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20230525 스튜어트 리 앨런.

데이빗 핀처의 ‘세븐’을 보면서 일곱 가지 죄악에 대해 처음 들었다. 어려서 성가대 한다고 잠깐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기독교 문화랑은 도통 먼 환경에서 자랐다. 영화를 두 세 번은 본 것 같은데도 기억 나는 건 많지 않다. 브레드피트와 기네스펠트로가 살던 기차 소리 덜커덩 거리는 집, FBI에서 범인을 특정할 때 도서관에서 ‘나의 투쟁’을 빌린 이들의 명단을 추렸다는 것, 그걸 보고는 나도 중학교 도서관에서 ‘나의 투쟁’ 1권을 빌려 읽었다. FBI가 여기까진 추적 못하겠지?하며. 2권은 노땡큐 충분히 지루함ㅋㅋ 마지막에 브레드피트가 황무지 한가운데에서 DHA아니 DHL인가 택배 박스 받고 괴로워하면서 못참고 범인에게 총을 빵빵 쐈던 장면.

‘커피견문록’-원제는 악마의 컵-을 보고 뭔 이런 커피에 미친 또라이가 다 있어…했다가 제목이 그 시리즈 같은 ‘악마의 정원에서’도 궁금해서 모셔 놓았다. 우리나라화 하려면 ‘악마의 텃밭에서‘ 정도가 더 와 닿았을 것 같다. 정원은 왠지 장미나 튤립, 수국처럼 못 먹는 것만 있을 것 같은 기분이잖아.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책이다. 특히나 금지 되어서 죄책감을 일으키면서도 몰래 먹던 음식에 관한 간단하고 잡다한 역사책이다. 그래서 일곱 가지 죄악을 챕터로 선택한 모양이다.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 그런데 각각의 주제 나눔이 확 와닿지 않았다. 그냥 고만고만 비슷한 짧은 이야기들을 적당히 묶어 놓은 기분…으로 읽은 나새끼는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일단 음식 이야기이고, 인간의 흑역사 마냥 사람들이 음식 가지고 괜히 두려워 벌벌 떨거나 분노로 파르르 떨고, 저걸 먹다니, 사람 새끼도 아냐! 그러면서 싸우고 벌주고 태워죽이고 뭐 그런 이야기들이 400페이지 가까이 잔뜩 모여 있었다. 기본적으로 입담 있는 작가라 가볍게 재밌게 읽을 정도는 되고, 그렇다고 신뢰는 별로 안 가는데 나중에 보니까 후주랑 참고문헌 목록이 꽤 길었다. 나름 출처 여기저기 끌어다 쓰고 세계 여행도 다니면서 고증한 작가를 너무 무시했나 봄 ㅋㅋㅋ 그런데 자꾸 코카인이 어때서 하는 걸 보면 자꾸 믿음이 쭈그러듭니다 작가님이시여 ㅋㅋㅋ

어려서 읽었던 동화책에, 음식이 넘치는 천국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그 책을 못찾다가 최근에 인터넷 검색으로 누군가 발췌해 놓은 걸 찾아 읽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거나 옮겨놔야지.

+네덜란드 사람들이 말하는 ’루이레케르란트‘, 즉 ’게으름을 부리며 희희낙락하는 나라‘에 가려면 1만 피트(3048m)높이의 라이스 푸딩산을 먹으면서 뚫고 나가야 한다. 루이레케르란트의 사람들은 초콜릿 케이크로 지은 집에서 살며, 소시지로 울타리를 친다. 꽃들은 (버터까지 발라진) 스콘으로 만들어졌으며, 그레이비 색의 하늘에는 프라이드 치킨으로 된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샤르도네(희고 쌉쌀한 테이블 와인)다. 농부들은 라비올리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또 그 나무 옆으로 보이는 개울에서는 녹인 거위 지방이 졸졸 흐른다. 그곳에서는 심지어 똥조차도 감미로워, 말들은 수란을 누고, 당나귀들은 무화과를 배설한다고 한다. 하지만 조심해라! 어딜 가나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새들이 보이는데, 하품만 했다 하면 그 새들이 바로 당신의 입 속으로 날아들 테니까!

가는 거리마다 돼지들이 널려 있다.
군침이 돌도록 토실토실한 돼지들이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채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칼까지 대령해 놓고서 기다리고 있으니, 가히 환상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먹으려고 살점을 베어내도 가만히 있다!

루이레케르란트는 거의 모든 문명에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코케뉴, 이탈리아에서는 쿠카냐, 독일에서는 쉴라라펜라트라고 부르는 등 저마다 명칭만 다를 뿐, 모두 하나같이 서민들의 유토피아로서 오래도록 지속되는 풍요로운 향연 같은 삶을 누리는 곳이다. 그다지 해로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유토피아가 처음으로 유행했던 중세시대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삶은 유럽의 왕족들에게만 어울리는 것으로 그 외의 사람들이 그런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마저도 비애국적인 행위라고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206-208)

금기된 건 아니지만 집에서 나만 먹는 음식들을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잘 안 먹지만 번데기를 한때 열심히 먹고 노래를 써서 공연한 적도 있다. (이건 뭐 그건 너 도 아니고…ㅋㅋㅋ) 고수, 두리안, 민트초코(이번에 민트초코바나나킥 샀는데 아이들조차 아 이건 선넘었네 하는 표정…ㅋㅋㅋ그래서 딸기바나나킥도 같이 샀잖니), 낫또, 요즘은 역시나 나만 먹는 대추야자까지 ㅋㅋㅋㅋ 최근에는 곤약쫀드기를 제조사별로 섭렵하고 있는데 다른 식구들은 대체 그걸 왜 먹어…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한식의 대명사 같은 것들은 별로 안 좋아하고 잘 안 먹는다… 반대로 곁의 사람은 한식의 대명사들을 아주 좋아하고 간식으로 한결 같이 탄산수, 감자칩, 하겐다즈를 끼고 산다… 입맛이 겹치지 않아 먹을 것으로 싸우지 않는 평화로운 나라… 서로 그걸 왜 먹지 하는 표정을 짓지만 먹는 걸 말리거나 막지는 않는 존중의 나라… 그래서 전쟁이 없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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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5-26 0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습니다! 제목 입력 완료.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5-26 08:58   좋아요 0 | URL
골백작님! 이 책 만든지 오래되어 품절이지만 도서관엔 있겠네요 ㅎㅎ저는 커피책이 번역이나 원래 책구성이나 좀 더 나았습니다. 후속작이라 야심은 컸으나 기대는 못 채우는 ㅋㅋㅋ진지하게 읽지 않고 시간 떼우기로는 먹는 얘기에 먹는 거 가지고 죽고 죽이는 이야기니 어떤 독자 말대로 스낵 정도는 되겠어요. 그래도 금기, 죄악 하면 골백작님이 못 참지 ㅋㅋㅋ돌아보니 일곱 악덕 왠지 다 어기고 산 삶 같아 지옥은 진작 예약되어 있네요 ㅋㅋㅋ

Yeagene 2023-05-2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마의 텃밭에서 ㅎㅎㅎ 아 열반인님 센스 짱입니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5-28 14:10   좋아요 1 | URL
텃밭 하니까 악마가 되게 구수한 느낌이 되었네요 ㅎㅎㅎ에덴의 정원 반대로 한 건가 본데 텃밭 하니 뭔 신과 함께 염라봉 키우는 혓바닥도 생각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