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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 결혼 ㅣ 페미니즘프레임 3
정지민 지음 / 낮은산 / 2019년 11월
평점 :
-20200624 정지민.
제목과 차례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빌렸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나도 그게 궁금해.
폭력
재정 계획
자유와 평등
성차
한남
시가
출산과 육아
폴리아모리
비혼 시대
경멸
불륜
함께 살기
차례만 봐도 무슨 이야기 할 지 궁금하다!!
큰 기대 없었는데 저자의 글쓰기가 마음에 들었다. 하고자하는 말을 뚜렷하게 잘한다. 밑줄 벅벅 긋고 싶은 말도 많이 한다.
결혼과 페미니즘을 양립하려는 시도, 저자는 나보다 조금 더 젊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결혼 제도와 관계와 가부장제와 평등에 대한 사유는 깊고도 넓었다. 스스로를 가부장적이고 한남이라고 탓해본 경험, 시가나 남편이 완전 폭망한 상대는 아니라 불행하지 않다는 점, 이성애자로 남성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반대편엔 자기혐오와 맞물린 여성혐오가 있고) 결혼을 받아들인 점에서 뭔가 어떤 흐름에 거스르는 죄책감을 동반한다는 것까지 입장이나 생각에 공통점이 많아서 공감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고집과 독선과 집착과 불안과 몸과 마음의 병과 미안해하기 위해 온갖 미안한 짓을 저지르는 나에게 마냥 괜찮아, 너 하고싶은대로 다해, 하며 위로하고 참아주는 사람과 산다. 그 사람이 자란 환경도 나 못지 않게 불행했는데, 한 번도 누굴 때려 본 적 없고 부모에게 맞거나 욕먹은 적 없이 자라나 어린아이에게 마냥 다정하고 너그럽다. 시가 어른들도 다 비슷하게 착하고 나는 명절이나 행사에 방문하면 손님 마냥 먹고 놀고 쉬다 (아주 가끔 미안해서 설거지 한 끼 정도만 하고) 돌아온다. 반면 내 부모나 조부모는 아이를 때리고 욕도 하는 가풍을 보여주셨지… 부디 나의 자손들은 더 훌륭한 쪽의 영향을 더 받기를…
여자, 남자를 대하는 잘못된 방식이 구조화된 것도 문제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문제인 것도 같다. 가부장제의 롤모델을 보여줄 아버지가 일찌감치 도망쳐버려서 그런 영향 없이 엄마와 누나의 다정한 보살핌만 보고 자란 남자는 오히려 아빠보다 엄마같고, 누구처럼 도망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좋은 사람이 되었다. 나도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꾸 마음과 다르게 못된 가부장이 된다. 이건 구조와의 싸움인 동시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제도와 관계와 차별과 불평등에 관해 미리 사유한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고 스스로도 많이 고민하고 반성해야겠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고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도 하지만, 나는 나를 고쳐쓸 수 있으면 좋겠다. 뚝딱뚝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