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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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김연수.

나는 내년에도 올해만큼 울 것이다. 거울 속 얼굴 위에 고집스럽게 쓰여있었다. 아직 올해가 지나지 않았다고, 당장이라도 또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 잘 될 거야. 가깝고 먼 곳으로부터 그런 응원과 위로를 살면서 가장 많이 받은 한 해였다. 뒤틀린 마음은 아무리 좋은 말을 먹어도 곱게 자라지 않고 오히려 부서져내렸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낙관하는 거죠? 대체 뭘 믿고 내가 지금 어느 지경인 줄 알고 그렇게들 말하나요?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미 시작해버린걸, 돌아갈 곳 없는 가출 청소년처럼 그저 오기만 남아서 꾸역꾸역 하루를 한 주를 한 달을 보냈고 겨우 그날을 또 지났다.

일주일 동안 지난 열 달 읽은 만큼을 읽었네. ㅋㅋㅋ여덟 권.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책만 봤다. 글자가 눈에 잘 안 들어오고 내가 뭘 읽는지 잘 모르겠는데, 별 감흥이 없는데 잡히는 대로 빌리는 대로 읽었다.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히히 나는 (일단은) 자유다. 그런데 이제 일주일 지났네…하고 잊고 있었네 수학…까마득하게…그러다 보니 다시 침울해졌다.

팔십 년 후에 나는 여기 없을 거라고. 나는 백이십 살까지 살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 해도 그만큼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팔십 년은커녕 팔십일 후의 나조차 내다보기 힘들다. 팔 개월 팔 년은 하물며. 그런 내 앞에서 김연수는 끈질기고 꾸준하게 내일을, 나중을, 미래를, 거기에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나 지난 사람 시간 사건 서적에 대한 떠올림 같은 건 있겠지만 지구 멸망이나 뭐 그만큼의 지독한 결말 같은 건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이적도 안 좋아하는데… 어린 나에게 염세를 삐딱함을 심어 놓고는 나만 빼고 쏙 위로와 위안과 따뜻함의 세계로 가버린 어릴 적 우상들이 나는 밉다.

언젠가 운이 좋아 나도 그런 안식을 얻어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살다 보면 다…견딜 만해진단다… 뭐 그런 메시지를 전달할 거라고 생각하면 그런 나도 밉다. 뭔 아직도 아프니까 청춘이냐고… 아픈 사람은 그냥 내내 아프다 일찍 죽거나 고통에 찌든 노인이 되는 거야…

만화 영화 속 마왕 악당들은 이렇게 형성되는 게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ㅋㅋㅋㅋ 마음 곱게 먹고 나도 나를 달래는 데 더 힘을 써야겠다. 환하고 따뜻하고 이런 거 지금 읽어야 역효과니까 막 필립 로스나 도둑일기 이런 거 읽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후감이 왜 이래 소설 감상이 하나도 없어….

감상
1. 아무 섬에나 가고 싶다.
2. 벚꽃 보고 싶다.
3. 그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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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4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수옹 이번 신간 초 ! 대박 나고 팟캐에서 쒼나게 낭독도 했습니다 (열반인님 수능 열공 하시는 동안 ㅎㅎㅎ)열반인님의 미래는 곧 합격!

반유행열반인 2022-11-24 21:23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이 정도 유독한 건 고통스러운 중생의 푸념 호사소마 정도로 좀 봐주세요… (굽신굽신 찐팬 사생팬 몰려와서 두드려패면 나는 팔십 년은 커녕 오늘 죽는다…ㅋㅋㅋ)미래는 나중에 생각할게요 ㅋㅋㅋㅋㅋ

Yeagene 2022-11-25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 신간 다들 평이 좋더라구요 ㅎㅎ저도 짬내어 읽어야할텐데;;;;;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4:34   좋아요 2 | URL
착하고 밝음을 말하는 소설이었어요. 최은영 많이 생각났어요. 그런데 저는 수능 망친 엔수생한테는 안 권할 거 같아요 ㅋㅋㅋ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브로콜리너마저) 때도 있잖아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