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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평점 :
-20230602 김새별, 전애원.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서 유품정리사, 특수 청소하시는 분의 기록을 발견했다. 우리나라판 ‘트라우마 클리너’가 있었구나, 책도 쓰셨다고 해서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처음에는 죽은 자의 집청소가 그건 줄 알았다. 생각보다 평이 안 좋아서 아…블로그에는 글 잘 쓰시던데 책은 아닌가? 그런데 저자 이름이 다르네…(바보야 다른 책이니까) 며칠 있다 다시 찾아보니 내가 엉뚱한 책을 찾았구나, 하고 전자도서관에 있어서 빌렸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내게 질려 모두 떠나고 혼자 남는 미래를 상상한 적이 많다. 혼자 우두커니 앉은 외로운 방은 떠올렸지만 홀로 맞는 죽음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스 팔라다의 홀로 맞는 죽음은 챙겨놨음 ㅋㅋㅋ
부족한 상상력을 메워주듯 이 책 안에 김새별님이 직접 경험한 청소 현장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청소팀 이름이 바이오 해저드라 뭐여 예전에 좀비랑 싸우던 게임 아니여 했는데 과연 돌아가신 분이 부패하며 나온 유기물, 파리, 구더기, 바퀴벌레, 온갖 것들(심지어 좀비는 죽었지 얘들은 살아서 계속 증식 중)과 싸우는 일이었다.
책을 다 보고 다시 검색하다 저자가 유튜브 하는 것을 알고 영상 하나를 보았다. https://youtu.be/UqxDwgOQqoE
고시원 좁은 방에서 돌아가신 흔적을 지우는 현장인데, 글로 읽을 때도 힘들고 먹먹한데 직접 청소하고 바퀴벌레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오염된 매트리스 검은 봉투로 싸고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소주병 맥주병 치우고 벽지 장판 뜯어내는 거 보니 진짜…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모두가 가장 꺼리는 더러운 곳, 제일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을 꺼리고 천시하고 편견과 불만으로 대하는 상황도 안타까웠다. 그런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 묵묵 할 일 하시고 심지어 글도 잘 쓰시는 작가님 존경스러움…나도 남들에게 뭐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나(적어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라도…)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밑줄 긋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세상을 떠난 이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보람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고독사, 자살, 범죄로 인한 사망…… 이런 비극이 사라져 나의 직업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기를 바란다.
-쓰레기가 생기면 내다 버리고,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먼지 앉은 가구를 닦고, 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은 하찮은 일이다. 그러나 이 하찮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준다. 삶의 의지가 사라졌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이런 일들이다.
-삶도 죽음도 본질적으로 외로운 것이겠으나 친밀한 관계들에서 얻는 힘으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세상을 살아나간다.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을 수 있다. 아무도 없이 홀로 맞는 죽음, 아무도 거두지 않는 죽음은 그래서 가슴 아프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것은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먼지 앉은 가구를 닦고, 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처럼 사소한 일들에서 시작됩니다.
쓸모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는 공간을 단순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내가 떠나고 난 자리가 아름다울수록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은 덜어집니다.
-내가 죽고 난 후에 발견되어야 할 중요한 물품이 있다면 가족들이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죽기 전에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놓거나 재산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왔는지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없으면 결국 버려져야 할 물건들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 있을 때, 아끼지 말고 충분히 사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