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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이 되면 ㅣ Dear 그림책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20230421 황인찬 시, 서수연 그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절룩거리네.
오른발모가지가 안 성하니까 왼발이랑 오른손이 고생하다가 오른손목도 시큰한게 심상치 않다. 맨날 펜을 쥐고 독서대에 손목을 대고 문제를 푸니까 더 큰일이다. 손목보호대가 오늘 도착했다ㅋㅋㅋ점점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듯. 절룩거리다 보니 몽실이를 비롯한 작품 속 온갖 내 절뚝이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오늘의 브금은 식탁에서 딸기 먹다 말고 갑자기 절룩거리네가 되어 취객마냥 목놓아 부르기 시작했다.
내 발모가지 잘라내고 월드컵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20승
노래하는 엄마를 어이없이 바라보는 어린이들에게 참, 니들 박찬호 모르지? 이랬다.
친구의 소개로 2004년 달빛요정 홈페이지에 가서 시디를 주문하고 계좌이체를 했더니, 사인과 번호가 매겨진 시디가 도착했다. 내건 00707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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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에서 공연 때 절룩거리네를 카피하기로 해서 요정 홈페이지에 허락을 구하는 글을 남겼다. 달빛요정님이 허락이라는 게 필요하겠냐면서 허락해주셨다. 공연 후 이 노래는 동아리 술자리의 애창곡이 되었다.
혼자 살던 달빛요정 이진원은 2010년에 뇌출혈로 음악요정에서 진짜 요정이 되었다. 이제 난 그때 요정보다 나이 들고 무력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ㅋㅋㅋㅋㅋㅋ
계속 살다보면 이제 난 신해철보다 나이가 많아, 노무현대통령보다, 필립로스보다, 그런데 밀란쿤데라 만큼은 자신 없다. 아니 참 할배 살아 계시죠…ㅋㅋㅋ
황인찬의 시랑 초록으로 물들인 수채화 그림이 참 아름다웠지만, 나는 안다. 백 년 동안 쉬기만 하지는 못할 거야. 자고 일어나면 여전히 한낮이 아니라 저물녘 어쩌면 한밤중일지도 몰라. 나를 둘러싸고 잘 쉬었냐고 물어줬으면 좋을 가족들은 이미 더 먼 곳에서 먼저 쉬고 있을 걸 알아.
아직 반 백년도 안 되었는데 내 오른팔과 오른발목은 벌써 사이보그야 ㅋㅋㅋ지나면 낫긴 하겠지만. 시간 가면서 다른 쪽 팔다리도 눈도 귀도 내장도 뇌도 하나씩 낡고 고장이 나겠지.
그래서 내가 그린 그림책은 새까말 것 같다. 나는 백 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