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파푸아뉴기니 쿠아 마운틴 #4 - 12g, 1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엄마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고 싶다고 하셔서 중고로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상영 신작소설도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샀고, 드립백 커피도 5개들이를 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태평양의 섬나라 중 어느 한 곳도 가보고 싶다. 파푸아뉴기니 남태평양 맞나? 구글 지도로 찾아보고 왔다. 생각보다 멀지 않다. 여기서 남남동쪽으로 주욱 내려가면 있네. 뉴기니는 커녕 남해안이라도 가고 싶은데 뉴기니나 남해안이나 실제 거리와 상관 없이 지금은, 아득히 멀다.
어제 드립백 하나를 내려 보니, 아 여름은 드립백 내려 먹기엔 조금 덥구나, 하고 얼음을 몇 개 넣었다. 커피값이 많이 올라서 네스프레소 캡슐도 지난 번 살 때는 가장 싼 건 개당 590원짜리도 있었는데 공지도 없이 슬며시 699원으로 올려 놨더라… 유통기한 임박한 저렴한 호환 캡슐로 파푸아뉴기니 원두를 먹어봤는데 맛있길래 원두 드립백으로도 사봤다. 캡슐이나 드립백이나 별 차이 안 나 이제..하고…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부었는지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입추 지났으니 며칠 후에 조금 덜 더워지면 다시 먹어 봐야겠다.

드립커피도 줄여가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너무 게으른 건 아닌가. 어릴 때 아빠는 학교 안 가는 날에도 아침에 게으름이야, 하면서 마구 잠을 깨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돌아보면 세상 바쁘게 살던 시절에도 나를 다그치며 이런 나태한 놈, 했었다. 요즘도 아니 상위권 수험생들은 막 하루 14시간씩 공부하고 그런다던데…역시 나태한 놈! 그러다가 아이패드에 스크린타임 기능으로 공부 시간 체크할 수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거의 모든 전과목 문제를 종이 노트 대신 노트앱에 풀고 있기 때문에… 확인해보니 지난 3주 간 공부량은 주당 약 55-60시간 사이 정도였다.(노트 앱 켜놓고 강의 듣는 시간이 중복되서 동영상 강의 시간은 따로 합산 안 함 ㅋㅋ) 주중에는 하루 8-9시간, 주말에는 하루 5시간 정도 된다. 웹사이트에서 서핑한다고 허비하는 시간 많다고 생각했는데 주당 인터넷 사용 시간이 아주 많을 때에도 10시간이 안 되고 조금 열심히 한 주에는 주당 7시간이 안 된다…인터넷 사용량 하루 평균 1시간 이내면 나 인생 최대의 성실한 시기 아닐까.. ㅋㅋㅋ 그러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야지.

그나저나 요즘은 노동 시간도 52시간 넘지 말자 했는데, 출근할 때도 칼퇴근해서 주40시간 넘기는 일이 드물었는데 왜 나는 사서 고생으로 참 불쌍하게 살고 있구나…더불어 수험생들 대한민국 학생들 다들 너무 불쌍하다…이렇게 지겹게 몇년씩 공부하며 살고 있구나…싶었다. 물론 다들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스터디카페를 다니며 깨닫긴 했다…
아침에 어린이들 학교나 유치원 가고나면 한두시간 정도 공부하다 스터디카페에 간다. 여섯시간 동안 한시간마다 화장실 가는 5분 빼고는 꼼짝 않고 앉아서 수학문제를 푼다. 그덕에 가끔 돌려주는 스트레칭도 소용 없이 목근육이 자꾸 굳어서 매일 아프다. 그러고 다시 돌아와서 저녁 먹고 두어시간 공부를 하면 하루 9-10시간 공부를 겨우 채우는데…
어머님들, 시간 나면 스터디카페 한 번씩 가보십시오…진실을 아셔야 합니다…애들이 세상에나… 태블릿으로 강의 틀어놓고 열심히…친구와 카톡을 하거나 게임을 합니다. 진짜 용자들은 태블릿에 유튜브 틀어놓고 폰으로는 게임하다 메신저 하다 아주 멀티플레이를 하지요…시간 부족해서 매일 애가 타는 나는 굳이 여기와서 저렇게 놀고 있는 친구들이 이해가 가기도 안 가기도 한다. 나도 학교 다닐 땐 컴퓨터 한다고 막 독서실 안 가고 그랬으니…아마 독서실에 컴퓨터 들고 가라고 했으면 저 아이들처럼 신나서 와서 놀았을 것 같기도 ㅋㅋㅋ
말버릇처럼 요즘 애들 가엾다고, 내가 해보니 진짜 수능공부 못할 짓인데 앞으로 이걸 시켜야 한다니 우리 애들 너무 불쌍해, 하다가도 근데 우리 애들도 저렇게 공부한다고 가서 열나게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에어컨 시원하게 쐬면서 낮잠 자겠지? 하며 뭔가 양가감정이 드는 날들 ㅋㅋㅋㅋㅋㅋㅋ

…하고 흰소리 하는 것은 오늘 채 3시간도 공부하지 못했는데 벌써 하루가 저물어서 어이가 없어서 자아성찰하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네… 오늘은 파푸아뉴기니는 커녕 서울커피우유랑 녹차를 한 잔 마셨다. 주말은 주말, 주중에 열심히 하자 ㅋㅋㅋ겨우 백일 남은 달력 보며 아 아니야 사백일이야 하다가도 내년 여름도 이러고 있을 거 생각하면 참 끔찎하다… 뭔가 오락가락하는 여름날 오랜만에 일기를 남기는데 참 나도 뭔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내일부터 다시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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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07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한 방송에서 수능 1타강사?가 동영상 학습시간은 공부시간에서 제외해야한다고해서 깜짝놀랐어요. (저는 왜 그런 방송에 눈길이...)스터디 카페 상황보니 딴짓하기 쉬운 여건도 그 원인중 하나겠네요.ㅎㅎ 열반인님 내일부터 다시 으쌰으쌰!!^^*

반유행열반인 2022-08-09 07:21   좋아요 2 | URL
딴짓 하는 친구들이 쉽게 눈에 띄어 그렇지 스카에 열심히 꿈 이루려 준비하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요 ㅎㅎㅎ미미님 으쌰으쌰 감사합니다!!!

2022-08-0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