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20200607 스쥔(史军).

식물책, 나무책을 좋아해서 괜찮아보이면 마구 빌리는데 식탁, 들어가니 조금 망설여졌다. 지난해 읽은 식용식물 몇 가지 다룬 책이 내실이 없었어서...그래도 이번엔 중국 저자야! 식물학자래! 두께가 조금 있었는데 잘 썼고 재미있었다. 이번 식물책 겸 먹보책은 성공이야.

여유적적하고 식물에 대해 잘 알고 먹는 데도 일가견이 있어 나이 지긋한 으르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80년대생이라고 했다!! 내 또래라니. 검색해서 저자 웨이보에 갔는데 음. 공부 잘 하게 생긴 학자의 SNS에는 예쁜 꽃 사진이 가득했다. 중국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식물 사진만 봐도 힐링되는 기분. https://www.weibo.com/sjorchid 음 오늘은 수박이랑 망고 사진이 올라왔다. ㅋㅋㅋ

중국땅이 워낙 넓고 기후대도 다양하다보니 우리가 접하지 못한 채소 과일류도 있고 또 제법 근접한 지역이다보니 우리랑 겹치는 식재료도 많다. 식물의 이름을 우리가 친숙한 말 대신 중국어식 표기를 그대로 둔 게 많았다. 예를 들면 키위를 미후도, 토란을 우두, 캐슈넛을 요과, 꿋꿋하게 이렇게 적어놨다. 그래서 읽다보면 생소하고 헷갈리기도 한데, 잠깐씩 한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랑 컬러 도감을 같이 첨부해놔서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저자가 글솜씨도 좋고 개그 코드가 나랑 맞아서 읽다보면 피식하는 부분이 많았다. 여러 성분과 특징, 몸에 기능하거나 맛을 느끼는 과학적 원리, 식물 내 포함된 인체에 위험한 성분 같은 걸 소개하는데 친절하고 자세해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런 거 보면 분명 과학책인데, 막 자기가 먹부림 부리다 망한 얘기나 실망한 얘기, 식물이나 풍광과 분위기에 젖어 적어 놓은 부분은 되게 감성터진다. 문돌이 뺨싸대기치는 이과생들이 너무 많아...문돌이도 좀 먹고 살게 살살해 줘…

중국도 우리처럼 뭐 먹으면 몸에 좋대! 하고 열풍 부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엄마가 호두 주면서 이거 많이 먹어, 머리 좋아진대! 하는 건 중국도 똑같아서 웃겼다. 그런데 그런 소문-몸에 좋다 혹은 해롭다-에 대해 저자는 항상 근거 없어, 맹신하지 마, 너무 많이 처 먹으니 문제지. 적당히 조금씩 즐겁게 먹으면 괜찮아. 하고 땡 친다. 이건 한국의 최낙언 선생이랑 완전 똑같았다. 그래서 더욱 친숙했다.

책읽다가 충격받은 사실-키위(중국 이름 미후도)는 원산지가 중국(야생)이고 현재 중국이 생산량 1위 국가다. 레드키위도 중국 야생에서 건져낸 종이다. 백년 전 쯤 중국 놀러간 교사가 키위 씨앗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가져가서 뉴질랜드 사람들이 열심히 키워서 1960?70년도 쯤 자기들 국조의 키위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그랬어?!!! 냉장고의 골드키위야 말을 해 보렴. 너네 조상이 중국이란다. 어쩐지 우리 조상도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도망왔다는데 그래서 내가 키위가 좋았던 것이냐. (정작 옛날 중국인들은 미후도 안 먹고 관상수로 씀)



-밑줄긋기
피스타치오처럼 딱딱한 흰 껍질을 깨물어 알맹이 부분의 얇디얇은 ‘땅콩껍질’을 문질러 깨끗하게 벗겨내면 라임빛 은행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맛이 은행의 훌륭한 명성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바삭하지도 않고 맛이 시원하거나 좋지도 않았다. 쫀득함과 딱딱함의 중간 정도 식감으로 마치 하루 정도 지난 찹쌀 경단 같았다. 물론 맛은 경단처럼 단순하지 않고 살짝 쓴 맛이 느껴졌다. 

부티르산butyric acid, 카프로산caproic acid, 메틸 N-뷰티레이트methyl butyrate, 메틸 헥산오에이트methyl hexanoate 등이 혼합된 이 냄새는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다. 바나나를 장거리 운송할 때 나는 희한한 악취와 상당히 비슷한데, 이는 지방산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유기산의 고린내다.

  우리한테는 기분 나쁜 냄새지만 붉은가슴다람쥐Rubrisciurus rubriventer, 캐롤라이나 회색다람쥐Sciurus carolinensis, 흰코사향고양이Paguma larvata 등에게는 식사를 알리는 신호인 모양이다. 은행 종자 안에는 전분, 단백질, 지방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100그램당 전분 68그램, 단백질 13그램, 지방 3그램이 들어 있다. 영양가가 이리도 풍부한데 어찌 동물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겠는가.

은행에 들어 있는 시안화수소산hydrocyanic acid 함량은 100그램당 무려 830마이크로그램에 달한다. 게다가 깅골산 등 화학물질은 은행을 상대하기 힘든 종자로 만들었다. 백과의 고장으로 유명한 저장성浙江省 창싱현長興縣 인민병원 기록에 따르면, 은행에 중독된 사례가 허다하다. 1세 미만의 영아는 은행 10알을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고, 3~7세 아동은 30~40알을 먹으면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부드럽지 않고 오히려 살기殺氣를 숨기고 있다.

인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모든 세포가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화학 물질 사이에 전자를 전달하는 게 호흡 작용의 본질인데, 시안화물이 이런 전자 이동을 가로막는 데 선수다. 시안화물이 세포에 침입하면 전자 전달계를 마비시키는데, 이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 스위치를 내린 거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세포의 생명 활동이 갑자기 멈춰버려 몸 전체가 붕괴된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각종 야생 식물의 신기한 건강 및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흘려 듣기 바란다. 야생 식물을 먹고 병을 치료한 사례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야생 식물에 함유된 약용 성분이라도, 반드시 정제해 의사의 지도 하에 사용해야 안전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효한 식물 화학물질이라고 해도 정상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콜히친이 정상세포를 많이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약을 건강보조식품처럼 먹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어쩌면 위험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유독성 식물들이 춥고 배고플 때 인류의 식단에 들어왔지만, 생사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목숨을 보전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먹을거리가 풍부할 때는 굳이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이 있는 음식에 도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간파균에서 나는 진한 견과류 향은 이웃들을 자주 끌어들이는데, 식감이 쫄깃해서 잘못하면 혀를 씹을 위험이 있다.
ㅋㅋㅋㅋ

익숙하지 않거나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버섯은 안 먹는 게 상책이다.

  버섯을 먹고 안 먹고는 순전히 좋아하는 마음에 달려 있다.

어느 한 음식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건 결코 이성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는 어떤 음식이 만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상대적으로 음식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늘 여러 가지 선택에 직면한다. 우리는 그 선택 덕분에 쾌감을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먹고 안 먹고는 균형에 관한 문제다. 음식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 손에 있는 선택권을 잘 선용하며, 쉽게 믿거나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아야 먹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생칠이 최종적으로 형성하는 칠막漆膜은 바로 이 페놀들이 결합해서 생긴 결과다. 이 과정은 오늘날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과정과 거의 똑같다. 단, 플라스틱 생산에는 촉매제가 들어가야 하지만, 생칠은 자체적으로 라카아제laccase라는 촉매제를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망고도 옻나무과 식물이라는 걸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망고에도 우루시올이 미량 들어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켜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열대과일의 왕인 망고를 좋아해도 민감한 체질인 사람들은 망고를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내 주위에 한 친구는 망고를 볼 때마다 흥분해서 막 먹는데, 매번 입과 볼이 퉁퉁 붓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곤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망고를 먹기 위해서라면 그런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 옻나무에 피부가 직접 닿는 것만큼 망고 알레르기 증상이 심각하지는 않다.

  이 밖에도 고급 견과인 캐슈Anacardium occidentale도 옻나무과 일원이다. 우리가 이 견과를 먹을 때에는 독이 든 껍질이 벗겨져 있는 상태라 다행이지만, 캐슈의 속살에는 여전히 세 가지 단백질(Anao 1, 2, 3)을 포함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 있다. 따라서 캐슈는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여전히 악몽이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과학자들이 캐슈 알레르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아황산나트륨으로 캐슈를 처리하면 알레르겐을 상당부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캐슈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파인애플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과일이다. 파인애플에 들어 있는 브로멜라인bromelain 때문이다. 파인애플을 먹기 전에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먹으면 이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질산염이나 암모늄 자체에는 독성이 전혀 없다. 따라서 질산염과 접촉해서 중독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질산염의 동생인 아질산염은 다루기 쉬운 대상이 아니다. 아질산염은 헤모글로빈을 강점해 산소 부족으로 사람을 죽게 만든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아질산염이 아민amine 물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질산염이 인체 내에서 아질산염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은 질산염은 소화기관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는데, 이 질산염들은 침샘으로 보내진다. 타액이 분비되면서 질산염은 또 구강으로 들어간다. 구강에 있는 수많은 세균들은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환원시킨다. 알고 보면 문제는 인체가 자초했던 것이다! 대다수 질산염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새롭게 순환을 시작하는데, 일부는 체외로 배출된다. 이때 본분을 지키지 않는 아질산염은 소란을 피울 궁리를 한다. 만약 위장의 산성酸性에 문제가 생기면 아질산염은 아민과 쉽게 결합해 강력한 발암물질로 변신한다. 질산염과 아질산염의 가장 두렵고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량의 아질산염은 구강 미생물 환경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아질산염이 있기 때문에 유해한 혐기성 세균이 말썽을 일으키지 못한다. 또, 많은 아질산염은 일산화질소로 환원된다. 이 물질은 인체가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에 있는 물종은 본래 인류를 위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모든 물자가 제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게 만드는 방법이야말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1904년 어느 뉴질랜드 교사가 후베이湖北성의 한 교회에서 선교 중인 여동생을 만나러 중국에 왔다. 그런데 이 교사의 이름이 미후도의 운명과 단단히 묶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녀의 이름은 바로 이사벨Mary Isabel Fraser이었다. 그해 이사벨은 델리시오사의 종자 한 봉지를 뉴질랜드로 가져갔다. 그녀가 가져간 종자는 미후도 세 그루로 자라 순조롭게 개화하고 열매를 맺었다. 이 세 그루가 현대의 미후도 산업을 일으킬 줄이야! 현재 전 세계 키위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품종인 헤이워드Hayward가 바로 이 델리시오사 세 그루의 후손이다.

황금색 과육의 미후도는 인류의 심미적 본능에 확실히 더 부합했다. ‘햇살을 담은 과육’이라는 광고 문구도 대중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이것이 델리시오사의 신품종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미후도, 즉 키넨시스chinensis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골드키위는 품종이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에서 육종한 금도金桃이고, 다른 하나는 뉴질랜드에서 재배한 제스프리골드Hort16A다. 전자는 중국과학원 우한武漢식물원이 장시성江西省 우닝현武寧縣에서 발견한 키넨시스 야생 우수 식주를 발전시킨 것이고, 후자는 뉴질랜드가 중국에서 인종한 키넨시스의 잡종후대filial generation다. 제스프리골드가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된 1998년부터 계산하면, 골드키위는 불과 십여 년 만에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했는데, 이는 과일색에 대한 인류의 선호도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다. 고무적인 것은 노란색 과육인 키넨시스 경쟁이 더 이상 뉴질랜드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후도의 원산지인 중국도 마침내 치열한 세계 시장 경쟁에서 저력을 갖추게 되었다.

  금빛 과육을 자랑하는 품종 말고도 붉은색 과육을 가진 키넨시스 역시 최근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홍양紅陽과 초홍楚紅 두 가지가 대표적인 품종인데, 안토시아니딘이 풍부해서 과심果心 부위에 가까운 과육이 화려한 붉은색을 띤다. 처음 레드키위를 먹었을 때 나는 외국에서 수입한 고급 과일을 먹었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레드키위 품종이 전부 중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이라는 걸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양배추 군단이 중국에 전해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양배추 방면군의 세력은 이미 막강하다. 꽃양배추, 브로콜리,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콜라비 등은 모두 양배추의 다양한 변종에 불과하며 우리가 먹는 부위와 형태만 다를 뿐이다.

사온 브로콜리를 금방 다 먹지 않으면 윗부분의 초록색 꽃봉오리가 작은 노란색 꽃으로 변하는데, 유채꽃과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다. 양배추가 유채꽃의 조상이기 때문이다. 

TRPM8 수용체에는 그것의 신분을 나타내는 ‘CMR1cold and menthol receptor 1’이란 별칭도 있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CMR1의 주된 기능은 차가운 온도 자극과 멘톨의 자극을 받아들여 유기체에 차가운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고추가 우리에게 아릿한 느낌을 주는 것도 고추가 온도를 높여서가 아니라,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 상응하는 신경수용체를 자극해서 뜨거운 물에 데인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힘든 환경에서 자란 식물들이 광고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대상이 되었다. 보통 이런 구실을 댄다. “생각해 봐. 그렇게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았으니 그만큼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겠어? 먹으면 당연히 몸에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능력은 없다. (단호)

현대인의 문제는 너무 적게 먹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먹는 데 있다. 우리는 어떤 신기한 음식을 통해서 과식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를 바 없다. 빙초든 일중화든 우리 음식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 것만이 영양 공급과 신체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금씩 골고루 먹으렴)

맛있는 향신료의 이름들을 들으니 순간 달도 커다란 화이트 초콜릿처럼 느껴진다. 말하는 바에 의하면, 매년 중추절中秋節을 보내고 나면 월계수 잎 하나가 지구에 떨어지는데, 마노瑪瑙 같은 그 잎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다만 그걸 주운 사람이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누군가가 그 잎을 주웠다면, 그 잎은 고기 삶을 때 들어갈까 아니면 디저트 안에 들어갈까?

고기를 삶을 때 솥 하나에 월계수 잎 하나만 넣어도 충분하다. 너무 욕심을 부렸다가는 고깃국이 월계수국이 되고 만다. 내가 직접 겪어봐서 잘 안다.
ㅋㅋㅋㅋ

충채冲菜, 개채芥菜 종자(겨자씨), 산규山葵, 랄근辣根 등에서 알싸한 맛이 나는 건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라는 화학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에는 특수한 개말芥末 향이 있다. 거의 모든 십자화과 식물에는 이 물질이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배추, 무, 양배추, 브로콜리에도 이런 매운 맛이 있다. 이 특수한 향은 사실 해충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냄새를 견디면서까지 범죄를 저지르려는 곤충들은 거의 없지만, 이런 위협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특이한 동물들도 물론 있긴 있다. 심지어 이런 자극적인 맛에 빠지기도 하는데, 인류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잘게 자르지만 않으면 이 채소들은 자극적인 향을 풍기지 않고 온순하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이 화학 무기들이 글리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동물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에만 이에 상응하는 효소가 작용하는데, 이때 글리코시놀레이트가 분해되어 이소티오시아네이트를 방출하면서 코를 찌르는 물질로 변신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식물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내게 식물 사진을 보내서 대마가 맞는지 물어보는 네티즌들이 가끔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진 속 주인공은 피마자蓖麻子나 추규 같은 식물들이었다. 나는 질문자가 건넨 감사 인사에 뭔가 불만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말에는 “어째서 나는 대마를 만나지 못하는 거야!”라는 속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야이 예비 대마사범들...근데 왜 나도 어째서 나는! 하냐...

요과는 껍질이 없는 단순한 견과가 아니다. 따라서 다음에 요과를 먹을 때는 독이 있는 단단한 껍질, 그걸 벗겨내기 위해 애쓰던 노동자, 그리고 요과를 받치고 있는 ‘대형 사과’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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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6-07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는데요?? 식물책은 재밌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반유행열반인 2020-06-08 03:08   좋아요 0 | URL
재미도 있고 유익했어요. 저 아저씨 웨이보에 (한자 잘 모르지만 제가 읽기로) 식물인스쥔. 하고 적혀있는데 식물인간 말장난 한 듯 싶어 웃기다가 저렇게 이름 앞에 뭘 붙일만큼 한 부분에 정통한 게 나도 있나 싶어 곰곰 생각해봤지만...그냥 반유행열반인 말고는 이룬 것도 내밀 것도 없네요. ㅎㅎㅎ syo님은 독서인syo 붙여도 안 부끄러울 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