도 알게 모르게 클리셰 중독인 나는 만화 분량이 이렇게 짧으니 창간이 결국 실패하리라 단정하고 읽고 있었다. 비관 밖에 모르는 나란 바보… 그게 아니라고 예측과 기대를 탁 차고 대책 없이 희망적이고 잘 풀리는 결말이 나오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다 망하라는 법은 있냐. 가끔은 그렇게 고생하고 소소한 정이 쌓여 뭔가를 이루기도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건 혼자서만은 이룰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