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
나카가와 마나부 지음, 김현화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20221125 나카가와 마나부.

작가 이름이 마나부라 학교 다닐 때 만화부였을 것 같지만 (육상부 하다 도망쳐서) 야구부였다고 한다…
…안 웃기죠?

큰 꼬맹이에게 먼저 보라고 찾지 말아 주세요랑 이 책이랑 주었었는데 다시 책을 찾으러 가니까 (찾지 말아 주세요 보다는) 이게 더 재밌었어…해서 너 친구 없어? 하고 놀렸다. 엄마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소모임을 만들어서 주말에 애들이랑 방방 타는 데도 같이 가고 애들 학교 보내놓고 카페에서 수다 떨며 선생님 흉도 보고 애가 사고 친 이야기 수학은 무슨 무슨 강사가 좋다는 이야기, 카페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는 데도 옆자리 왁자지껄한 수다들이 저절로 귀에 들려오곤 했다. 휴, 카톡도 없고 그래서 단톡방 안 해도 돼서, 저런 자리같이 앉아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의 범위를 아는 터라 어느 정도 단절에 안도하곤 했다. 그치만 코로나19가 퍼지고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그나마 학교에 가야 친구를 만나던 아이들이 고립되는 건 안타깝긴 했다. 나는 자발적 고립이지만 아이는 등교 수업하는 걸 기뻐했다. 이제 열두 살인데 올여름에 인생 처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서 그렇게나 기대하고 설레했다. 세 아이가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모여서 서로가 꾸민 동물의 숲 섬을 구경하고 아이템도 공유한다 했다. 여러 번 다른 친구들 사정으로 약속이 불발되고 실망을 반복하다가 여름방학 중에 만나자던 약속이 방학이 끝나고 나서로 밀려 버렸지만… 드디어 만남이 성사되자 해 저물도록 연락도 없이 신나게 놀고 왔다. ㅋㅋㅋ 아직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았고 본인도 갖고 싶다 한 적이 없어서 당분간도 사줄 계획이 없는데 너무 고독한 아이로 키우나 싶기도 하고…스스로를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아이를 보면 늘 나보다 네가 훨씬 낫다, 다행이다, 싶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었다. 고딩 때는 피씨 통신 에듀넷, 이십 년 전엔 프리챌과 싸이월드, 그리고 엠에센과 네이트온, 십 년 전에는 트위터, 오 년 전에는 페이스북, 거기까지는 따라가다가 카톡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시대가 오면서 그냥 멈췄다. 텍스트까지는 되는데 이미지와 동영상의 자극,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연락처를 어찌 알고 툭 던지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많은 무리들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은 내 수용능력 밖이었다… ㅋㅋㅋ
워낙 많은 커뮤니티들이 망하고 수많은 기록이 유실되는 걸 겪어서 그런지 2018년 둘째 낳고 두 달 만에 알라딘 서재 시작하면서 똑같은 독후감을 네이버 블로그에도 백업처럼 올리고 있다. 그냥 독후감 저장소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로 머물 줄 알았는데, 세상은 생각보다 검색어 몇 개로 쉽게 이어진다. 네이버 블로그는 유입 검색어와 사이트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어서 가끔 살펴보면 재미있다. 아주 황당한 건 음란어에 가까운 검색어가 한 번 연결되면 관계도 없는 독후감으로 유입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한때는 시아버지의 육욕(…), 요즘은 여군 성적 소비(…대체 왜… 해당 게시물은 훈훈한 그림책 독후감이었다), 소월길 쉬멜(…김소월 시인이시어…그리고 봉곤아 잘 지내니…), 남자 젖꼭지(…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라는 진화생물학 책이었는데 정작 게시물 안에는 그 답이 없어서 자꾸 들어오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게 눈에 선해서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 정리해 수정하였다…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

그리고 가끔은 작가님들도 (상처받을까 봐 안 그런 분들이 더 많다는데) 자신의 신작이나 이름을 치고 들어와서 뭔가 불만이면 자기 홈페이지 같은데 내 게시물을 걸어놓고 반박하기도 하고 (그럼 가서 해명 댓글을 달고 화들짝 놀란 작가랑 서로 죄송합니다 하고…) 그랬다.

아침에는 내가 감탄하고 존경하며 읽었던 책들을 쓰신 홍승은 작가님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셨다…깜짝 놀라서 이전 독후감에 나쁜 말 쓴 거 없나 확인하고 왔다…ㅋㅋㅋㅋㅋㅋㅋ 아… 착하게 살아야겠다… 아무튼 황송합니다… 친히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제 꾸질꾸질한 독후감 읽어주시는 이웃분들께도 한 번 더 두 번 더 세 번 더 감사합니다.

만화책 속 마나부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 한 일은 서점에 가서 자기 계발서를 뒤지는 것이었다.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
-자기 생각만 한다.
-남을 헐뜯는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상대를 신뢰하지 못한다.
-비생산적인 일에 집착한다.
-속을 끓이다 엉뚱한 데 힘을 쏟는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푸념한다.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했다.
-분노와 에너지가 가득 차 있다.
“내 얘기네. 딱 내 얘기잖아.”
라고 마나부가 말했다. ㅋㅋㅋ
저기서 몇 개는 다들 동그라미 치지 않나요? 누구나 그런 거 아니었어? ㅋㅋㅋ핵인싸는 난 안 그래, 하나요.

‘침울해져서는 책에서 고개를 들어 옆에서 저처럼 서서 책 읽고 있던 여성을 문득 보니 그분도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자기 계발서 코너는 왠지 다른 코너보다 울적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아요. 자아 찾기 여행에 나섰다가 미아가 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한……’

마나부는 자신이 게으르다 하지만 만화에서 보여준 그의 친구 만들기 노력은 분투에 가깝다. 거리에 나서고 클럽 오프모임에 나가고 교회 예배에도 참석하고 작가 레지던스에 같이 살던 입주자를 만나러 네 시간 걸려 지방에 내려가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에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나 보다. 이제 마흔일곱 살 되었을 마나부는 친구 0명에서 숫자가 바뀌었을까? (일단 동지는 최소 1명…)

친밀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세상에 노출되는 사람은 그만큼 시기하고 (지들은 이유가 있다지만) 부당한 이유를 들먹이며 혐오하고 아픈 말을 던지는 사람도 많이 마주하는 걸 거쳐거쳐 보고 듣는다. (에스엔에스에 오른 걸 기자들도 캡처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캡처해서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올리고 그걸 또 퍼다가 다른 커뮤니티에 옮기고) 금세 지나갈 모래폭풍(안녕 연수옹) 같은 것이겠지만 눈코입에 모래 잔뜩 들어간 이들은 정말 괴롭지 싶다. 신발에 모래 한 번만 들어가면 진짜 한참 동안 털어도 털어도 며칠을 나오던데. 신발 버려버리고 싶을 만큼. 그래서 일단은 숨는다. 조그만 알라딘 마을 정도면 그래도 적당한 정도로 따뜻하니까 가끔(자주 아니냐) 머문다. 여기서도 친해지려다 실패하고 다가왔다가 떠나가고 아예 원수도 지고 옆집 사는 것처럼 익숙해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갔다. 지금이 딱 적당하다. 내가 감당할 만큼만 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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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25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열반인님 시아버지의 육욕에서
뿜을 뻔 했어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4:32   좋아요 2 | URL
자꾸 들어와서 저도 유입 검색어 눌러보니까 주로 다음 쪽에…뭔 야설이 있던 것 같은데 정작 원작(?)게시물은 어느 순간 유실이 되어 제 포스트로 자꾸 들어오더라구요… 제건 옌렌커의 작렬지 독후감이요ㅋㅋㅋㅋ거기서 시아버지가 복상사(…)하긴 하는데 ㅋㅋㅋ

scott 2022-11-25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아직 큰아이 휴대폰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것도 넘 기특!^^

네이버 유입 검색어 충격적이네요 ㅎㅎ

검색어 이어붙이기 해보니 거의 웹툰 19金 ㅎㅎㅎ

역쉬 엔렌커 !^^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8:14   좋아요 1 | URL
저랑 많이 안 닮아서 체제순응? 적이고 모범생 각잡고 다녀서 조금 걱정이기도 해요. 왜 반항을 안 하니 하고…(이러다 진짜 반항기 오면 또 고민할 거면서 ㅋㅋㅋ) 옌렌커 안 읽은 게 많은데 보고싶은 마음과 이젠 그만 보고 싶은 마음 절반이요 ㅋㅋㅋ아 우리나라에서 나온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영화는 궁금해요 ㅋㅋㅋㅋ

라로 2022-11-25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밌는데요. ^^;; 암튼 저 리스트에 있는 거 보면 ENFP-T 유형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할 것 같아요.ㅋㅋ
암튼, 다른 곳에서는 유열님이시군요!!, 우울한 열정님이기도 하신가요?? 헷갈림요. (늙은이;;;)
그런데 12살 자녀분이 저 책을 읽었다고요?? 엄마 닮아 똑똑하군요!! 저희 해든이 한국 나이로 16살인데 아직 핸드폰 안 사줬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학교에서 핸드폰 없는 사람이 해든이 뿐이래요. 웃겨서,, 그래서 안 사줘요. 저는 아마 고딩 졸업하면 사줄지? 아니면 자기 돈으로 사던가,, 근데 친구 관계 문제 없더라구요. 암튼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댓글 달고 가보니까 전자책이 안 나와서 출간알림 신청했고요. 오늘 출간 알림만 신청하는 것 같은 느낌;;;;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8:17   좋아요 1 | URL
저는 INFJ인데 라로님은 역시 E가 있으시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줄여서 반유열이에요. 우울한 열정님은 같이 읽으신 에세이 작가 홍승은님이에요!!!! 자랑하려고 올렸는데 아무도 안 부러워 해!!!! ㅋㅋㅋㅋ듣고 보니 유열 우열 비슷하네요 ㅋㅋㅋㅋㅋ막내랑 저희 첫째랑 차이가 별로 안 나네요. 라로님 제 또래 젊은 엄마셨어…. ㅋㅋㅋㅋㅋㅋ(이러면서 저도 젊은 척) 저도 아직 아이폰5랑 5S를 쓰고 있어서 제가 새 폰을 사면 이걸 물려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