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7 이규리. 여름에는 봄이 가득한 시집을 울면서 읽었다. 지난 봄이 슬퍼서 읽고 울었다. 겨울에는 겨울에 태어난 덕에 겨울 시집을 받아 읽었다. 어느 계절도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가장 온화하다는 봄에도 가을에도 혹독한 순간은 있었다. 겨울에 시작된 사람인 나는 우리는 어찌어찌 네 계절을 버티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첫눈은 못 되어도 계속 내리는 눈발로 닿고 싶다. 이 땅을 뜨지 않는 한 매해 만나는 겨울이 되고 싶다. 춥지만 차갑지 않게. 언 손은 감싸 쥘 이유가 있으니까.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로. 지구가 너무 뜨거워지면 안 되는 까닭.+밑줄 긋기 희고 흰 것이 잔뜩 나오는 시집에서 가장 어둡고 검은 시를 골랐다. 음울이라 읽고 베껴 적었다.-그늘만 찾는 풀들이 있다 뜻한 바 있어 택한 낙향처럼 그늘은 버려진 시간이 아니다 그 자리 온 작고 여린 생들, 착 깔린 이끼와 자잘한 괭이밥, 여기까지 온 마음을 다 안다 할 수 없어도 내 어둠을 살라 당신을 옥죄었던 그늘도 생각하면 어두운 날들의 축제였다 그늘이라지만 그늘은 둘레를 따로 두지 않고 제자리라 삼지도 않는다 험로를 어떻게 왔을까 싶지만 동류끼리는 셈이 있는 법이니 누구 간섭하지 않으면 좋으리라 가만히 두면 되리라 그 고요 안에도 다툼이 있는데 그건 그들만의 생기라 했다 최소의 의지라 했다 왜 그걸 비켜가라 했을까 햇빛도 제 안의 실의를 감추느라 그늘을 둔 것인데 쓰윽 베이던 차디찬 음해는 습한 세계는 누구나 제 폐허가 막막해서 푸아푸아 울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울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