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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평점 :
-20191215 카를로 로벨리
이달 처음 다 읽은 책이다. 그런데 벌써 달의 절반이 갔다.
어떤 마음이 시작되면서 집안의 시계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틀어진 시간을 다시 맞추고 건전지를 갈아끼울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내 게으름일 수도 있다. 내가 살게 된 새로운 세계의 분기를 상징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익히 알려진 사실을 반복해 깨닫는 날들이었다. 몇 시간이 몇 분이 되고, 하루가 찰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없던 것이 비교적 최근에 새로 생겨났지만, 아주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유한을 걱정하면서도 또 영원을 믿게 된다.
중고서점에 꽂힌 이 책을 가리키며 웃으며 보내던 즈음 예약해 놓은 이 책의 전자책이 대출되어 있었다. ㅎㅎㅎ 원제 시간의 순서. 명령. The order of time. 양자 중력 이론이라는 이름만 봐도 외계의 언어 같은 물리학의 한 갈래의 관점에서 본 시간에 대한 책이었다. 그런데도 수식은 엔트로피에 대한 단 한 가지 공식을 제외하면 나오지 않는다. 온통 아름다운 비유와 인용과 통찰을 담은 문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도 계속 읽게 만들었다.
시간에 대한 통념을 살피고, 시간을 지워내고, 다시 우리의 존재 입장에서 만들어낸, 혹은 파악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에 관해 물리학과 철학의 사유가 닿는 부분도 어렴풋이나마 확인했다.
내가 살고 있는, 내가 겪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그 안에서 변화해 가는 내 존재를, 관계를, 마음을 생각한다. 관계와 상호작용이 만드는 시간에 대해 공감한다.
우주여행과 블랙홀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랑을 말하던 인터스텔라도 생각나고, 열역학과 엔트로피에 대한 빼어난 은유였던 테드 창의 숨, 시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던 네 인생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과학과 문학과 예술도 마냥 동떨어진 것이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새삼스러움도 다시 확인한다. 다시 읽고 보고 싶어졌다.
남은 한해 더 부지런히 읽고 보고싶다.