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지 말아주세요 -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흑역사 청산 만화
나카가와 마나부 지음, 김현화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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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나카가와 마나부.

부제-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흑역사 청산 만화.
흑역사. 그게 청산이 되긴 하는 걸까.
알라딘 당신의 기록 올해치를 보고 놀랐다. 수험서 등등은 통계에 제외한다는데 왜 구매 권수는 111권으로 되어 있는지… 작년에는 왜 320권인 건지 이거 보고 더 깜짝 놀람ㅋㅋㅋ… 주로 아이들 책이랑 스티커북을 샀을 것이다. 내 책도 사긴 했을 텐데 시험 전까지 11달 내내 읽은 건 8권, 시험 끝나고 이제 일주일 되어 가는데 벌써 6권. 역대 최저 독서 암흑기가 되겠다…내년에는 이거보다는 더 읽을지도…

올해 산 책 중에는 이런 만화책도 있었지. 아이에게 먼저 읽으라고 주었던 만화책을 찾아보았다.
찾지 말아 주세요.
2월에 짐 싸가지고 교무실을 나올 때 약간 이런 마음이었는데. 나는 1년 안에 탈출 루트가 마련될 줄 알았는데 안일했다… 독서대 하나 없으면 어깨랑 목이 아파서 옴짝달싹 못하는 노쇠함이여… 책 속 마나부의 어깨에 어두운 음영 표시로 두 개의 팔이 덜렁 얹혀 있는데 그 기분 왜 알 것 같은지…
중학교 수학교사였던 마나부는 어느 날 찾지 말아 주세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잠적한다. 우리에게는 잠수탄다는 말이 있구나… 십오 년 후 얹힌 듯 가슴에 남아 있던 부끄러움? 미안함? 그런 걸 직면으로 해결하고 싶었는지 마나부는 다시 그 탈출 루트를 되짚으며 억누르고 잊고 있던 당시의 상황과 그때 그 일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입장을 듣고자 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남의 일에 별로 큰 관심 두지 않고 큰 영향을 받지도 않고 그저 덤덤했다. 마나부의 엄마는 제일 힘든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저 살아돌아와서 고마워- 하며 마냥 오냐오냐해줘서 마나부는 그게 더 죄스럽고…아빠는 이미 돌아가셨다.

나는 스스로 포기를 모르는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해왔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내가 생각보다 금세 포기하고 다른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섰다는 걸 떠올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합창부가 하기 싫어져서 그날로 아침 연습에 가지 않았다.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맘대로 빠져버리니 화가 난 지도 선생님은 나를 불러다 앉혀 놓고 악독한 것,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혼냈었다. 그뿐인가 고등학교 때는 그토록 들어가고 싶었던 스쿨 밴드 오디션에 통과해서 보컬이 되었지만,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연습을 안 하고 자꾸만 객원 보컬을 데려오는 연주자들에게 실망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밴드를 때려치우고 나와 그 아이들 공연하는 수학여행 저녁에 화장실에 혼자 숨어 한참 엉엉 울던 기억도 있다. 좋아하는 아이가 나를 안 받아주면 또 엉엉 울다 곧 다른 아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임용을 보고는 아 망했네 나 이 시험 죽어도 못 붙음 하고는 사립학교 원서 30 몇 군데 쓰고 학교 취직 안 되면 일반 기업 취업이라도 시도하자, 하고 토익책 사서 토익 시험 준비를 했었다.(그러다가 1차 붙는 바람에 큰일 났다…하고 열흘 동안 2차 벼락치기 하기도…) 기타를 배우겠다고 학원에 등록했다 건초염이 생기고 연습이 지루해지자 몇 달 못 되어 관둬버리고, 보컬 레슨을 받겠다고 또 학원에 갔다가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니 그것도 얼마 안 되어 관둬버렸다. 나름 다른 형태의 삶을 꿈꾸며 들어간 대학원에서도 전공 학문에 도무지 흥미를 갖지도 적응하지도 못하고는 논자시까지 봐놓고는 논문을 쓰지 않기로 했다.
쓰고 보니 나의 도피의 역사는 끝이 없구나…원가정에서는 가출도 많이 했었지 참…

아마 이번 도피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밥벌이로 되돌아갈 수도 있겠다. 나는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니까… 마나부는 선생을 관두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 전전하다가 만화가가 되어 이 책을 냈다. ㅋㅋㅋㅋ 이 책 말고도 만화가 하겠다고 도쿄 와서는 친구 못 사귀어서 절절매는 이야기 ‘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도 같이 사놨더라…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서사 궁금하고 공감하고 찾아보는 나도 흑역사에 절절매는 마나부도 안쓰럽다. 그래도 나만 그런 거 아니란 거 알려줘서 고마워 마나부 ㅋㅋㅋㅋㅋ친구 잘 사귀나 못 사귀나 다른 책도 보러 갈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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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3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5학년 생 한테 악독한 것이라뇨!

기타 들고 열반인님
홍대에서 데뷔를 하셨어야 ㅎㅎㅎ

요즘 최고의 인기 직업은 예능인
유툽에 얼굴 손 빠꼼 내미는 유투버들 !^^

약사 친구 가게 문 닫으면 조명등 키고 유툽 촬영하고 살아여 ㅎㅎㅎ

열반인님 북플에선 사라지지 말귀~@@@@@

반유행열반인 2022-11-24 08:12   좋아요 1 | URL
화장도 엄청 세게 하고 무섭게 가르치던 선생님이셨는데 센 말이라 여태 기억에 남네요. 저 홍대 클럽 잠깐 돌다 멤버들 하나둘 떠나가고 밴드 역시 임신출산과 함께 금세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ㅋㅋㅋㅋ유튜브 이런거 하는 거 보면 대단한 거 같구 이제 관종병(?)은 치유가 된 건지 최대한 숨어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